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시위의 메달 박탈 ‘쉽지 않다’

입력 2012.08.13 (19:32)

수정 2012.08.13 (19:32)

 올림픽에서 지금까지 메달이 박탈된 사례는 총 51건이다.



이 51건 중에는 나이를 속인 사례가 1건, 판정 등 결과에 대한 항의로 시상식에서 메달 던졌다가 박탈된 사례가 2건이고 나머지 48건은 약물 복용(1건은 알코올섭취) 때문이다. 정치적 시위 등의 이유로 메달을 박탈당한 경우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올림픽에서 정치적 시위로 제재를 받은 경우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승에서 1, 3위로 골인한 미국의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인종 차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시상식에서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하늘로 내뻗는 행동을 취했다가 선수촌에서 쫓겨나는 제재를 받았지만 메달을 박탈당하지는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펴낸 징계 규정(2011년판)에 따르면 선수 혹은 선수단은 올림픽 헌장이나 도핑방지 규정 외에도 IOC, 국제경기연맹(IF),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서 정한 규정을 어겼을 때 징계를 받는다.



일반법규를 위반하거나 행실을 바르지 못했을 때(any form of misbehaviour)도 징계가 적용될 수 있다.



이처럼 IOC가 올림픽에서 선수, 혹은 선수단에게 징계를 내리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지난 사례를 돌이켜봤을 때 약물 복용 외의 이유로 메달이 박탈된 뒤 다시 돌려받지 못한 경우는 다음 3가지뿐이다.



레슬링의 아라 아브라하미안(스웨덴)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시상식에서 메달을 내팽개쳤다가 페어플레이 정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돼 동메달을 뺏겼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 역도 동메달리스트인 이브라힘 사마도프도 다른 두명의 선수와 같은 성적을 기록했으나 체중 차로 동메달에 그치자 메달을 집어던지고 시상식 도중 나가버려 메달을 반납해야 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에서 동메달 획득한 덩팡샤오는 나이가 출전 기준연령인 16세보다 낮은 14세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했다.



뺏긴 메달을 돌려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스웨덴의 헤비급 복서 잉게마르 요한슨은 1952년 헬싱키올림픽 복싱 결승에서 상대 에드 샌더스(미국)를 도망 다녔다는 이유로 은메달을 박탈당했다.



요한슨은 도망 다닌 게 아니라 상대 선수를 지치게 만들려는 전략이었다고 항변했고 1982년 메달 돌려받았다.



1964년 인스브루크 동계올림픽에서는 피겨스케이팅 은메달을 딴 독일의 마리카 킬리우스와 한스-위르겐 바움러가 프로스케이팅 계약을 했다는 혐의로 메달 박탈당했지만 1987년 돌려받았다.



한편 몇몇 메달리스트들은 절도, 모욕 등의 행위로 제재 위기에 처했지만 메달을 박탈당하지 않는 등 IOC의 징계 기준은 많은 부분 애매하다.



블라디슬라프 코자키에비츠(폴란드)는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소련 선수와 우승을 다투면서 홈 관중들로부터 심한 야유를 받았다. 코자키에비츠는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자신에게 야유를 퍼부은 소련 관중에게 `주먹 감자' 제스처로 앙갚음을 했다.



당시 소련 대사관이 '소련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코자키에비츠의 메달을 박탈할 것을 폴란드에 요구하자 폴란드 정부는 코자키에비츠가 주먹을 들어 보인 것이 "팔에 쥐가 나서 무의식적으로 취한 행동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수영 계영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건 트로이 댈비와 동료는 경기 후 하얏트호텔에서 술을 마시다 벽에 걸려 있는 석고 사자상을 훔쳤다가 한국 경찰에 특수절도 혐의로 체포됐다.



'장난삼아 가져간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 댈비는 대표팀에서 쫓겨나고 18개월 출전 정지를 당했지만 메달은 박탈당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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