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9 WHO는 4%라고 하는데…국내 ‘직업성 암’ 인정은 0.06%뿐
입력 2021.01.07 (21:44)
수정 2021.01.07 (22:17)

KBS는 지난해 여름부터 '일하다 죽지 않게' 연속 기획을 통해 산업재해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늘(7일)은 일터의 환경 탓에 암을 얻게 되는, 이른바 직업성 암 문제를 짚어봅니다.
우리나라 직업성 암 비율이 0.06%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과연 이게 현실과 맞는 수치일까요.
박민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육중한 기계들이 굉음을 내며 끊임없이 돌아갑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입니다.
여기서 16년간 배관 정비와 기계 수리를 해 온 50대 노동자 이호인 씨.
2년 전 방광암에 걸려 인공 방광을 만드는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집안에 암 환자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 씨는 작업 과정에서 발암 물질에 장기간 노출됐다며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인정받지 못했고, 시민단체와 함께 재심을 준비 중입니다.
[이호인/포항제철소 하청업체 출신 노동자 : "같은 업체에서도 암 걸린 사람 있고, 밑에 사람도 폐암 걸린 사람 있고... 분명히 포스코 안에서 내가 작업하다가 이런 (암이) 발생했는데 불승인 날 이유가 없는데, 왜 이렇게 났을까."]
지난달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포항제철소에서 일했던 노동자 8명에 대해 '직업성 암'을 인정해 달라며 산재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포스코 사측은 유해물질 노출도가 법정 기준보다 낮게 관리되고 있다며, 업무와 질병 사유의 인과 관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노조와 시민단체에선 제철소라는 작업장의 특성을 고려해 '직업성 암'이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순/'직업성·환경성 암 찾기 119' 기획국장 : "철광석·코크스를 가열하는 가운데 1급 발암 물질이 나오고, 펴거나 늘리는, 또는 연마하는 과정에서도 발암 물질과 중금속이 나와요. 직업성 암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사업장이죠."]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노동자 박 모 씨도 2년 전 폐선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노조의 도움 덕분에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동료들 중에선 암에 걸려도 일터 환경과 연관되는지를 의심하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박OO/대우조선해양 노동자 : "혼자서 직업성 질환으로 산재 요양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0% 산재가 된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고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전체 암 가운데 4%를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 '직업성 암'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연 평균 160여 건으로 같은 기간 발병한 전체 암의 0.06%에 불과합니다.
[이윤근/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 "시스템을 통해서 (직업성 암) 환자를 조기에 걸러내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의료체계 속에서 의심되는 환자를 찾아내고 그 사람에 대해서 추적해서 확인하는..."]
국제노동기구 ILO는 전 세계 산업재해 사망자 가운데 26%는 직업성 암 때문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촬영기자:최원석 조용호/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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