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크림 장악 ‘굳히기’…서방 외교 압박은 계속

입력 2014.03.04 (09:54)

수정 2014.03.04 (09:54)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에 애초 알려진 것보다 많은 1만6천명을 파병, 주요 국경과 군사시설에 배치하는 등 크림반도 장악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흑해함대가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해군에 항복을 권유하는 최후통첩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흑해함대는 보도 내용을 공식 부인했다.

서방은 유럽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소집해 러시아에 군사 개입을 중단하라는 외교적 압박을 계속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자국민 보호' 명분으로 계속 관여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갈등이 계속되면서 러시아 증시가 하루 새 12% 가까이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러시아군 1만6천명 이미 크림반도에…크림 자치공화국 러시아시간 채택 검토 = 우크라이나 유엔 대표부는 3일 안보리에 보낸 편지에서 이미 1만6천명의 러시아군이 크림반도에 파병됐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6천명보다 많은 규모다.

지금까지 크림 반도에 별다른 군사적 충돌은 없었지만 '총 한 발 쏘지 않고' 러시아가 이곳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크림자치공화국 국경 검문소와 군사시설, 여객선 터미널은 모두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대변인은 러시아 흑해 함대가 있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에 협약 조건을 어기고 러시아 전함 4척, 헬기 13대, 수송기 8대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군이 크림반도 일부 지역에서 휴대전화가 불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케르치 해협에 다리를 건설하기로 한 계획을 조속히 추진하라는 명령을 발표했다. 이 다리 건설 계획은 우크라이나 전 정부와 러시아가 합의한 것이다.

크림자치공화국 의회는 "현재 시간이 신체 리듬과 맞지 않다"며 표준시간을 모스크바 표준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이타르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자치공화국이 따르는 우크라이나 시간은 모스크바 표준시와 두시간 차이가 난다. 공화국 의회는 여론 수렴 후 5월30일께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핀란드 국경과 가까운 서부 비보르크 외곽 키릴로프스키 훈련장을 찾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군사훈련을 참관했다. 푸틴은 별다른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인테르팍스 통신은 흑해함대 사령관 알렉산드르 비트코가 "4일 새벽 5시(현지시간·그리니치 표준시 기준 오전 3시)까지 항복하지 않으면 크림반도에 주둔 중인 모든 우크라이나 해군 부대들을 상대로 실제 공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지만 흑해 함대 대변인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가디언과 BBC 등 영국 언론은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을 전하면서 크림반도는 사실상 러시아군에 장악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서방 외교장관 회의·유엔 안보리 소집 = 서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미 1만6천명의 러시아군이 크림반도에 파병됐다는 우크라이나 유엔 대표부의 편지가 회람됐다. 러시아는 자국으로 도피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질서유지를 위해 러시아군을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내전으로 치닫고 있고 특히 크림반도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며 "평화와 법질서, 정통성과 안정성을 세우기 위해 러시아 군을 활용할 것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요청한다"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성명을 회의에서 발표했다.

서맨서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계 주민이 위협받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파워 대사는 이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조사팀 선발대가 3일 밤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 논의를 위해 회의를 긴급 소집, 러시아와 비자 면제 협상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오는 6일에는 긴급 EU 정상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EU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러시아와 서방의 의견 차가 있지만 정치적 방법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풀기에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증시 폭락·금융시장 요동…경제적 여파 '불투명' = 이날 러시아 증시의 RTS 지수는 11.80%나 폭락했다.

러시아 흑해함대가 우크라이나에 최후통첩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뉴욕증권거래소(NYSE)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200포인트 이상 떨어졌지만 흑해함대가 부인하자 낙폭이 줄어 153.68포인트(0.94%)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역시 증시 지수가 1∼3%대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우크라이나와 유로존 사이의) 금융과 무역의 연관성은 작은 규모"라며 "전반적으로 볼 때 경제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정학적 차원에서는 이번 사태가 실질적인 연관성과 통계 수치를 초월하는 상황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태가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를 유발할 수 있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변경시킬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모가 크지 않고 미국이 보유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채권이 많지 않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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