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지휘 세리모니, 팬 서비스”

입력 2009.10.11 (08:23)

수정 2009.10.11 (08:26)

KBS 뉴스 이미지
"지적으로 보이고 싶어 바이올린을 켜는 골 세리머니를 했다. 혼자 환호하는 것보다 팬 서비스를 위해 연구했던 것이다. 서정원 코치가 두 번째 골을 넣으면 지휘하는 세리머니를 하라고 제안해 그렇게 했다."
200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두 경기 연속 골을 사냥했던 `왼발 달인' 김보경(20.홍익대)이 구수한 입담으로 좌중을 웃겼다.
11일(한국시간) 한국 청소년 대표팀의 결산 인터뷰가 진행된 이집트 수에즈 아인소크나의 선수단 숙소인 스텔라디마레 그랜드호텔 내 2층 기자회견장.
홍명보 감독과 김민우(19.연세대)에 이어 세 번째 인터뷰 대상자로 나선 김보경에게 골 세리머니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보경은 지난 3일 미국과 조별리그 C조 3차전 때 1-0으로 앞선 전반 42분 두 번째 골을 넣고 나서 붉은악마 응원단이 바라보이는 벤치 앞으로 달려가 바이올린을 켜는 듯한 골 세리머니를 했다. 왼쪽 무릎을 꿇은 김보경은 오른손으로 바이올린을 잡고 왼쪽 손으로 연주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의 간판 골잡이인 알베르토 질라르디노가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미국과 E조 조별리그 2차전 때 했던 골 세리머니를 그대로 흉내 낸 것이다.
그는 "지적으로 보이고 싶었다. 단순히 환호하는 것보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뭘 할지 연구하다 보니 질라르디노 선수의 세리머니가 멋져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일날이었던 6일 파라과이와 16강 후반 10분 3-0 승리를 이끄는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고 나서 지휘자가 지휘하는 듯한 모습을 했다. 그는 "서정원 코치가 이번에는 지휘를 하는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내 생각도 같았다"며 골 세리머니 배경을 설명했다.
선수 중 분위기 메이커가 누구냐는 말에 "선수 중에는 없고 김태영 코치가 선수들을 잘 웃긴다"며 엉뚱한 대답을 했고 스타 플레이어가 없지 않으냐는 지적에 "스타 감독과 스타 코치가 있어 스타 선수가 와도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전담 키커' 특명을 받아 세트피스 상황에서 날카로운 슈팅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나를 `왼발 마술사'라고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왼발잡이지만 오른발을 같이 쓰기 때문에 양발잡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과 서정원 코치, 김태영 코치의 특징도 소개했다.
그는 "홍명보 감독님이 청소년 대표팀을 맡는다는 말을 듣고 무섭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장난도 잘 치신다. 진지할 때는 진정한 마음으로 대한다. 서정원 코치는 없어선 안 될 분이다. 김태영 코치는 진지하게 이야기할 때 오히려 웃음이 나와 참으려고 노력한다"고 소개했다.
파라과이와 16강 때 옐로카드를 받는 바람에 경고 누적으로 가나와 8강에 뛰지 못했던 그는 "경기 전날 선수들이 내가 4강에서 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축구가 마음만 가지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졌어도 동료를 격려하고 칭찬해줬다"면서 "벤치에 앉아 동료에게 물을 떠다 주거나 볼을 가져다주지도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어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학 선수지만 K-리그든 일본의 J-리그든 프로로 진출해 많은 경험을 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