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남극에 가다⑫] 빙하와 인사하다. 남극 빙하팀
입력 2019.02.11 (17:29) 수정 2019.02.11 (17:31) 취재K
KBS 사회부 기획팀 막내 기자가 연재하는 남극 취재기입니다. KBS 신년기획으로 추진되는 남극 취재는 80일 이상이 걸리는 장기 여정입니다. 아라온호와 함께한 항해 열흘 후 남극 장보고 기지에 도착해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뉴스 리포트 속에 모두 담지 못하는 취재기를 온라인 기사로 연재합니다. 남극 여정에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남극 장보고 기지 취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양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KBS 남극 취재팀은 남극으로 향하는 아라온호에서부터 남극 취재 기간 내내 빙하연구팀과 함께했다. 처음 배를 탄 순간 가장 먼저 만난 사람들도 빙하팀이었다. 이들은 극지연구소와 서울대, 이화여대의 합동 연구팀이었다. 이번이 첫 남극 방문인 연구원부터, 지난 몇 년 동안 빠지지 않고 남극을 찾은 연구원까지 10명 남짓의 인원이 열흘간 배를 타고 남극에 도착해, 한달 넘게 남극에서 빙하 연구를 수행했다.


[빙하연구는 어떻게?]
이번 남극 빙하팀의 연구는 우리 장보고과학기지가 있는 남극 대륙의 로스해 인근, 남극의 동쪽 지역 일대의 '롤라 글레이서(Lola glacier)'에서 진행됐다. 빅토리아 랜드 지역 로스해 주변을 대표하는 연구 장소이다.

빙하연구는 '빙하 코어'를 채취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빙하 코어는 수십만 년동안 눈이 쌓여 생성된 거대한 빙하에 관을 박아 채취한 긴 원통형의 얼음 덩어리를 말한다. 이렇게 얻은 빙하 코어 속에는 과거의 지구 날씨가 어땠는지, 비밀 기록이 가득 담겨있다.

빙하 코어를 채취하는 일을 진행하는 이른바 '드릴러' 업무를 총괄한 정지웅 극지연구소 기술원은 추위와 강한 바람 탓에 힘들 때도 있지만 자부심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얕은 빙하를 채집하는 경우도 있다. '펀 코어링(firn coring)'이라고 하는데, 10m 깊이의 눈과 얼음 중간 단계의 펀(firn)을 분석해 연평균 적설량과 연교차(연중 월평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의 차이), 여름과 겨울의 환경차이 데이터 등은 얕은 빙하에서 얻는다.

햇빛을 받으면 매우 파랗게 보이는 빙하 '블루아이스'도 빙하 연구의 주요 재료 가운데 하나이다. 블루아이스는 아주 오랜 세월 축적된 얼음인 만큼 빙하 밑 깊숙한 곳에 자리잡아야 하지만, 지형적 흐름에 따라 지표면까지 다시 올라왔다. 안진호 서울대학교 빙하고기후연구실 교수는 "블루아이스는 최소 몇십만년, 최대 몇백만년 이상의 빙하를 표면에서 바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빙하연구는 왜 중요한가?]
빙하 연구는 왜 중요한가? 연구팀은 왜 굳이 며칠간 춥고 황량한 남극까지 와서, 텐트를 치고 빙하 코어를 캐내야할까?


이유는 과거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러한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는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라 앞으로 기후가 어떻게 바뀔지 미리 예측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뿐만 아니라 과거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과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나마 남극 빙하의 코어를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얻는 데이터가 가장 믿을만하다. 빙하 코어안에는 수백만년 전의 공기가 원형 그대로 갇혀 지금까지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극의 빙하는 먼지 유입이 적어 오염도 되지 않았다. 남극 빙하 연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빙하팀의 땀과 눈물]
빙하팀은 이번 남극 하계 연구팀 가운데 가장 고생한 팀이다(다른 팀들도 물론 힘들었다). 눈보라로 헬기가 뜨지 않아서 일주일 동안 남극 한복판 캠프에 고립되기도 했고([남극에 가다⑦] 남극 취재 수난기, ‘순간의 선택, 일주일의 고립’),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 시추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상영 서울대학교 빙하고기후연구실 연구원은 "빙하캠프에 처음 참여해 남극의 눈보라 '블리자드' 같은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기도 했고, 현장 상황이 잘 풀리지 않아 실패하는 경험도 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현재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연구에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영철 극지연구소 연구원은 "다같이 고생한 팀원들에게 고맙다"며 "어려움도 있었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남극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한달여 간의 기간 동안 빙하팀과 같이 생활하다시피 지냈다. 그렇게 알아가고, 취재하면서 이들의 고민과 노력, 땀과 눈물을 엿볼 수 있었다.

기후 변화는 어쩌면 당장 피부로 와닿는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빙하 코어 연구는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미래를 고민해야 하고, 또 변화되는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남극에서는 그 고민이, 그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관 기사]
[남극에 가다①] “남극에 가라고요?” 사회부 기자의 어쩌다 남극행
[남극에 가다②] 아라온호 본격 먹방, 먹고 또 먹자!
[남극에 가다③] 아라온호에 몸을 실은 56명의 사람들
[남극에 가다④] 드디어 남극, 설원에 발을 딛다
[남극에 가다⑤] 드론이 따라간 아라온 호 항해 열흘
[남극에 가다⑥] 장보고 기지 사람들의 일상은?
[남극에 가다⑦] 남극 취재 수난기, ‘순간의 선택, 일주일의 고립’
[남극에 가다⑧] ‘남극의 신사’ 황제펭귄을 만나다
[남극에 가다⑨] 펭귄 박사가 연구하는 남극 터줏대감 ‘아델리’
[남극에 가다⑩] ‘먼나라, 이웃나라’ 남극의 이웃사촌을 만나다
[남극에 가다⑪] 남극의 여성대원들
  • [남극에 가다⑫] 빙하와 인사하다. 남극 빙하팀
    • 입력 2019.02.11 (17:29)
    • 수정 2019.02.11 (17:31)
    취재K
KBS 사회부 기획팀 막내 기자가 연재하는 남극 취재기입니다. KBS 신년기획으로 추진되는 남극 취재는 80일 이상이 걸리는 장기 여정입니다. 아라온호와 함께한 항해 열흘 후 남극 장보고 기지에 도착해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뉴스 리포트 속에 모두 담지 못하는 취재기를 온라인 기사로 연재합니다. 남극 여정에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남극 장보고 기지 취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양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KBS 남극 취재팀은 남극으로 향하는 아라온호에서부터 남극 취재 기간 내내 빙하연구팀과 함께했다. 처음 배를 탄 순간 가장 먼저 만난 사람들도 빙하팀이었다. 이들은 극지연구소와 서울대, 이화여대의 합동 연구팀이었다. 이번이 첫 남극 방문인 연구원부터, 지난 몇 년 동안 빠지지 않고 남극을 찾은 연구원까지 10명 남짓의 인원이 열흘간 배를 타고 남극에 도착해, 한달 넘게 남극에서 빙하 연구를 수행했다.


[빙하연구는 어떻게?]
이번 남극 빙하팀의 연구는 우리 장보고과학기지가 있는 남극 대륙의 로스해 인근, 남극의 동쪽 지역 일대의 '롤라 글레이서(Lola glacier)'에서 진행됐다. 빅토리아 랜드 지역 로스해 주변을 대표하는 연구 장소이다.

빙하연구는 '빙하 코어'를 채취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빙하 코어는 수십만 년동안 눈이 쌓여 생성된 거대한 빙하에 관을 박아 채취한 긴 원통형의 얼음 덩어리를 말한다. 이렇게 얻은 빙하 코어 속에는 과거의 지구 날씨가 어땠는지, 비밀 기록이 가득 담겨있다.

빙하 코어를 채취하는 일을 진행하는 이른바 '드릴러' 업무를 총괄한 정지웅 극지연구소 기술원은 추위와 강한 바람 탓에 힘들 때도 있지만 자부심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얕은 빙하를 채집하는 경우도 있다. '펀 코어링(firn coring)'이라고 하는데, 10m 깊이의 눈과 얼음 중간 단계의 펀(firn)을 분석해 연평균 적설량과 연교차(연중 월평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의 차이), 여름과 겨울의 환경차이 데이터 등은 얕은 빙하에서 얻는다.

햇빛을 받으면 매우 파랗게 보이는 빙하 '블루아이스'도 빙하 연구의 주요 재료 가운데 하나이다. 블루아이스는 아주 오랜 세월 축적된 얼음인 만큼 빙하 밑 깊숙한 곳에 자리잡아야 하지만, 지형적 흐름에 따라 지표면까지 다시 올라왔다. 안진호 서울대학교 빙하고기후연구실 교수는 "블루아이스는 최소 몇십만년, 최대 몇백만년 이상의 빙하를 표면에서 바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빙하연구는 왜 중요한가?]
빙하 연구는 왜 중요한가? 연구팀은 왜 굳이 며칠간 춥고 황량한 남극까지 와서, 텐트를 치고 빙하 코어를 캐내야할까?


이유는 과거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러한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는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라 앞으로 기후가 어떻게 바뀔지 미리 예측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뿐만 아니라 과거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과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나마 남극 빙하의 코어를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얻는 데이터가 가장 믿을만하다. 빙하 코어안에는 수백만년 전의 공기가 원형 그대로 갇혀 지금까지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극의 빙하는 먼지 유입이 적어 오염도 되지 않았다. 남극 빙하 연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빙하팀의 땀과 눈물]
빙하팀은 이번 남극 하계 연구팀 가운데 가장 고생한 팀이다(다른 팀들도 물론 힘들었다). 눈보라로 헬기가 뜨지 않아서 일주일 동안 남극 한복판 캠프에 고립되기도 했고([남극에 가다⑦] 남극 취재 수난기, ‘순간의 선택, 일주일의 고립’), 날씨가 따라주지 않아 시추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상영 서울대학교 빙하고기후연구실 연구원은 "빙하캠프에 처음 참여해 남극의 눈보라 '블리자드' 같은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기도 했고, 현장 상황이 잘 풀리지 않아 실패하는 경험도 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현재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연구에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영철 극지연구소 연구원은 "다같이 고생한 팀원들에게 고맙다"며 "어려움도 있었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남극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한달여 간의 기간 동안 빙하팀과 같이 생활하다시피 지냈다. 그렇게 알아가고, 취재하면서 이들의 고민과 노력, 땀과 눈물을 엿볼 수 있었다.

기후 변화는 어쩌면 당장 피부로 와닿는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빙하 코어 연구는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미래를 고민해야 하고, 또 변화되는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남극에서는 그 고민이, 그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관 기사]
[남극에 가다①] “남극에 가라고요?” 사회부 기자의 어쩌다 남극행
[남극에 가다②] 아라온호 본격 먹방, 먹고 또 먹자!
[남극에 가다③] 아라온호에 몸을 실은 56명의 사람들
[남극에 가다④] 드디어 남극, 설원에 발을 딛다
[남극에 가다⑤] 드론이 따라간 아라온 호 항해 열흘
[남극에 가다⑥] 장보고 기지 사람들의 일상은?
[남극에 가다⑦] 남극 취재 수난기, ‘순간의 선택, 일주일의 고립’
[남극에 가다⑧] ‘남극의 신사’ 황제펭귄을 만나다
[남극에 가다⑨] 펭귄 박사가 연구하는 남극 터줏대감 ‘아델리’
[남극에 가다⑩] ‘먼나라, 이웃나라’ 남극의 이웃사촌을 만나다
[남극에 가다⑪] 남극의 여성대원들
KBS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

    KBS사이트에서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댓글 이용시 KBS회원으로 표시되고
    댓글창을 통해 소셜계정으로 로그인한 이용자는 소셜회원으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