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볼트, 73년 만에 환생한 오웬스

입력 2009.08.19 (08:32)

수정 2009.08.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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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최고 스타는 단연 '번개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23.자메이카)이다.
17일(한국시간) '세기의 대결'로 불린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58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찍고 단거리 3관왕을 향해 힘차게 출발한 볼트는 경기장 안팎에서 팬을 몰고 다닌다.
올림피아슈타디온에 설치된 카메라는 볼트가 경기장에 올 때, 레이스를 뛰기 전 취하는 몸짓 등을 빠짐없이 담고자 부지런히 움직인다.
팬들은 볼트가 소개될 때마다 다른 선수들이 민망하게 느낄 정도로 엄청나게 큰 환호성을 보낸다.
단거리는 물론 다른 종목에서도 볼트에 필적할 만한 스타가 없기에 그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73년 전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의 육상 영웅인 제시 오웬스(미국)가 누렸던 인기와 비슷하다.
둘 다 흑인인 오웬스와 볼트는 닮은 점이 많다. 오웬스가 베를린에서 73년 만에 볼트로 환생한 느낌도 준다.
둘 다 23살의 나이에 베를린 땅을 밟았고 정상에 올랐다.
오웬스는 아리안 민족우월주의 광풍 속에 치러진 베를린올림픽에서 100m와 200m, 400m 계주, 멀리뛰기 등 4관왕에 등극, 나치 치하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히틀러는 흑인인 오웬스를 무시했지만 당시 올림피아슈타디온을 가득 메운 11만여 팬은 오웬스에 열광했고 길에서 사인을 받기도 했다.
흑인 차별이 존재했던 미국대표팀에서는 여전히 찬밥 신세였으나 오웬스는 베를린에서는 백인과 같은 호텔에서 묵을 수 있는 특혜를 받기도 했다.
올림픽 직전 독일의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인 아디다스의 창업자 아디 다슬러가 올림픽 선수촌을 방문, 오웬스에게 자사 제품 신발을 신어달라고 요청했고 이게 곧 아프리카 출신 미국 흑인에게 최초로 제공된 후원 계약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웬스가 인종 장벽을 넘어 베를린에서 인생 최고의 절정을 누렸다면 볼트는 같은 장소에서 세계신기록으로 독주시대를 열어갈 채비를 마쳤다.
오웬스처럼 다국적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푸마로부터 후원을 받는 볼트는 21일과 23일 열리는 200m와 400m 계주에서 사상 다섯 번째 3관왕을 꿈꾼다.
각 종목 우승상금이 6만달러인데다 세계신기록을 세우면 10만달러씩 보너스를 더 챙길 수 있어 볼트로서는 놓칠 수 없는 찬스다. 볼트는 100m 우승으로 16만달러를 이미 받았다.
3관왕을 달성해 최강을 확인한 뒤 볼트는 오웬스처럼 내년 이후 '4번째 종목'인 400m에 도전할 생각이다. 400m 세계기록은 마이클 존슨(미국)이 세운 43초18로 10년째 요지부동이나 '괴물' 볼트가 뛰어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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