대표팀의 주 공격수 이승우(바르셀로나)는 그라운드에 머리를 파묻고 일어나지 못했다.
0-2로 끌려가던 상황. 한 골을 넣으면 분위기를 급반전시킬 수 있던 순간 연습 때 100%를 자랑하던 그의 페널티킥이 벨기에 골키퍼의 손끝에 걸렸다.
자책감 탓이었으리라. 이승우는 28일(현지시간) 칠레 라세레나의 라포르타다 스타디움에서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축구대회 16강전이 끝난 뒤 한없는 아쉬움에 오열했다.
이긴 벨기에 선수들이 이승우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벨기에 코치도 와서 이승우에게 힘을 내라고 기를 넣었다.
최진철 감독이 일으켜 세운 뒤에야 이승우는 로커로 향했다.
4강을 향해 발진했던 대표팀의 여정은 16강에서 끝났다. 다 큰 장정들은 로커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최진철 감독은 "그간 부족한 나를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며 진한 아쉬움을 짧게 정리했다.
벨기에를 넘어서고자 선수들은 경기 전 로커에 대형 태극기를 붙이고 그 위에 부상으로 먼저 팀을 떠난 동료의 유니폼 5장을 걸었다. 그들과 함께 '붉은 악마'를 넘어서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심판의 종료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사실상의 완패로 막을 내리자 선수들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이승우를 비롯해 눈시울이 붉게 젖은 선수들이 공동 취재 구역을 조용히 빠져나간 가운데 주장 완장을 찬 수비수 이상민(현대고)이 선수들을 대표해 소감을 전했다.
그는 "4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오랜 기간 함께 동료와 이 순간을 위해 준비했지만, 아쉽게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해 다들 너무나 아쉬워했다"며 로커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벨기에란 상대가 역시 강팀이었고, 상대적으로 우리 대표팀이 정신적으로 대비를 잘못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상민은 "어린 나이에 함께 자라면서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기에 더욱 큰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면서 "조별리그에서 강팀을 꺾다 보니 정신적으로 나태해진 부분이 오늘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은 FIFA 주관 대회에서 전 연령대를 통틀어 한국 대표팀으로는 최초로 브라질을 꺾었다. 또 기니마저 잡아내 조별리그 두 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등 한국 축구사에 적지 않은 이정표를 세웠다.
그럼에도 이상민은 "목표가 더 원대했기에 잘했다고 속 시원하게 말 못한다"면서 "목표를 이루려고 준비했던 시간과 그에 대한 준비 과정을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차세대 태극 전사들이 이날 칠레에서 흘린 눈물이 또 다른 성장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건 비단 축구인의 시각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 덕분에 모처럼 웃고 즐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더 큰 박수를 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