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여행 상품이 부른 ‘덤핑 관광’

입력 2007.07.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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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덤핑관광도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을 덤핑으로 불러들여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는게 우리 현실입니다. 이재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휴일 낮,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중국 사람들을 태운 관광버스 한 대를 따라가봤습니다.

버스가 도착한 곳은 외국인 관광객들만을 상대로 하는 인삼 가게.

30분 정도 인삼 쇼핑을 한 이들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가전제품을 파는 상점입니다.

쇼핑을 마치자마자 버스는 다시 이동하고, 이번엔 자수정 판매점 앞에 관광객들을 내려놓습니다.

이곳 역시 중국인 관광객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 끝났나 싶었던 쇼핑은 다시 화장품 판매점으로 이어집니다.

쇼핑으로만 한나절을 채운 셈입니다.

우리나라 여행사가 이렇게 쇼핑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판매한 패키지 상품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은 이른바 '저가', '덤핑'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리희(중국 관광통역안내사) : "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적자 투어를 쇼핑으로 채우려고 하는 것이죠."

한 여행사가 작성한 서류입니다.

4박 5일 일정의 일본인 관광객에게 받은 돈이 실제 들어가는 비용보다 적어 10만 원 넘게 적자를 보면서 관광을 시작합니다.

흑자로 돌리려면 쇼핑을 통한 수수료가 필수조건, 관광 안내사에게 '관광객들에게 쇼핑을 적극 유도'하고 '김치판매를 적극적으로 할 것' 등을 요구합니다.

문제는 이런 식의 관광 일정이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중국인 : "사실, 우리야 63빌딩이나 명동 거리나 이런 데 가고 싶어하죠..."

<인터뷰> 일본인 : "값싼 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이제 쇼핑 그만 갔으면 싶죠."

관광객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민간 외교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관광 안내사들도 이런 현실이 싫기는 마찬가집니다.

<인터뷰> 엄은숙(일본 관광안내사) : "옵션 상품 팔고, 쇼핑 위주로 하다보니 자긍심은커녕 비참함만 느낄 뿐이다."

그래서 여행사들의 출혈 경쟁에 정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정명순(한국관광통역안내사 협회) :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덤핑 관광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적자가 나더라도 덤핑을 통해 무조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보자는 발상에서 탈피해 제대로 받고 제대로 보여주는 진짜 관광 상품을 만들자는 겁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60%가 중국 사람, 일본 사람입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어쩌면 우리나라를 "쇼핑하는 데 바빴던 나라"로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KBS 뉴스 이재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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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가 여행 상품이 부른 ‘덤핑 관광’
    • 입력 2007-07-27 21:21:41
    뉴스 9
<앵커 멘트> 덤핑관광도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을 덤핑으로 불러들여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는게 우리 현실입니다. 이재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휴일 낮,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중국 사람들을 태운 관광버스 한 대를 따라가봤습니다. 버스가 도착한 곳은 외국인 관광객들만을 상대로 하는 인삼 가게. 30분 정도 인삼 쇼핑을 한 이들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가전제품을 파는 상점입니다. 쇼핑을 마치자마자 버스는 다시 이동하고, 이번엔 자수정 판매점 앞에 관광객들을 내려놓습니다. 이곳 역시 중국인 관광객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 끝났나 싶었던 쇼핑은 다시 화장품 판매점으로 이어집니다. 쇼핑으로만 한나절을 채운 셈입니다. 우리나라 여행사가 이렇게 쇼핑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판매한 패키지 상품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은 이른바 '저가', '덤핑'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리희(중국 관광통역안내사) : "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적자 투어를 쇼핑으로 채우려고 하는 것이죠." 한 여행사가 작성한 서류입니다. 4박 5일 일정의 일본인 관광객에게 받은 돈이 실제 들어가는 비용보다 적어 10만 원 넘게 적자를 보면서 관광을 시작합니다. 흑자로 돌리려면 쇼핑을 통한 수수료가 필수조건, 관광 안내사에게 '관광객들에게 쇼핑을 적극 유도'하고 '김치판매를 적극적으로 할 것' 등을 요구합니다. 문제는 이런 식의 관광 일정이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중국인 : "사실, 우리야 63빌딩이나 명동 거리나 이런 데 가고 싶어하죠..." <인터뷰> 일본인 : "값싼 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이제 쇼핑 그만 갔으면 싶죠." 관광객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민간 외교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관광 안내사들도 이런 현실이 싫기는 마찬가집니다. <인터뷰> 엄은숙(일본 관광안내사) : "옵션 상품 팔고, 쇼핑 위주로 하다보니 자긍심은커녕 비참함만 느낄 뿐이다." 그래서 여행사들의 출혈 경쟁에 정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정명순(한국관광통역안내사 협회) :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덤핑 관광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적자가 나더라도 덤핑을 통해 무조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보자는 발상에서 탈피해 제대로 받고 제대로 보여주는 진짜 관광 상품을 만들자는 겁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60%가 중국 사람, 일본 사람입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어쩌면 우리나라를 "쇼핑하는 데 바빴던 나라"로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KBS 뉴스 이재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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