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병 들어도 산재는 먼 얘기”…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하소연

입력 2020.07.30 (21:38) 수정 2020.07.3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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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하다 죽지않게...

지난 일주일동안 일하다 숨진 노동자, 모두 14명입니다.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했습니다.

매 주 한 번씩 일터에서 숨져간 노동자 현황 전해드린지 꼭 한 달 됐는데요,

하루 평균 2명 이상 퇴근하지 못하는 현실, 여전합니다.

지난 27일 하루에만 제주, 부천, 또 원주에서 바퀴에, 지게차에, 철재구조물에 깔려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당하는 사고 가운데 추락 다음으로 많은 게 이런 깔림 사고입니다.

일터에서 안전 조치만 잘 돼 있다면 그만큼 어렵지않게 막을 수 있는 게 또 깔림 사고라고 합니다.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 KBS의 연속 기획보도 이어갑니다.

오늘(30일)은 사고가 아닌, 일터에서 얻은 질병 얘기입니다.

일하다 아플 때 당국에 산재 신청을 하는건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한 국내 공장에선 산재 신청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박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탁기와 냉장고 같은 생활 가전 제품을 주로 만드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입니다.

14년째 생산직 노동자로 일해 온 천 모 씨.

지난 2월 세탁기를 조립하다 자재를 싣는 차량에 허리를 치였고, 통증이 심해져 병원에서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고 한 달 뒤 병가 중이던 천 씨에게 사측 안전 관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산재 신청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성 말이었습니다.

["신중히 잘 생각해. 우리 입장에서 보면 네가 그렇게 하면 여러모로 불리해지지. (저한테 안 좋아져요?) 고과도 그렇고, 그런 것들이 좀 안 좋아지니까..."]

사측의 경고에도 산재를 신청하자 이번에는 직속 간부한테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천OO/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노동자/음성변조 : "파트장이 회식자리에서 '산재 신청으로 인해 내가 사유서를 썼고, 내가 피해를 많이 봤다' 그런 식으로 말해서 어떻게 보면 직장 내 왕따를 유도하더라고요."]

습관성 어깨 탈골 증상이 있는 입사 16년 차 이 모 씨도 지난해 말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사원을 대표하는 노사협의위원에게 산재 관련 면담을 신청했는데도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이OO/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노동자/음성변조 : "(노사)협의위원한테 넌지시 물어봤죠. '이거 산재 처리해도 되겠냐?' 그런데 '생각도 하지 말아라' 답변이..."]

광주사업장 노동자 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인 49명이 근골격계 질병을 경험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산재 신청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64%가 인사상 불이익이 우려돼서라고 응답했습니다.

사측의 회유와 압박 때문이라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한창현/사람과산재 대표노무사 : "(사측의) 압력과 회유, 또는 인사 고과의 불이익 이런 것 때문에 산재 신청을 실제로 못하는 분위기가 조장됐다면 사실상 '산재 은폐'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산재 은폐가 확인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임직원이 산재를 신청할 경우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며, 불이익을 주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유성주/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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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병 들어도 산재는 먼 얘기”…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하소연
    • 입력 2020-07-30 21:41:55
    • 수정2020-07-30 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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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하다 죽지않게...

지난 일주일동안 일하다 숨진 노동자, 모두 14명입니다.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했습니다.

매 주 한 번씩 일터에서 숨져간 노동자 현황 전해드린지 꼭 한 달 됐는데요,

하루 평균 2명 이상 퇴근하지 못하는 현실, 여전합니다.

지난 27일 하루에만 제주, 부천, 또 원주에서 바퀴에, 지게차에, 철재구조물에 깔려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당하는 사고 가운데 추락 다음으로 많은 게 이런 깔림 사고입니다.

일터에서 안전 조치만 잘 돼 있다면 그만큼 어렵지않게 막을 수 있는 게 또 깔림 사고라고 합니다.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 KBS의 연속 기획보도 이어갑니다.

오늘(30일)은 사고가 아닌, 일터에서 얻은 질병 얘기입니다.

일하다 아플 때 당국에 산재 신청을 하는건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한 국내 공장에선 산재 신청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박민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탁기와 냉장고 같은 생활 가전 제품을 주로 만드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입니다.

14년째 생산직 노동자로 일해 온 천 모 씨.

지난 2월 세탁기를 조립하다 자재를 싣는 차량에 허리를 치였고, 통증이 심해져 병원에서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고 한 달 뒤 병가 중이던 천 씨에게 사측 안전 관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산재 신청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성 말이었습니다.

["신중히 잘 생각해. 우리 입장에서 보면 네가 그렇게 하면 여러모로 불리해지지. (저한테 안 좋아져요?) 고과도 그렇고, 그런 것들이 좀 안 좋아지니까..."]

사측의 경고에도 산재를 신청하자 이번에는 직속 간부한테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천OO/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노동자/음성변조 : "파트장이 회식자리에서 '산재 신청으로 인해 내가 사유서를 썼고, 내가 피해를 많이 봤다' 그런 식으로 말해서 어떻게 보면 직장 내 왕따를 유도하더라고요."]

습관성 어깨 탈골 증상이 있는 입사 16년 차 이 모 씨도 지난해 말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사원을 대표하는 노사협의위원에게 산재 관련 면담을 신청했는데도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이OO/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노동자/음성변조 : "(노사)협의위원한테 넌지시 물어봤죠. '이거 산재 처리해도 되겠냐?' 그런데 '생각도 하지 말아라' 답변이..."]

광주사업장 노동자 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인 49명이 근골격계 질병을 경험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산재 신청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64%가 인사상 불이익이 우려돼서라고 응답했습니다.

사측의 회유와 압박 때문이라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한창현/사람과산재 대표노무사 : "(사측의) 압력과 회유, 또는 인사 고과의 불이익 이런 것 때문에 산재 신청을 실제로 못하는 분위기가 조장됐다면 사실상 '산재 은폐'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산재 은폐가 확인된다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임직원이 산재를 신청할 경우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며, 불이익을 주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 유성주/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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