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중계 협상 결렬, 케이블 방송 중단

입력 2009.04.17 (21:47)

수정 2009.04.17 (22:40)

스포츠전문 케이블 TV 4사가 프로야구 중계방송을 18일부터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중계권 대행사인 에이클라가 "다음 주 중으로 다른 편성채널을 통해 야구를 중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SBS 스포츠를 대표로 한 KBS N, MBC ESPN, Xports 등 케이블 스포츠전문 채널 4사는 17일 오후 에이클라와 최종협상이 결렬된 뒤 4사 대표이사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18일부터 중계방송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포츠채널들은 '프로야구 중계 중단은 전적으로 KBO와 에이클라의 무리한 계약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며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광고수입이 급감했음에도 KBO와 에이클라가 3년간(2008∼2010) 맺은 고액의 중계권 계약 탓에 케이블 방송사로서는 도저히 중계권료와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에이클라가 방송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작한 중계화면을 인터넷과 IPTV에 유상으로 제공하면서 방송사의 고유권한인 영상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KBO가 직접 중재에 나서주기를 바랐다.
이에 대해 홍원의 에이클라 대표는 "케이블 채널 4사가 중계 중단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KBO에 중재를 요청한 것은 우리와 협상 테이블을 접은 것이다"면서 "18~19일 TV 중계가 없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내주 중으로 최대한 빨리 다른 편성 채널을 찾아 전파를 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케이블 4사가 공히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요구 사항이 담긴 문건을 내게 준 적도 없다. 어떤 방송사는 IPTV 문제를 거론하고 어떤 방송사는 중계권료가 높다는 것만 지적하는 등 각 사마다 태도가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중계 중단 발표는 협상에서 손을 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협상 결렬 후 '에이클라가 중계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케이블 4사의 주장에 대해 홍 대표는 "그런 적이 없다. '중계를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방송의 원천 소스와 현장음은 어느 나라에서도 스포츠 단체 고유 권한'이라면서 저작권은 KBO에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에이클라가 스포츠채널 4사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4월17일까지 협상이 결렬되면 이후 추가 협상 기간은 없고 4월11일부터 17일까지 4사가 중계한 내용에 대해서는 에이클라가 경기당 일정 금액을 스포츠채널에 중계권료로 청구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스포츠채널 4사는 '더 이상 중계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해석했고 다른 쪽에서는 '중계하지 말라는 말은 안 했다'고 맞선 셈이다.
홍 대표는 일단 보도자료를 통해 '스포츠 케이블 4사의 편성 요청이 있다면 임시 편성기간을 1주일간 더 연장해 협상할 의지가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에이클라는 금주 2차 협상을 통해 케이블 채널 4사에 실질적으로 부담금액이 지난해(16억원)보다 낮아진 회사당 14억원을 제시한 반면 케이블 채널 4사는 10억원 수준을 고집, 평행선을 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클라에 대행 계약을 맡긴 KBO가 중재에 나서더라도 사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중계권료는 KBO를 거쳐 결국 각 구단에 분배되기에 8개 구단이 야구라는 콘텐츠 가격을 일부러 낮게 책정할 리 만무하다. WBC로 폭발한 야구 열기에 비해 중계권료가 현실적으로 낮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KBO가 할 수 있는 중재란 결국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이 중계권료와 제작비가 비싸 야구를 중계할 수 없다면 중계권을 다른 편성 채널에 양보하라는 수준 밖에 될 수 없다.
에이클라는 다른 편성 채널과 계약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기존 케이블 4사가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어 당장 새 돌파구가 열릴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처지가 다른 케이블 4사끼리의 담합이 깨질 공산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케이블 4사 중 야구 콘텐츠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채널이 개별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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