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위세’…서비스업 ‘아우성’

입력 2009.10.28 (06:17)

대기업에 근무하는 류모(30.여) 씨는 최근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체코 등으로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려고 여행사에 선금을 걸고 예약했다가 신종플루 걱정 때문에 취소했다.
주부 이모(36) 씨는 "7살짜리 아이가 감기 증세를 보여 영어학원을 1주일 쉬려고 했으나 신종플루가 걱정돼 아예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D유치원은 원생 6명이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자 휴원했다.
국내 한 대형 리조트에는 기업 워크숍 같은 단체행사가 줄어들고 있다. 이 리조트 관계자는 "신종플루가 퍼지면서 단체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28일 서비스업계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신종플루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면서 단체행사가 속속 연기.취소되고 입시학원을 제외한 일반학원, 여행사 등 서비스업종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 학원.유치원.어린이집 `울상'
서울 서초구 A어학원은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은 원생이 있는 학급에 대해 1주일간 수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체 유치부 원생 300명 중 감기 증세 등이 있는 30여명은 등원하지 않고 있다.
해외연수를 다녀온 학생이 많은 이 어학원은 지난달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해 휴원하기도 했다.
지난달 신종플루 확산을 우려해 5일간 휴원한 경기도 안양의 C영어유치원은 원생 200여명 중 감기 등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긴 원생 20여명을 집에서 쉬도록 했다. 서울 송파구 B어학원도 마찬가지다.
이들 학원 관계자는 "추석 이후 신종플루가 빠르게 퍼지면서 휴원하는 학생이 많아져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6일 현재 전국 8천400여개 유치원 가운데 10곳이 공식 휴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휴원은 아니더라도 유치원이나 학원 등에서 원생들이 결석하는 풍경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육아 카페에도 신종플루 때문에 당분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고모(37)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당분간 수영 강습에 보내지 않는 것을 생각 중"이라며 "주변에선 아예 수강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해외여행에 `직격탄'..음식.숙박업 `불똥'
지난 주말 미국이 신종플루 확산과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내에서도 사망자가 늘어나자 여행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부 양모(31)씨는 다음 달 생애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동남아로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가 신종플루가 확산되자 취소했다.
양 씨는 "해외에서 급속도로 신종플루가 퍼지고 있어 여행을 가기가 불안하다"며 "국내 여행으로 바꾸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갑자기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어 이마저도 여의치않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9월 이후 해외여행을 떠난 고객이 예년의 50% 수준"이라며 "지난 주말 이후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투어 관계자도 "이달 중순부터 해외여행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는데 미국의 비상사태 선포 등으로 다시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투어는 해외여행 고객이 급감함에 따라 10월에 직원들의 근무체제를 종전 주 5일에서 주 4일로 바꿨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영업에 주력하는 여행사와 중소형사의 경우 신종플루의 타격을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일부 늘어나고 있지만 중.고교 수학여행 등 단체여행은 줄어들고 있다. 단체여행이 위축되면서 관광지의 숙박업소 역시 울상을 짓고 있다.
일반 음식점도 불똥이 튈까 걱정하고 있다. 음식업중앙회 영등포지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음식업은 신종플루보다 경기 위축의 영향을 받았지만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각종 행사나 모임을 자제할 것으로 보여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대형마트는 반사이익
대형 유통업체는 신종플루 확산으로 개인위생용품 판매가 급증하는 등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3일간 롯데마트 영업점에서 신종플루와 관련해 팔린 개인위생 용품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5% 정도 늘어났다.
롯데마트 측은 "대형 마트는 생필품을 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방문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종플루가 유행하기 시작했던 지난 8월부터 개인위생용품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은 신종플루보다는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과 계절적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10월 들어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면서 겨울 의류나 가전제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는 매장을 직접 찾기보다는 온라인 쇼핑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온라인 여성커뮤니티 `이지데이' 회원 2천682명에게 `신종플루 확산 이후 쇼핑패턴이 어떻게 달라졌냐'고 묻자 35.4%가 `매장을 직접 방문하기보다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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