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볼펜 봐도…” 충격패 설욕 다짐

입력 2013.06.03 (07:46)

수정 2013.06.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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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포인터만 봐도 살이 부르르 떨리는 선수들이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수문장 정성룡(28·수원 삼성)도 그런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다.

정성룡은 2011년 11월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5차전에서 1-2 패배를 맛봤다.

그는 경기 내내 관중이 눈을 겨냥해 쏘아대는 레이저 불빛과 싸워야 했다.

가끔 시야가 흐려질 때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짜증이 나서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한국은 이런 극성 응원에 위축돼 충격패를 당했다.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던 조광래 감독도 이를 빌미로 경질됐다.

당시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레바논 베이루트를 다시 찾은 정성룡은 3일 "볼펜에 달린 레이저 포인터만 봐도 레바논의 악몽이 떠오른다"며 "이제는 그런 충격을 털어버릴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5일 새벽에 열리는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6차전을 앞두고 이미지트레이닝에 열중하고 있다고 최근 일상 훈련을 소개했다.

마음속에 있는 울퉁불퉁한 그라운드 위에 올라 관중 함성, 폭죽 소음을 들으며 눈을 스쳐가는 레이저 불빛을 기술적으로 회피한다.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의 열악한 그라운드 사정, 악명 높은 응원전, 홈 텃세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근호(28·상주 상무)도 '레바논 트라우마'를 털어내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그는 "2011년 패배는 생각하기도 싫다"면서도 "레바논에 한 차례 호되게 당한 것이 이번 경기를 준비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근호는 경기장 환경, 그라운드 사정, 레바논 선수들의 특색 등을 동료에게 설명하며 선수단 전체의 이미지트레이닝을 돕고 있다.

그는 "너무 급하게 경기하려고 우왕좌왕하다가 레바논에 참패했다"며 "이번에는 침착하게 긴장하면서 경기를 풀어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21·함부르크)과 지동원(22·아우크스부르크)도 레바논 참사를 초래한 장본인이다.

손흥민은 당시 선발 출전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후반에 지동원과 교체됐다.

지동원, 손흥민은 너무 어린 데다가 경험해보지 못한 위압적인 환경 때문에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흥민은 "그때는 내가 너무 어리고 위축돼 몸도 느려졌다"며 "이번에는 빚을 갚을 생각으로 각오를 아주 단단히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동원은 "패배의 자리에 함께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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