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전술 변화·용병술 ‘재미 톡톡’

입력 2008.02.19 (10:14)

수정 2008.02.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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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허정무호에는 국가대표 경험이 적고 어린 선수들이 많다.
태극전사 22명 중 이번 대회 중국과 1차전(3-2 승)을 포함해 A매치를 10경기 이상 뛴 선수는 김남일(벳셀 고베.77경기)을 비롯해 김용대(광주.18경기), 박주영(서울.23경기), 조원희(수원.17경기), 염기훈(울산.15경기), 이관우(수원.12경기) 등 6명 뿐이다.
나머지는 A매치 경험이 아예 없거나 기껏해야 2-3경기를 뛰었을 뿐이다. 그나마 대부분 허정무호 출범 이후 치렀다.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가 아니라 해외파 주축 선수들을 부를 수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이번 대회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예선 준비의 기회로 삼은 허 감독은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 동안 태극 전사들을 지휘했던 허 감독은 이후 외국인 지도자에게 넘어갔던 대표팀 지휘봉을 7년 만에 다시 넘겨 받았다.
그는 바로 K-리그 현장에서 눈여겨 봐온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이름값에 구애받지 않고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역시 K-리그 제주를 이끌었던 정해성 코치와 김현태 골키퍼 코치의 도움도 한 몫 했다.
K-리그에서 착실히 기량을 닦아온 이들은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바로 부응하기 시작했다.
'골 넣는 수비수' 곽태휘(전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전남에서 허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곽태휘는 고교 시절 왼쪽 눈을 다쳐 시력이 좋지 않은 데다 평발 등 온갖 불리한 조건들을 이겨내면서 마침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는 투르크메니스탄과 월드컵 3차 예선 첫 경기(4-0 승)와 이번 대회 중국전에서 거푸 결승골을 터트려 일약 '허정무호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A매치 경험이 없던 수비수 조용형(제주)도 허정무호 출범 이후 세 경기를 모두 뛰며 대표팀 수비 라인의 한 축을 맡았다.
부임한지 얼마 되진 않지만 선수들의 일장일단을 누구보다 잘 알다 보니 경기 중 전술변화와 용병술도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중국과 1차전에서 박주영을 스리톱의 최전방에 내세웠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원톱을 맡기도 했지만 '타깃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던 박주영은 이날 두 골을 뽑아내며 오랜 골가뭄을 털어냈다.
현 대표팀의 막내인 19세의 구자철(제주)을 역전을 허용한 직후인 후반 17분 바로 투입해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면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고, 고기구(전남)를 투입해서는 결승골을 어시스트 하는 성과를 얻었다. 둘 모두 A매치 출전은 중국전이 처음이었다.
허 감독은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도 전반 40분 염기훈을 빼고 김두현(웨스트 브로미치)을 조기 투입해 4-0 대승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허 감독은 현 대표 선수들의 경험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능력 만큼은 어느 선수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언제까지 경험이 없다고 지적만 하고 앉아있을 순 없다. 이런 경기를 통해 성장을 해야만 한다"면서 "앞으로도 더 많은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직 평가는 이르지만 빛을 보고 있는 허 감독의 용병술. 그가 20일 남북대결에서는 또 어떤 카드를 내보여줄 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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