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혹독하게 우승? 훈련량 줄였는데…”

입력 2014.03.02 (19:48)

수정 2014.03.0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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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강도가 줄었는데…"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이정철(54) 감독이 억울한 듯 말했다.

이 감독은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해 NH농협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훈련량을 줄였다"고 호소했다.

이 감독은 여자 배구에서 가장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우승 확정 뒤 인터뷰실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강훈련'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필요한 훈련을 시키는 게 사령탑의 임무다. 예전에는 혹독하긴 했다"라고 말하면서도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에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훈련하기도 했고, 양적으로도 혹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기업은행 선수들은 "훈련량은 비슷했던 것 같은데"라고 반박하면서도 "그래도 예전보다 화를 참으시는 모습이 보이더라. 실수해도 차분하게 말씀하시니까 오히려 강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본인과 선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시즌 이 감독은 분명히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진짜 승부'가 다가올수록 냉혹한 승부사 기질이 드러난다.

이 감독은 "지난달 23일 GS칼텍스와 경기에서 0-3으로 패하고 이틀 뒤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이기긴 했지만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김희진을 크게 혼냈다"고 털어놓은 뒤 "혼날 때는 참던 김희진이 조금 달래주려고 하니 눈물을 흘리더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결과에 대한 보상은 한다"면서 "하지만 결과를 만들기 전까지는 내 방식을 믿어달라"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2012-2013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에 따른 보상으로 '화'를 줄인 이 감독은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하자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을 돌아보며 "지난 시즌 28경기에서 단 한 번도 선발 출전한 적이 없는 수비형 레프트 채선아가 이번 시즌에는 매 경기 선발로 나섰는데 기대 이상의 수비력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기록만 봐도 알지 않나. 채선아는 이번 시즌 숨은 최우수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1980년생 세터 이효희가 이번 시즌 기량이 더 늘었다. 위기 때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국내 선수들을 활용하며 팀 분위기까지 끌어올리더라"라며 "내가 생각하는 정규시즌 MVP는 이효희다. 투표 부탁드린다"고 이효희를 위해 '선거 유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칭찬은 여기까지.

이 감독은 이제 통합 2연패를 위해 자신과 선수들을 다시 다그쳤다.

그는 "아직 정규리그 두 경기가 남았다"며 "실전만큼 좋은 훈련은 없다. 남은 정규리그에서도 쉽게 경기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이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다"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선수단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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