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죽지 않게]① 죽은 자리에서 또 죽다

입력 2020.07.03 (21:29) 수정 2020.07.2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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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하다 죽지 않게'.

KBS는 어제(2일)에 이어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산업 재해 문제를 연속 기획으로 고민해봅니다.

오늘(3일)은 노동자가 일하다 숨진 바로 그곳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숨지는 이른바 죽음의 일터를 고발합니다.

고아름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내 2위 규모의 철강업체.

면적이 여의도 2배에 이르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입니다.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24명.

그 가운데 6명은 가스 사고였습니다.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A : "가스가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딱히 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위험한 건 알고 있는데 급하게 (작업을) 하다 보니까..."]

사람이 죽어가도 일터는 여전히 '죽음의 경계' 어딘가에 있습니다.

지난 3월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됐고, 그다음 달에도 13명이 가스 누출로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B : "응급차에 탔는데 엄청 서럽더라고요.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위험한 곳에서 작업해야 할까, 더 나은 환경에서 작업하면 안 되는 걸까..."]

사고 당시 작업장 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측정 불가'였습니다.

정상 범위는 30ppm이지만, 500ppm을 초과해 측정 자체가 불가능했던 겁니다.

노동자들에게 제공된 보호장비는 가스 측정기가 전부였습니다.

[현대제철 하청노동자 A : "30ppm 이상이면 원래는 쉬었다가 작업을 하든 매뉴얼이 있기는 한데, 빨리빨리 진행하는 게 일상화 된 것 같아요."]

가스 농도가 올라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작업을 바로 중단할 수 있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청을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전체 공정이 늦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현대제철 노동자B : "사람보다는 효율이구나… 일회용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작업하다가 다쳐도 다른 사람이 하면 되니까..."]

62살 김 모 씨에게 시멘트 공장은 30년 세월을 바친 곳이었습니다.

지난 5월 김 씨는 혼자 설비 점검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숨졌습니다.

[김수찬/유가족 : "누가 있었다면 바로 얘기하고, 그래도 어떤 조치를 해보고… 사실 언제 돌아가신지도, 언제 낀지도 모르는 거예요."]

사고 두 달 전에도 같은 설비에서 일하던 또 다른 일용직 노동자가 다쳤습니다.

마찬가지로 몸이 낀 사고였습니다.

삼표 측은 사고 이후 2인 1조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전 삼표시멘트 하청 노동자/음성변조 : "그거를 2인 1조로 한 달 동안 유지했었어요. 근데 운영상 이유로 어느 순간부터 한 사람은 생산 1팀, 한 사람은 생산 2팀 이렇게 나눠가지고..."]

지난 1년간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숨지거나 다친 노동자는 18명이나 됩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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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하다 죽지 않게]① 죽은 자리에서 또 죽다
    • 입력 2020-07-03 21:30:07
    • 수정2020-07-23 13:16:35
    뉴스 9
[앵커]

'일하다 죽지 않게'.

KBS는 어제(2일)에 이어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산업 재해 문제를 연속 기획으로 고민해봅니다.

오늘(3일)은 노동자가 일하다 숨진 바로 그곳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숨지는 이른바 죽음의 일터를 고발합니다.

고아름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내 2위 규모의 철강업체.

면적이 여의도 2배에 이르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입니다.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24명.

그 가운데 6명은 가스 사고였습니다.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A : "가스가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딱히 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위험한 건 알고 있는데 급하게 (작업을) 하다 보니까..."]

사람이 죽어가도 일터는 여전히 '죽음의 경계' 어딘가에 있습니다.

지난 3월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됐고, 그다음 달에도 13명이 가스 누출로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B : "응급차에 탔는데 엄청 서럽더라고요.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위험한 곳에서 작업해야 할까, 더 나은 환경에서 작업하면 안 되는 걸까..."]

사고 당시 작업장 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측정 불가'였습니다.

정상 범위는 30ppm이지만, 500ppm을 초과해 측정 자체가 불가능했던 겁니다.

노동자들에게 제공된 보호장비는 가스 측정기가 전부였습니다.

[현대제철 하청노동자 A : "30ppm 이상이면 원래는 쉬었다가 작업을 하든 매뉴얼이 있기는 한데, 빨리빨리 진행하는 게 일상화 된 것 같아요."]

가스 농도가 올라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작업을 바로 중단할 수 있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청을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전체 공정이 늦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

[현대제철 노동자B : "사람보다는 효율이구나… 일회용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작업하다가 다쳐도 다른 사람이 하면 되니까..."]

62살 김 모 씨에게 시멘트 공장은 30년 세월을 바친 곳이었습니다.

지난 5월 김 씨는 혼자 설비 점검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어 숨졌습니다.

[김수찬/유가족 : "누가 있었다면 바로 얘기하고, 그래도 어떤 조치를 해보고… 사실 언제 돌아가신지도, 언제 낀지도 모르는 거예요."]

사고 두 달 전에도 같은 설비에서 일하던 또 다른 일용직 노동자가 다쳤습니다.

마찬가지로 몸이 낀 사고였습니다.

삼표 측은 사고 이후 2인 1조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전 삼표시멘트 하청 노동자/음성변조 : "그거를 2인 1조로 한 달 동안 유지했었어요. 근데 운영상 이유로 어느 순간부터 한 사람은 생산 1팀, 한 사람은 생산 2팀 이렇게 나눠가지고..."]

지난 1년간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숨지거나 다친 노동자는 18명이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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