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으로 변한 포스코 본사

입력 2006.07.21 (07:59)

경북 포항지역 전문건설 노조원들이 9일에 걸쳐 점거.농성을 벌였던 포스코 본사는 노조원들이 자진 해산한 뒤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1천500여명의 노조원들이 현장을 이탈해 자진해산 한 뒤 경찰과 함께 올라가 본 5층은 계단 입구부터 떼어낸 콘크리트 조각과 돌, 쓰레기, 유리조각 등이 사방에 널려 있었고 잠겨 있어야 할 서류함 등도 열린 채 발견됐다.
특히 계단입구쪽 사무실은 집기 등이 모두 파손되거나 없어지고 옷가지 등이 가득 쌓여 있어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또 일부 계단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구멍이 뚫려 있어 농성 중이던 노조원들이 농성장을 이탈하거나 투석전 등에 대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창고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에는 생수와 라면 수십박스와 대형 LPG용기들, 휴지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이들이 상당한 기일을 더 끌며 농성을 계속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였다.
노조원들이 본사 건물에 대한 전기공급이 중단된 뒤 심야 조명을 위해 비상구 표시등을 깨고 전선을 뽑아내 비상 조명의 동력원으로 사용했던 증거도 발견됐으며, 16일 진압 경찰을 공격했던 사제 화염방사장치도 5층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와 함께 집단 이탈을 앞둔 긴박한 상황을 말해주듯 5층 사무실 곳곳에는 먹다 남은 컵라면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농성자들은 컵라면을 먹던 중 이탈자들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소식을 듣고 식사를 중단한 채 이탈에 합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인지 복도를 물론 사무실 안에도 역한 냄새가 진동을 했고, 화장실 주변은 참기 힘들 정도의 악취가 풍겨났다.
물.전기 공급이 중단된 뒤 노조원들의 사용한 화장실 변기에는 분뇨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노조원들이 형광등을 빼내 건물 외부를 공격할 때 사용한 탓인 지 사무실 천장에 있던 형광등은 최소로 필요한 10여개만 남겨두고 빠진 채 발견됐다.
이 밖에도 창문을 통해 내다 본 건물주변은 노조원들이 먹고 버린 음식물 쓰레기 등이 널려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6층 이상은 아직도 의자와 사무실 집기 등을 끈으로 엮어 만든 바리케이드가 그대로 남아 있어 포스코 본사 건물을 정돈해 정상 운영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농성이 끝난 뒤 대충 둘러봐도 사무실 등 건물 전체가 형편없이 훼손됐다"며 "특히 비교적 시설이 좋은 10-12층의 임원실은 훼손 정도가 다른 층에 비해 휠씬 심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오전 중으로 인력을 대거 투입, 노조원들이 철수한 사무실을 대대적으로 청소해 최대한 빨리 업무를 정상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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