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했던 ‘노조원 엑소더스’ 순간

입력 2006.07.21 (07:59)

20일 오후 노조원들은 노조집행부를 통해 내려갈 경우 최대한의 신변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 때문에 한 노조원은 외부로 전화를 해 "상당수 노조원이 내려갈 예정이니 준비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고, 경찰은 지도부 회의를 거쳐 이들의 집단 이탈에 대비했다.
그러나 안전한 해산을 위해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던 경찰을 진압 작전이 시작된 것으로 오해한 노조원들은 자진 해산 의사를 번복하고 다시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강성 노조원들은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채 아래로 통하는 계단 입구를 지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일부 노조원들은 노조집행부 등 강성 노조원들의 감시를 피해 6층으로 이동한 뒤 배관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고, 이 같은 사실이 농성 노조원들에게 알려지면서 농성장 안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경찰의 해산 설득 방송이 수차례 계속되면서 노조원들의 동요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했고 노조집행부는 조합원에 대한 지휘.통솔력을 상실했다.
집행부가 통솔력을 잃자 노조원들은 내놓고 바리케이드를 치우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농성자들은 배관을 타고 탈출하는 어렵고 위험한 방법 대신 계단을 통해 수십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씩 떼를 지어 아래로 내려왔다.
때문인지 노조원들의 해산이 끝난 5층 사무실에는 아직 완전히 식지 않은 먹다 남은 컵라면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같은 대규모 이탈이 남아있던 강성 노조원들의 투쟁의지도 약화시켜 끝까지 남아서 농성을 계속하자던 노조집행부 등 강성노조원 120여명도 이탈 대열에 합류할 수 밖에 없었다.
이지경 포항전문건설노조 위원장을 비롯해 이번 사태의 핵심 주동자들도 이탈자들과 함께 농성장을 빠져나오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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