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불법 주차…“과태료가 싸서…”

입력 2017.03.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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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나들이엔 불법주차…'일상화된 위법'

주말에 차를 몰고 서울 삼청동이나 강남 거리로 나온 당신. 이길 수 없는 유혹 중 하나가 바로 '불법주차'다. 나들이 장소 주변을 돌아보니 나 말고도 도로변에 차를 대는 운전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도..."라는 생각에 '불법'이라는 금기는 눈 한번 질끔 감고 무시하게 된다.

실제 국민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전자 10명 중 8명은 불법주차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돈을 받고 대리주차를 해주는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도 손님이 맡긴 차를 불법주차 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불법주차는 '일상화된 위법'이다.


[연관 기사] 대리업체 불법 주차 ‘몸살’…숨바꼭질 단속 반복

생활 속에서 별 생각없이, 무심코 저지르지만 사실 불법주차의 피해는 상당히 끔찍하다.

지난해 8월 일가족 4명이 숨진 부산 SUV 차량 추돌 사고를 기억하는지? 혹은 지난달 대전에서 일어난 승용차 화재 사고를 기억하는지...


[연관 기사] SUV 일가족 참사…‘차량 고장·결함’ 조사

두 건의 사고 모두 모두 불법 주차 차량을 들이받으면서 피해가 더 커진 경우다. 사고 원인은 차량 결함이나 운전자 부주의 등 다양하지만, 불법 주차된 차량만 없었어도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에 등록된 '주정차한 차량을 들이받은 사고'는 2015년 한해 만 8천여 건이었다. 숨진 사람도 192명에 이른다. 지난달 보험개발원이 국내 3대 보험사를 통해 조사한 결과, 사고 차량 10대 중 3대가 '주차사고'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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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째 4만 원...과태료가 우습나요?

이렇게 사고가 계속되는데도 불법주차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불법 주차 경험이 있는 운전자 가운데 40%가 '주차 요금이 비싸거나 주차에 쓰이는 돈이 아까워서' 불법 주정차를 저지른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불법주차 단속에 걸려 내는 과태료는 아깝지 않을까?

서울 도심의 주차요금은 시간당 평균 6천 원에서 2만 원 사이. 반면, 불법 주차 과태료는 4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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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에 나들이 갔다 3시간 정도 주차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하자.

운전자 입장에서는 주차장에서 최대 6만 원 정도의 요금을 내며 주차하는 것보다 불법 주차한 뒤 단속에 걸렸을 때 과태료 4만 원을 내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운 좋게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훨씬 더 이득이니, 불법 주차가 횡횡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1995년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 이후 불법 주정차 과태료는 22년간 4만 원으로 동결돼 있다. 그 사이 서울시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2015년에 294만 9,895건으로 2011년 266만 2,479건과 비교해 10%가량 늘었다.

과태료 최대 20만 원…이웃 나라는 불법주차에 철퇴


20년 넘게 동결된 과태료가 불법주차의 원인일 수 있다고 보는 건, 불법주차에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선진국의 상황을 보면 수긍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불법 주차를 저지르면, 우리나라보다 5배 더 비싼 최대 2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영국도 불법 주차 운전자에 최소 10만 원 이상을 부과한다.

프랑스도 주차 위반 과태료가 우리나라 돈으로 최대 18만 원에 달한다고 하니, 우리의 처벌 규정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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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특별관리구역 조성, 선진국 수준의 과태료 인상과 차등화 등 제안

서울 연구원의 김원호 위원이 미국 뉴욕 거주지역 주정차 단속과 영국 런던의 주차관리 체계를 예로 들면서 NPZ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다.

'No Parking Zone'의 약자인 NPZ는 우리 말로 '불법 주정차 특별관리구역'이다.

강남이나 종로 등 교통 혼잡 지역이나 보행자 전용구역 등을 해당 구역으로 지정하고, 차선이나 연석을 붉은색으로 칠하고 주정차 금지 표지판을 더 촘촘히 세우자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김 위원은 지금까지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적용할 때 과태료는 7만 2천 원 수준이 적정하다며,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자고 주장한다.

또 차종별, 지역별, 위반 유형별로 과태료를 차등화하는 것이 좋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김 위원은 차종을 크게 승용차와 승합차로 나누고, 경차,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로 세분화한다. 여기에 구역을 노약자 보호구역 등 세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럴 경우 주차 위반의 54개 경우의 수가 발생해, 이에 대한 과태료를 산술적으로 최소 7만 원에서 최대 42만 원까지 책정할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의 계산이다.

이뿐만 아니라 과태료를 자진 납부하면 과태료 20%를 깎아주는 규정을 폐지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는 단속 공무원과 시민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22일 오후 3시 서울시의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시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주차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 위한 다양한 해법도 중요하다.주차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 위한 다양한 해법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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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비도 차량 비용' 시민의식도 중요

우리나라 법질서 순위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5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이 부끄러운 순위에는 '불법주차에 대한 무감각한 시민의식'도 반영돼 있을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선 차를 살 때 주차비용을 세금처럼 차량 기본 유지비로 여긴다고 한다. 법과 규정을 고쳐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얼마나 차와 관련된 법을 자연스럽게 체화하고 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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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나도 불법 주차…“과태료가 싸서…”
    • 입력 2017-03-21 18:24:36
    사회
주말 나들이엔 불법주차…'일상화된 위법'

주말에 차를 몰고 서울 삼청동이나 강남 거리로 나온 당신. 이길 수 없는 유혹 중 하나가 바로 '불법주차'다. 나들이 장소 주변을 돌아보니 나 말고도 도로변에 차를 대는 운전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도..."라는 생각에 '불법'이라는 금기는 눈 한번 질끔 감고 무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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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돈을 받고 대리주차를 해주는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도 손님이 맡긴 차를 불법주차 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불법주차는 '일상화된 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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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별 생각없이, 무심코 저지르지만 사실 불법주차의 피해는 상당히 끔찍하다.

지난해 8월 일가족 4명이 숨진 부산 SUV 차량 추돌 사고를 기억하는지? 혹은 지난달 대전에서 일어난 승용차 화재 사고를 기억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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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건의 사고 모두 모두 불법 주차 차량을 들이받으면서 피해가 더 커진 경우다. 사고 원인은 차량 결함이나 운전자 부주의 등 다양하지만, 불법 주차된 차량만 없었어도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에 등록된 '주정차한 차량을 들이받은 사고'는 2015년 한해 만 8천여 건이었다. 숨진 사람도 192명에 이른다. 지난달 보험개발원이 국내 3대 보험사를 통해 조사한 결과, 사고 차량 10대 중 3대가 '주차사고'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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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불법주차 단속에 걸려 내는 과태료는 아깝지 않을까?

서울 도심의 주차요금은 시간당 평균 6천 원에서 2만 원 사이. 반면, 불법 주차 과태료는 4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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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훨씬 더 이득이니, 불법 주차가 횡횡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1995년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 이후 불법 주정차 과태료는 22년간 4만 원으로 동결돼 있다. 그 사이 서울시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2015년에 294만 9,895건으로 2011년 266만 2,479건과 비교해 10%가량 늘었다.

과태료 최대 20만 원…이웃 나라는 불법주차에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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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 불법 주차를 저지르면, 우리나라보다 5배 더 비싼 최대 2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영국도 불법 주차 운전자에 최소 10만 원 이상을 부과한다.

프랑스도 주차 위반 과태료가 우리나라 돈으로 최대 18만 원에 달한다고 하니, 우리의 처벌 규정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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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arking Zone'의 약자인 NPZ는 우리 말로 '불법 주정차 특별관리구역'이다.

강남이나 종로 등 교통 혼잡 지역이나 보행자 전용구역 등을 해당 구역으로 지정하고, 차선이나 연석을 붉은색으로 칠하고 주정차 금지 표지판을 더 촘촘히 세우자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김 위원은 지금까지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적용할 때 과태료는 7만 2천 원 수준이 적정하다며,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자고 주장한다.

또 차종별, 지역별, 위반 유형별로 과태료를 차등화하는 것이 좋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김 위원은 차종을 크게 승용차와 승합차로 나누고, 경차,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로 세분화한다. 여기에 구역을 노약자 보호구역 등 세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럴 경우 주차 위반의 54개 경우의 수가 발생해, 이에 대한 과태료를 산술적으로 최소 7만 원에서 최대 42만 원까지 책정할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의 계산이다.

이뿐만 아니라 과태료를 자진 납부하면 과태료 20%를 깎아주는 규정을 폐지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는 단속 공무원과 시민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22일 오후 3시 서울시의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시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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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나라 일본에선 차를 살 때 주차비용을 세금처럼 차량 기본 유지비로 여긴다고 한다. 법과 규정을 고쳐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우리는 얼마나 차와 관련된 법을 자연스럽게 체화하고 있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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