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황제’ 해켓, 끝 모를 추락

입력 2007.03.28 (20:51)

수정 2007.03.28 (20:53)

1,500m 金 도전 박태환, 다른 강자들 신경써야

무려 10년 동안이나 장거리 수영 황제로 군림해 온 그랜트 해켓(27.호주)이 제12회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추락하고 있다.
호주 멜버른에서 계속되고 있는 제12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1,500m에서 박태환(18.경기고)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간주됐던 해켓은 28일 오후(한국시간)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자유형 800m 결승에서 7분55초39로 7위에 그쳤다.
해켓은 이 종목 세계기록 보유자. 2003년 우승에 이어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1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해켓은 7분38초65로 세계기록을 세우며 2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당시 대회를 끝으로 어깨 수술을 한 뒤 1년 넘게 운동을 쉬는 바람에 해켓은 이번 대회를 대비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레이스 운영 능력이 뛰어나 해켓이 800m와 1,500m의 왕좌는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날 보여준 해켓의 레이스는 '실망' 그 자체였다.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17초 가량 뒤진 데다 이날 금메달을 차지한 우사마 멜루리(7분46초95)보다 10초 정도나 느렸다. 완영에 성공하긴 했지만 400m 구간 이후 선두권에서 완전히 뒤떨어지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여 오히려 관중들이 민망할 정도였다.
이렇다보니 오는 31일과 다음달 1일 열리는 자유형 1,500m 예.결승에 출전해 2관왕을 바라보는 '마린보이' 박태환(18.경기고)이 해켓을 꺾는 건 더욱 쉬울 전망이다. 이날 레이스로 봐서 해켓은 열여덟 수영천재 박태환을 따라잡기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박태환으로선 해켓만이 경계 대상은 아니다. 자유형 1,500m에서는 10년 동안 '만년 2인자'로 머물렀던 강자들이 일제히 금 사냥에 나서기 때문이다.
작년 기록에서 박태환은 14분55초03으로 랭킹 3위인데 1위인 유리 프릴루코프(14분51초93.러시아), 2위 마테우츠 쇼리모비츠(14분52초76.폴란드)에다 14분45초대의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라슨 젠슨(미국), 데이비드 데이비스(영국) 등이 총출동한다.
어릴 적부터 우상으로 삼아 온 해켓과 제대로 된 대결을 고대했던 박태환으로선 '몰락한 황제'의 뒷모습이 안타까울 수는 있지만 세계에는 해켓 말고도 강자들이 즐비하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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