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키프로스 문제로 십자포화 신세

입력 2013.03.19 (08:44)

수정 2013.03.19 (09:18)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독일 주도로 키프로스에 이례적인 조건부 구제안을 제시했다가 역내 외로부터 십자포화를 당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사국인 키프로스는 물론 앞서 구제받은 포르투갈의 대통령도 "상식이 빠진 매우 위험스러운 조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실수였다"면서 "수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실토했다.

키프로스에 자국 돈 200억 달러가 예금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예금 과세가 "위험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급기야 미국까지 나서 1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공정하고 책임 있는 해결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유로존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런 전방위 압박 속에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9일 새벽 전화로 긴급 접촉해 "10만 유로 미만 예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으로 AFP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애초 합의는 10만 유로 이상에는 9.9%, 그 이하 예금에는 6.7%의 세금을 각각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유로존은 18일 시작된 키프로스 은행의 휴업이 최소한 2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이처럼 긴급 '유턴'했다고 블룸버그가 분석했다.

포르투갈의 아비날 실바 대통령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실바는 18일 로마에서 포르투갈 TV와의 회견에서 "유럽이 매우 위험한 길로 가고 있다"면서 "때론 상식이 어디론가 가버린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포르투갈은 120억 유로의 구제 금을 할당받았으나 아직 100% 사용하지 않고 있다.

카를로스 코스타 포르투갈 중앙은행장도 지난 18일 키프로스 예금 과세가 "일회성으로 다른 유로(위기) 국에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따라서 "포르투갈 예금자는 흔들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펙터 재무장관은 유로 재무회담 결정이 '성급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이날 유럽 미래를 논의하는 빈의 패널에 참석해 "유로 재무회담의 지난 주말 합의가 신뢰 회복을 위한 큰 버클을 채운 것"이라고 표현했다.

펙터는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이 "합의를 거부했고, 키프로스도 모두가 반대한다"면서 따라서 "소액 예금자를 위한 손질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로 그룹(유로 재무장관 회담) 의장을 지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도 패널에서 키프로스 소액 예금자에게 과세하는 것이 "전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로 재무회담이 "지금 손질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재무부도 끼어들었다.

재무부는 19일 성명에서 잭 루 재무장관이 유럽 측과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면서 "키프로스 구제가 공정하고 책임 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래야만 "현지 금융 시스템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자기네가 '왕따'가 된 것에 불쾌감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이 키프로스 조건부 구제를 "위험한 것"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안톤 실류아노프 재무장관은 유로존이 예금 과세 안을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그는 "(키프로스 문제에서) 공조하기로 앞서 유럽 측과 합의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번 조치는 사실상의 대출 구조 조정"이라고 지적했다.

키프로스 예금 700억 유로 가운데 거의 절반이 외국인 소유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200억 유로가 러시아 계좌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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