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숭례문 화재 ‘망연자실’

입력 2008.02.13 (09:13)

<앵커 멘트>

임진왜란과 6ㆍ25전쟁 등 그 숱한 영욕의 역사 속에서도 굳건히 모습을 지켜왔던 국보 1호 숭례문이 소홀한 관리와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사라진지도 만 이틀이 지났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숭례문을 찾고 있다죠?

<리포트>

네, 폐허로 변해버린 숭례문에서는 지금 복원을 위한 철제 가림막 설치 작업이 한창인데요.

폴리스라인까지 설치돼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했지만 지난 6백여 년 동안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기품을 자랑하던 숭례문의 마지막 흔적이라도 보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600년 수도 서울을 지키던 숭례문이 불에 타는 모습입니다.

토지 보상문제로 불을 품은 채 모씨의 어이없는 방화로 인해 다섯 시간 만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볼수록 가슴이 아픈 장면인데요.

<인터뷰> 임지현 : "제 마음은 숭례문의 임종을 지켜본 기분이고, 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나라 잃은 슬픔이 이런것 같아요."

처참한 모습으로 변한 숭례문입니다.

믿기 어려운 모습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분들은 바로 국민들이었습니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폐허로 변한 숭례문으로 하나둘씩 모여들었습니다.

다들 안타까워하며 숭례문의 처참한 모습을 그저 바라만봐야 했습니다.

한 할머니는 끝내 눈물을 훔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시민 : "마음이야 아프지, 600년 세월이 수치스러운거지 국민들이 바보지. 이런거 지켜내지도 못하는데 무슨 IT강국이야..."

후진국가지 피리로 안타까움을 달래며 1인 시위에 나선 분도 계셨습니다.

이 모든게 국민의 잘못된 의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란 생각때문입니다.

숭례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준비해온 음식을 놓고 제를 올리는 분들도 있었습니 다.

<인터뷰> 김연태 : "우리 국보 남대문을 지키지 못한 제도 지내자 해서 나왔습니다."

시민들의 안타까움 속에서도 민족의 자존심이 관리소홀로 붕괴됐다며 시위에 나선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인터뷰> 홍정식(활빈당) : "억장이 무너지고 저희가족 모두 슬픈 사나흘 이었습니다.

가슴도 무너지고 이제는 절망감에 쌓여있고 분노는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붕괴된 숭례문을 가리고 본격적인 철거와 복원작업을 위해 15미터의 가림막이 설치됐는데요.

<인터뷰> 시민 : "이거 하지 말라구요. 치지 말라구요. 불 나가지고 불쌍해 죽겠는데...마음이 아파 죽겠는데...왜 저거 안 보이게 세우냐구요."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들과 전경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관리 소홀 그 자체도 역사인 만큼 처참한 모습 그대로를 공개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잿더미로 변한 모습이나마 간직하려는 마음에 저마다 사진을 찍어 보기도 합니다.

폐허로 변한 숭례문을 옆에 두고 일하는 직장인들의 마음도 하루 종일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하지만 상처받은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영학 : "어떤 때는 일도 손에 안 잡혀요. 생각하면 할수록 참 정말 너무 억장이 무너지고 일이 안잡혀 가지고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외국인들도 안타까운 마음은 우리와 마찬가지인 듯 보였습니다."

<인터뷰> 외국인(캐나다) : "굉장히 끔찍하고 한국의 최고 국보인데 본인이 한국에 굉장히 오래 살았어요. 산지 7년이 다 돼가고 와이프가 한국인인데 본인도 그렇게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기분이 얼마나 끔찍할지 본인도 잘 이해가 된다. 이해를 한다."

숭례문은 그동안 외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문화재였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불타버린 숭례문은 아이들에게는 산교육의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전지민 : "저희들은 엄마를 잃어버린거 같아요. 실제로 보면 옛날에 600년전에 서있는데요. 지금은 망가지고 마음이 아파요 아쉬움을 담은 어린아이들의 편지가 화환 앞에 놓여있었는데요."

매일같이 숭례문을 바라보면서 힘차게 하루를 시작했던 남대문시장 상인들에게는 숭례문의 아픔이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인터뷰> 임민순(상인) : "마음이 너무 안 좋죠. 아프죠. 우리집 불탄 것보다 더 마음이 안 좋아요."

모두들 제 자식이나 어버이를 잃은 것처럼 슬퍼했는데요.

<인터뷰> 박철화(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 "늘 이런 일이 있으면 안타깝고..."

말하자면 관심을 쏟았다가 조금 지나면 잃어버리고 마는데요.

그렇게 지나갈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우리 영혼의 문제이고...우리 민족의 정신의 역사에 핵심과 관련된 것인데 이런 문화재들.

전통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더 소중히 하는 출발점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600년을 한결같이 제자리를 지켜왔던 숭례문.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줄로만 알았던 숭례문을 잃고 충격과 비탄에 빠진 시민들은 가림막 뒤로 사라지려는 숭례문의 마지막 모습이라도 잊지 않으려는 듯 추위 속에서도 폐허로 변한 역사 속 현장을 찾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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