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소치 감동 시킬 ‘두 가지 그리움’

입력 2013.12.05 (22:32)

수정 2013.12.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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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23)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준비한 '올림픽 프로그램'이 모두 베일을 벗었다.

김연아는 4∼5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대회의 두 차례 공식 훈련에서 쇼트프로그램인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와 프리스케이팅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를 차례로 공개했다.

두 프로그램은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끝내기로 한 김연아가 펼치는 마지막 연기이기도 하다.

과거 김연아의 연기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확연히 다른 정서를 드러내곤 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공통적으로 같은 정서가 흐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리움'이다.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는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A Little Night Music)'의 삽입곡으로, 중년의 여주인공이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뒤 회한 섞인 감정을 담아 부르는 노래다.

재치 있는 비유가 돋보이는 원곡에는 약간의 유머도 섞여 있지만, 2분50초의 짧은 시간에 필수 과제를 소화하며 이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김연아는 애절한 그리움에 초점을 맞춰 해석했다.

큰 반전 없이 흐르는 음악 위에서 우아한 몸짓으로 시종 하나의 감정선을 유지, 강렬한 캐릭터를 즐길 수 있던 예전의 쇼트프로그램과 달리 차분하게 분위기에 젖으며 감상할 수 있게 프로그램이 짜여졌다.

프리스케이팅의 기본 정서도 비슷하다.

'아디오스 노니노'는 아르헨티나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대표 작품 중 하나로, 아버지를 여읜 뒤 슬픔 속에서 만든 추모곡이다.

그만큼 일반적으로 탱고의 정열적인 분위기 이면에 다시 볼 수 없는 핏줄을 향한 그리움이라는 묵직한 정서가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김연아가 7년 전 시니어에 데뷔하면서 선보인 '록산느의 탱고'와 달리 전체적인 연기도 조금 더 차분해진 느낌이다.

김연아는 "아버지를 향한 추모곡인 만큼 쇼트프로그램과 비슷하게 그리움을 담았고, 아버지와의 행복한 시간을 회상하는 감정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두 프로그램에 담긴 정서가 같다고 해서 연기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잔잔한 쇼트프로그램과 달리 프리스케이팅에는 탱고 특유의 열정적이고 강한 느낌이 살아 있다.

쉽지 않은 리듬에 맞춰 온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스텝 시퀀스에서는 그리움으로만 한정할 수 없는 김연아의 다양한 매력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특히 한쪽 다리를 앞으로 굽힌 채 양 팔을 교차하는 엔딩 동작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007 권총 포즈' 처럼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강한 인상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약간씩 다른 느낌으로, 두 가지 버전의 그리움을 준비한 셈이다.

선수로서의 마지막 시즌에 '그리움'이라는 하나의 감정으로 두 번의 연기를 아우른 김연아의 프로그램은 팬들에게 남다른 감회를 남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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