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정부청사’ 잇단 화재 불안 가중

입력 2008.02.21 (06:23)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된 지 열흘 지난 20일 정부종합청사에 불이 나 심야에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600년 동안 자리를 지킨 국보 1호 숭례문이 무너진 지 열흘 만에 장차관급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이 국가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조정실에서 불이 나자 시민들은 `흉조'라는 생각을 털지 못하는 모습이다.
21일 0시 32분께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5층에서 느닷없이 하얀 연기가 나오면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자 현장에는 종로구ㆍ동대문구ㆍ중구 등지 주민들 수십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청사에서 근무하는 김모(36)씨는 "왜 또..."라며 한숨을 쉬다가 "집에 있다가 걱정이 돼 나왔는데 다친 사람이 없길 바란다. 숭례문도 그렇고 요즘 기괴한 생각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주민 황모(52)씨는 "뉴스를 보고 궁금해서 택시를 타고 왔다"며 "숭례문에 이어 도심에서 자꾸 불이 나는데 관악산 화기(火氣)를 눌러주는 해태상이 광화문 공사 때문에 사라져 그런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종로구 주민 신영선(43)씨는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며 "내가 효자동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숭례문은 작심한 자가 저지른 방화였지만 여기는 경비도 삼엄한데 어떻게 불이 났는지 모를 일이다"라고 말했다.
중구 무학동 주민 윤태용(61)씨는 "화재 원인이 있겠지만 이렇게 중요한 장소들에서 잇따라 사고가 나는 게 불길하다"며 "나라가 좋아지려고 액땜을 하는 건지 국운에 변화가 생겨 이변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이 현장 감식에 착수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중인 가운데 시민들은 소방대원들에게서 `인명피해는 없는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현장에 출동한 한 소방대원은 "불은 그렇게 크지 않았지만 주요 관공서라서 출동한 인원이나 장비가 많았다"며 "숭례문과 정부종합청사를 연결하는 건 분명한 미신이다. 소방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나빠질까봐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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