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올림픽 D-12] 나경원 “대회 홍보 안돼”

입력 2013.01.17 (07:30)

수정 2013.01.18 (10:01)

"홍보가 안 돼서 죽고 싶을 지경이에요. 의미가 깊은 대회인데…."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대회 개최를 12일 앞두고 성화 채화 행사에 참석하고자 그리스 아테네를 찾은 조직위 나경원 위원장이 16일(현지시간) 아테네의 한 호텔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대회를 더 잘 알리려고 열을 올려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장애인에게 스포츠 선수로 뛸 기회를 제공해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데 의미를 두는 대회다. 선수의 성적보다는 참가에 더 많은 의의가 있다.

나 위원장은 이 대회를 통해 지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회가 코앞에 닥쳤어도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

시각·지체장애 등 신체장애인이 뛰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과 지적장애인을 위한 스페셜올림픽이 어떻게 다른지 아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비장애인이 실력을 겨루는 일반 올림픽과 스페셜올림픽의 차이를 아는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나 위원장은 "때때로 사람들이 내가 2018년에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착각해 김진선(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그만둔 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테네에서 열리는 성화 채화 행사에 나 위원장이 참여한 것은 대회를 더 널리 알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아테네에서 태어난 불꽃이 성화봉송 주자와 함께 우리나라 곳곳을 돌 거예요. 희망을 상징하는 이 불꽃이 평창에서 성화로 타오르고 난 뒤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적장애인이 어깨를 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9년부터 스페셜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나 위원장은 정부 지원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도 이번 대회를 준비한 것에 대해 스스로 감동할 때가 있다고 했다.

성사되기 어려울 뻔했던 유치도 그가 직접 전선에 뛰어들어 개최권을 땄고, 이번 대회의 슬로건 '투게더 위캔(Together We Can)'도 나 위원장이 직접 만들었다.

아웅산 수치 여사 등 국제 인사를 초청해 지적장애인에 대한 국제 공조를 약속하는 '스페셜올림픽 국제 서밋'을 개최하기로 한 점이나 아직 한 번도 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저개발 국가에 출전 기회를 제공한 점 등은 그가 꼽는 '잘한 점'이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나 해냈다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 때도 있다"며 "며칠 전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스페셜올림픽 준비를 잘해 달라고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나 위원장이 스페셜올림픽에 열정을 쏟은 것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딸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나 위원장은 "위원장의 딸이 대회에 출전하면 주위의 눈총을 받을까 봐 경기에는 출전시키지 않았다"며 "엄마 때문에 딸이 손해를 자주 본다"며 웃었다.

그는 지적장애인을 가진 모든 어머니들을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엄마들이 창 장합니다. 지적장애인을 가진 어머니들은 어디에 가도 마치 죄지은 것처럼 어깨가 움츠러들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이번 대회를 통해 인식이 바뀌고 또 제도가 바뀌면 엄마들의 어깨가 가벼워지길 바랍니다. 엄마들, 어깨 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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