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의 산재 노동자와 유족을 만나다

입력 2020.12.24 (21:39) 수정 2020.12.2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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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7일부터 어제(23일)까지 일주일, ​일터에서 노동자 16명이 숨졌습니다.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한 결과입니다.

안전하고, 노동자가 존중받는 일터를 위해 우리 헌법은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권리를 행사하다 불이익 받는 경우 적지 않습니다.

어제 전해드렸듯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노조를 만들어 처우 개선을 요구하다 전원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요.

일부 시민들이 이들에게 ​힘을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성탄 선물을 보내는가 하면, 식권값을 후원하는 '한끼 연대'에는 일 주일 만에 2천 3백만 원이 모였습니다.

이런 연대와 나눔이 일터를 바꿀 수 있을까요?

KBS 연속보도 <일하다 죽지않게>, 오늘(24일)은 산재 피해자들이 국경을 넘어 연대하는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허효진 기잡니다.

[리포트]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 씨,

화상으로 특별한 손님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타이완 전자 기업에서 일하다 유산의 아픔을 겪은 두진주 씨와 건설현장에서 남편을 잃은 유족 리메이쥐 씨입니다.

[두진주/전자기업 산재 노동자 : "회사가 오염시킨 지하수와 공기에 노출된 탓에 많은 동료들은 유산, 사산, 암 (등에 걸렸습니다)."]

산업 재해로 큰 아픔을 겪은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더 건강하고 더 나은 일터 만들기입니다.

실제로 두진주 씨와 리메이쥐 씨는 타이완에서 산재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서 기업으로 전환시킨 산재노동자보호법을 이끌어내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리메이쥐/건설노동자 산재 유족 : "우리가 해 온 것은 산재 피해 노동자와 유족들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바탕으로 법을 만들게 해서 향후 노동자들의 운명을 바꾸게 한 것입니다."]

한혜경 씨도 10년 동안의 긴 싸움 끝에 산재 인정을 받아낸 소감을 나눴습니다.

[한혜경/삼성 LCD 산재 노동자 : "(산재 인정 받고 나서) 기쁘고 또 슬픈 마음이 들었고요. 산재 인정 받은 건 당연히 (됐어야 하는 일인데)."]

최근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관심도 각별합니다.

[김시녀/한혜경 씨 어머니 : "국회 앞에는 산업재해가족들이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천4백km나 떨어진 곳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마음을 나눈 한국과 타이완의 산재노동자.

더이상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다음 만남을 기약합니다.

[타이완 측 : "혜경 씨 힘내시고 정말 용감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혜경 : "진짜 잘됐으면 좋겠어요."]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임태호/영상편집:김근환/화면제공:타이완산재피해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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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완의 산재 노동자와 유족을 만나다
    • 입력 2020-12-24 21:39:17
    • 수정2020-12-24 22:07:02
    뉴스 9
[앵커]

지난 17일부터 어제(23일)까지 일주일, ​일터에서 노동자 16명이 숨졌습니다.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한 결과입니다.

안전하고, 노동자가 존중받는 일터를 위해 우리 헌법은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권리를 행사하다 불이익 받는 경우 적지 않습니다.

어제 전해드렸듯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노조를 만들어 처우 개선을 요구하다 전원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요.

일부 시민들이 이들에게 ​힘을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성탄 선물을 보내는가 하면, 식권값을 후원하는 '한끼 연대'에는 일 주일 만에 2천 3백만 원이 모였습니다.

이런 연대와 나눔이 일터를 바꿀 수 있을까요?

KBS 연속보도 <일하다 죽지않게>, 오늘(24일)은 산재 피해자들이 국경을 넘어 연대하는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허효진 기잡니다.

[리포트]

삼성전자 LCD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린 한혜경 씨,

화상으로 특별한 손님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타이완 전자 기업에서 일하다 유산의 아픔을 겪은 두진주 씨와 건설현장에서 남편을 잃은 유족 리메이쥐 씨입니다.

[두진주/전자기업 산재 노동자 : "회사가 오염시킨 지하수와 공기에 노출된 탓에 많은 동료들은 유산, 사산, 암 (등에 걸렸습니다)."]

산업 재해로 큰 아픔을 겪은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더 건강하고 더 나은 일터 만들기입니다.

실제로 두진주 씨와 리메이쥐 씨는 타이완에서 산재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서 기업으로 전환시킨 산재노동자보호법을 이끌어내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리메이쥐/건설노동자 산재 유족 : "우리가 해 온 것은 산재 피해 노동자와 유족들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바탕으로 법을 만들게 해서 향후 노동자들의 운명을 바꾸게 한 것입니다."]

한혜경 씨도 10년 동안의 긴 싸움 끝에 산재 인정을 받아낸 소감을 나눴습니다.

[한혜경/삼성 LCD 산재 노동자 : "(산재 인정 받고 나서) 기쁘고 또 슬픈 마음이 들었고요. 산재 인정 받은 건 당연히 (됐어야 하는 일인데)."]

최근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관심도 각별합니다.

[김시녀/한혜경 씨 어머니 : "국회 앞에는 산업재해가족들이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천4백km나 떨어진 곳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마음을 나눈 한국과 타이완의 산재노동자.

더이상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다음 만남을 기약합니다.

[타이완 측 : "혜경 씨 힘내시고 정말 용감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혜경 : "진짜 잘됐으면 좋겠어요."]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임태호/영상편집:김근환/화면제공:타이완산재피해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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