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사태 ‘찻잔 속 태풍’인가”

입력 2013.03.19 (09:13)

수정 2013.03.19 (09:19)

키프로스 사태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인지는 은행예금 부담금 부과 여부에 달렸다고 19일 증시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지난 주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나온 키프로스 구제금융지원안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권의 뱅크런 우려를 자극하며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키프로스 당국이 비거주자를 포함한 모든 은행 계좌에 6.75∼9.9%의 손실부담금을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의 은행예금 부담금이 금융시장의 불안 강도를 좌우할 것"이라며 "구제금융 제공 조건에 부담금이 들어가면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에서 처음 도입되는 은행예금 부담금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로존 위기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연구원은 "국민 불만과 뱅크런 현상이 확산하자 키프로스 정부가 부담금을 낮추는 내용의 수정안을 유로존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앞으로 은행예금 과세 문제가 어떤 식으로 합의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키프로스 사태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글로벌 증시가 단기 조정될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로존 국가들이 금융 불안을 원치 않기 때문에 은행예금 부담금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이상재 연구원은 키프로스 은행예금 부담금 부과는 경제적 요인보다는 러시아의 불법자금을 겨냥한 정치적 색채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키프로스는 은행산업 규모가 2011년 기준으로 GDP의 835%를 차지하고 있다. 키프로스 은행권 예금잔액(680억유로)의 40∼50%가 비거주자 소유로, 대부분의 자금이 돈세탁을 원하는 러시아 예금주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창구가 여전히 열려 있는 만큼 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해도 금융기관의 신용경색이 재발할 위험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허재환·서대일 KDB 대우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으로 나타난 키프로스 사태는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경우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경제 규모가 크지 않고 조세피난처라는 특성, 그리고 정부 재정위기보다는 금융기관 위기의 성격이 큰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사태는 긴 호흡에서 보면 유로존 문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두 연구원은 지적했다.

이들은 "긴축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키프로스 사태를 빌미로 반(反) 유로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유럽 내 통합 논의가 어려워질 수 있고 유로존에 대한 신뢰도 다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키프로스 같은 소규모 국가에까지 예금자들의 고통 분담을 요구한 것은 EU의 자금지원 여력이 많지 않거나 트로이카(IMF, EU, ECB)의 긴축에 대한 입장이 그다지 유연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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