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호 “사우디 광적 응원 부담되네”

입력 2008.11.18 (15:36)

수정 2008.11.18 (15:45)

"시차와 날씨는 큰 문제가 없는 데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경기장 분위기에 적응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20일(한국시간) 오전 1시35분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사우디아라비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을 이틀 앞두고 객관적 전력 이외의 변수로 사우디 홈팬들의 극성스런 응원에 태극전사들이 위축되지 않고 경기할 수 있느냐를 첫손으로 꼽았다.
1987년 건립된 킹 파드 스타디움은 6만5천명 수용 규모를 자랑하는 매머드급으로 A매치가 있는 때에는 7만명 이상이 입장해 웬만한 원정팀은 분위기에 압도당하기 십상이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여성관중은 찾아볼 수 없고 관중은 전통악기를 이용해 열광적인 응원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우디는 축구를 빼고 이렇다 할 스포츠가 없어 거의 광적이다.
A매치 경험이 많지 않은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축인 허정무호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5년 3월26일 사우디 담맘에서 열렸던 2006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0-2 패배를 경험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이상한 음악소리 때문에 정신적으로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한국은 특히 1989년 10월25일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에서 2-0 승리 이후 19년 동안 6경기 연속 무승(3무3패) 행진을 하며 역대 사우디 상대전적 3승6무5패의 열세에 놓였다. 네 차례 원정에서 첫 대결이었던 1980년 1월30일 친선경기에서 3-1로 이긴 뒤 1무2패로 부진했다. 무더운 날씨 못지않게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이 사우디 격파의 걸림돌로 작용한 셈이다.
이 때문에 대한축구협회와 현지 동포들이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려고 손을 잡았다.
축구협회는 전세기를 띄워 소수 정예의 `붉은 악마' 165명을 급파하기로 했고 교민회도 리야드와 담맘에 거주하는 동포 500여명을 동원해 응원전을 펼친다. 애초 자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여자는 킹파드 스타디움 출입이 허용되지 않지만 교민회는 협의를 거쳐 `이슬람율법을 이해하는 교민 여성 응원자는 입장할 수 있다'는 허락을 얻어냈다.
붉은 악마와 현지 교민들이 스탠드 별도 구역을 차지하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팀 안에서도 사우디 원정경기 경험이 있는 `거미손' 골키퍼 이운재와 주장 박지성, 베테랑 수비수 이영표(도르트문트)를 중심으로 대표팀 막내인 기성용,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서는 이청용(이상 서울), 최전방 공격수 이근호(대구) 등 젊은 선수들에게 극성 응원에 위축되지 말도록 격려를 해주고 있다.
박지성은 "짧은 시간이더라도 경기장에서 연습할 기회가 있어 경기장에 잘 적응하면 홈에서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무 감독도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19년된 무승 징크스를 깰 수 있도록 당당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필승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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