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 일본 타선 떨게한 ‘기싸움’

입력 2009.03.0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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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LG)이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봉중근은 9일 밤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예선전 A조 1,2위 결정전에서 선발투수로 출장해 일본의 강타선을 5⅓ 이닝을 산발 3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1-0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 7일 한국을 상대로 14-2의 `역사적'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두면서 한국 야구에 대한 `무시병(病)'이 다시 도질 뻔하던 일본 야구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이날 호투는 `기싸움'에서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봉중근의 투지가 일궈낸 성과였다. 5만여 관중의 일본팀에 대한 일방적 응원과 콜드게임 승리로 한껏 높아진 일본팀의 분위기에 눌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묻어났다.
봉중근은 1회말 일본의 선두타자 스즈키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서자 와인드업을 하려다 갑자기 두 손을 들어 주심을 불러 무언가 이야기를 나눴다. 이치로가 타석에 들어서면 열광적인 환호성과 함께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일본 관중의 `응원 관행'이 투구에 방해가 된다는 뜻으로 보였다.
한바탕 기싸움 끝에 봉중근은 한일전에서 3안타를 폭발시켰던 이치로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며 기분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봉중근은 2번 나카지마를 상대할 때에는 초구를 던지기 전에 투수판에서 내려와 발을 풀며 타자의 호흡을 빼앗았다.
7일 한국전에서 무려 4타수3안타를 친 강타자라는 점을 의식한 플레이였다. 나카지마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2회 5번 이나바를 상대로 던진 초구는 타자 머리 위로 날아갔다. 깜짝 놀란 이나바는 주저앉았지만 공은 타자 방망이에 맞으며 파울이 됐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타자의 기선을 제압하는 효과는 있었다.
이나바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봉중근의 기싸움은 4회에 절정을 이뤘다. 안타로 1루에 살아나간 나카지마에게 견제구를 던지다 보크가 선언되자 2루심을 찾아가 이유를 묻는 모습을 연출했다. 무사 주자 2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결코 상황에 눌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봉중근은 5번 이나바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 1루에서 잡아내 4회를 마무리짓고 나서는 왼손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국내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봉 세리머니'였다.
지난 시즌 국내 무대 2년차를 맞아 뛰면서 빈약한 팀 타선에도 불구하고 11승8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려 `역시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봉중근은 이날 메이저리거 못지않은 호투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인 한국 야구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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