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리포트] 편지에 담은 마음

입력 2009.05.26 (21:00)

<녹취> "언제나 곁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빈자리가 더 크다고 느껴집니다."

<녹취> "소탈하고 순박했던 당신의 미소 잊지 않겠습니다."

<녹취> "너무 늦게 믿게 돼서 죄송합니다."

<앵커 멘트>

못다한 말들…

이렇게 떠날 줄 모르고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말들이 이제 글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휘감고 있는 노란 리본뿐만이 아니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 내음을 그리며 써내려간 편지들입니다.

<리포트>

지하철역 모퉁이에서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습니다.

가슴은 먹먹해지고 눈에는 눈물이 고입니다.

<녹취>김성윤(서울시 영등포동): "당신은 위대하고 훌륭하고 무엇보다 양심적인 대통령이셨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천국에선 마주보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밝은 표정의 아주머니.

애써 지은 웃음이었습니다.

편지를 써내려 가다 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인터뷰>유경숙(서울시 신월동): "손이 떨려요."

조문객의 발길이 뜸해진 이른 아침.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은 학생이 미리 써온 추모 편지를 읽어내려 갑니다.

<녹취>박수경(고등학교 3학년): "고위공직자라는 신분과 학생의 신분을 벗어던지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했을 때 당신은 너무나 큰 존재입니다. 살아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도 저에게는 앞으로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뜻하지 않았던 절절한 편지는 잠시 눈물을 거뒀던 상주들의 가슴을 또 한 번 울립니다.

<녹취>박수경: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편히 쉬세요. 당신은 떠났지만, 저희는 당신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열기는 분향소에서 거리로, 지하철 역사로, 소리 없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호주머니를 털어 신문에 추모광고를 낸 사람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 다르지만 추모하는 마음은 하나입니다.

<현장음>"동해물과 백두산이~"

지난 2003년 노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불러 화제를 모은 팝페라 가수 임형주 씨.

취임식에서 불렀던 애국가를 마지막 가시는 길에 다시 한번 불러 드린다며, 멀리 해외에서 애도의 글을 써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녹취> "언젠가 제가 쑥스러워 말없이 인사만 꾸벅 드렸을 때 먼저 환하게 미소 지으시며 말을 걸어주신 일 저는 다 기억합니다."

당신께서는 제 마음속 영원한 어른이셨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이들의 부치지 못한 편지는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번져가는 추모 열기와 함께 고인의 마지막 길을 수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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