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횃불’ 죽음도 불사하며 쓴소리

입력 2009.02.17 (22:06)

<앵커 멘트>

김 추기경은 우리 시대 '민주화의 횃불' 이기도 했습니다.
죽음을 각오하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고, 늘 약자의 편에 섰습니다.
그의 행복했던 고난을 박주경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1970년대 유신 정권, 그 서슬 퍼런 압제 속에서도 김수환 추기경은 대통령에게 날선 직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이것이 우리나라의 큰 불행을 가져오고, 박 대통령 자신도 불행케 하리라고 말씀드렸다."

부정부패나 독재를 좌시할 수 없다는 그의 일갈은 성명과 시국 미사를 통해 정권의 심장부로 날아들었습니다.

종교는 정치 밖에서 성역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그는 실천하는 신앙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주교들까지 나설 수밖에 없을만큼 우리 사회 문제가 나빠졌다는 설명을 드리곤 했습니다."

사제들이 잇따라 구속되며 성당 '밖'으로 끌려나가고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던 이들은 성당 '안'으로 피신해오던 시절, 그는 민주화 운동가와 노동자, 철거민들을 품으로 끌어 안았습니다.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어디 가서 호소할 데가 없어 성당으로 찾아온 것 같더라. 그냥 내보낼 수가 없었다."

정권이 바뀌는 격변기.

12.12 직후 만난 전두환 보안사령관에게 "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았다"라는 뼈 있는 말을 건넸던 것도 유명한 일입니다.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우리나라의 국권이 총을 만진 사람에게로 왔다갔다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얘기했어요."

1980년의 봄, 그는 광주 그 현장에 서있지 못했던 자신을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故 김수환 추기경 : "정말 흥분된 상태였고, 시민들과 함께 싸우고픈 충동까지도 들었다."

이후에도 고 김 추기경은 1987년 호헌 조치를 비판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6월 항쟁의 한 축을 지탱했고...

역사는 그렇게 진화의 강을 건너 오늘의 시대까지 왔습니다.

질곡 같았던 현대사의 한 복판에서 그가 던졌던 양심의 울림들.

그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늘 삶의 지표였고 깨우침의 목소리였습니다.

KBS 뉴스 박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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