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점거 사태 전말

입력 2006.07.21 (07:25)

= 건설노조원들의 포항 포스코본사 점거사태가 21일 노조원들의 사실상 `백기 투항'으로 마무리됐다. 점거발생 9일만이다.
포스코 점거는 지난 13일 오후 포항지역 건설노조원 2천500여명이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로 몰려가 기습 점거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진입로를 차단하고 직원 600여명을 9시간동안 감금했다.
한국 철강산업의 상징격인 포스코 본사가 시위대에 점거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노조원들은 "포스코가 (건설노조) 파업기간 노조 측의 출입문 봉쇄조치에 대해 경찰에 공권력을 요청했고 수차례에 걸쳐 회사 버스를 동원해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파업을 무력화 시켰다"고 주장하며 포스코 측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점거과정에서 경찰과 노조원간의 `적지 않은' 충돌도 있었다.
경찰이 16일 밤 건설노조원들을 강제 해산시키기 위해 진압 대원들을 투입했으나 노조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3시간만에 작전을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가스를 이용해 쇠파이프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도록 자체적으로 마련한 방어장비로 경찰 진압을 저지하고 뜨거운 물세례를 퍼부어 경찰 4명이 화상을 입었다.
점거 농성장 외곽에서도 충돌했다. 건설노조원들을 지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건설산업연맹 소속 등 노동자 1천500여명은 16일 오후 포항시 해도동 형산로터리에서 포스코 본사를 점거중인 건설노조원 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고 이런 와중에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 수십명이 부상했다.
노동자측 부상자 한명은 충돌 이후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포스코는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물과 전기 공급을 끊기 시작했고 음식물 반입도 중단시키는 등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이런 조치로 포스코 본사 건물은 전기, 에어컨, 환풍, 승강기, 수도 등 생활에 필수적인 모든 시설의 가동이 중단됐다.
단전.단수조치에 대해 노조원들은 건물옥상에서 돌과 음식물, 오물 등을 던지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노조원들의 가족들이 음식물 전달을 위해 현장에 몰려드는 장면도 연출됐다.
점거농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와 측면 지지도 잇따랐다.
포항시민 1천500여명은 18일 건설노조 파업에 따른 지역 이미지 훼손과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며 "농성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궐기대회를 열었다.
다음날에는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와 단병호, 이영순 국회의원이 "포스코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포스코, 전문건설업체가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사태의 전환점은 점거농성 8일째인 20일 밤 마련됐다. 노조원들 사이에서 "명분을 찾아 점거농성을 풀고 내려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노조원들은 급격하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장기 농성으로 지친데다 비난여론 고조도 큰 부담이 된 탓이다.
사태가 일주일을 넘겨 장기화되면서 재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여야도 정부의 엄정대처를 주문했고, 청와대까지 나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재확인한 이후 나온 건설노조원들의 반응이었다.
노조원들은 자진해산 의사를 밝히면서 점거참여 노조원 민.형사상 처벌 금지, 노조지도부 선처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요구들이 관철되지 않자 한때 자진해산 의사를 번복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론 백기 투항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무리한 힘의 논리는 상처만 남긴다'는 교훈을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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