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와 ‘사무라이 블루’의 숙명의 결승전

입력 2016.01.27 (14:54) 수정 2016.01.2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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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아시아 최종 예선을 겸한 23세 이하 아시아 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카타르를 시원하게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류승우가 선제골을 넣었고 1대 1이던 후반 막판 권창훈과 문창진이 연속골을 터트려 개최국 카타르에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얻었다.

[연관 기사] ☞ 올림픽 대표팀, 3-1로 카타르 제압…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위업

특히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본선에 오르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역사가 이루어진 곳이 카타르 도하라는 것도 마치 운명적이다. 93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북한을 3대 0으로 이기고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고정운이 믿기 힘든 일본의 무승부 소식에 펄쩍펄쩍 뛰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맞이했던, 이른바 ‘도하의 기적’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이영표가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경기장도 도하의 바로 이곳이었다. 따라서 이 승리 자체로도 정말 짜릿하다.

올림픽 축구 한일전올림픽 축구 한일전


그러나 우리를 더욱 흥분시키는 것은 마지막 승부, 결승전의 상대가 일본이라는 사실이다. 한일전은 선수는 물론 우리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경기 이상의 경기이기 때문이다. 도쿄대첩을 승리로 이끈 이민성의 결승 골이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홍명보의 마지막 승부차기 득점 만큼이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것은 역시 상대가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애칭인 '붉은 악마'와 일본의 공식 별명인 '사무라이 블루'의 대결은 상상만으로도 흥분되고 기대된다.

[연관기사] ☞ 역대 한일전 빛낸 ‘영웅들’…활약상은?

'백중지세' 멈춘 시간을 잡아라!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승 1무를 한 뒤 8강에서 요르단, 4강에서 카타르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12득점 3실점. 일본 역시 12득점을 했고 실점은 2점이다. 비슷한 기록이다. 한국이 권창훈과 문창진, 김현과 류승우 등 다양한 선수들이 득점에 가세한 것처럼 일본도 3골을 넣은 쿠보 유야와 2골의 쇼야 나카지만 등 다양한 득점 루트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패싱게임과 조직력의 수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팽팽한 기 싸움은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후반 막판에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특히 막판 집중력과 득점력이 막강하다.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 골을 터트려 2대 1로 이겼다. 이란과의 8강전에서는 연장에만 3골을 넣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다행히 이라크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막바지에 실점하고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도 후반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져 위기에 빠졌던 신태용호는 4강전에서 살아났다. 1대 1이던 후반 43분과 후반 추가시간에 연속골을 넣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전후반 90분의 시간이 멈추고 찾아오는 단 몇 분의 추가시간이 운명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이 멈춘 시간을 잡는 팀이 챔피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객관을 넘어서는 주관의 파괴력

한일전은 단순한 한 경기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선수들의 욕구는 다른 경기보다 훨씬 강하다. 꼭 이기라는 국민의 요구도 더 강력하다. 런던 올림픽 독도 세리머니처럼 민감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독도 세리머니독도 세리머니


한일전에는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결정적인 변수가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정신력' '투혼'이라고 부른다. 많은 전문가들은 득점과 실점, 점유율과 공격 방향, 패스 성공률과 포메이션 등 과학적인 분석과 함께 정신력을 승패를 가를 주요 변수라고 말한다.

모든 경기에서 객관적인 요소와 주관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특히 한일전에서는 정신력이 객관적인 전력보다 더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카디프의 기억

웨일스의 카디프에서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 3~4위전에서 구자철 등 우리 선수들은 초반부터 일본 선수들을 거칠게 대했다. 과격한 몸싸움과 도발적인 설전으로 상대를 자극했다. 이러한 태도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투혼이 만들어낸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분위기를 장악한 한국은 박주영과 구자철의 연속골로 2대 0으로 승리해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당시 경기장 기자석에 있던 기자는 더 이상 '객관적인' 기자가 아니었다. 주위의 시선을 무시한 채 만세를 부르고 눈가가 촉촉해진 것은 한일전이었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따라서 올림픽 출전권의 획득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던 이번 대회 최고의 빅매치는 이제 한일전으로 변했다. 두 팀 모두 올림픽 본선 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만나기에 김빠진 경기가 아니라 최고의 빅매치가 된 것이다.

비장하게 동시에 냉정하게

이처럼 한일전의 분위기는 언제 어디서 열리든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우리의 자랑스러운 젊은 선수들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K리그를 비롯한 소속팀으로 돌아가 그라운드를 누비며 팬들과 만나야 한다. 여름에는 브라질에서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래서 한일전에 임하는 비장한 결의는 당연하지만, 동시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경기를 즐기는 지혜도 함께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 봐 온 우리 선수들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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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27 14:54:23
    • 수정2016-01-27 22:31:06
    취재K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아시아 최종 예선을 겸한 23세 이하 아시아 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카타르를 시원하게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류승우가 선제골을 넣었고 1대 1이던 후반 막판 권창훈과 문창진이 연속골을 터트려 개최국 카타르에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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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본선에 오르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역사가 이루어진 곳이 카타르 도하라는 것도 마치 운명적이다. 93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북한을 3대 0으로 이기고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고정운이 믿기 힘든 일본의 무승부 소식에 펄쩍펄쩍 뛰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맞이했던, 이른바 ‘도하의 기적’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이영표가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경기장도 도하의 바로 이곳이었다. 따라서 이 승리 자체로도 정말 짜릿하다.

올림픽 축구 한일전


그러나 우리를 더욱 흥분시키는 것은 마지막 승부, 결승전의 상대가 일본이라는 사실이다. 한일전은 선수는 물론 우리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경기 이상의 경기이기 때문이다. 도쿄대첩을 승리로 이끈 이민성의 결승 골이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홍명보의 마지막 승부차기 득점 만큼이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것은 역시 상대가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애칭인 '붉은 악마'와 일본의 공식 별명인 '사무라이 블루'의 대결은 상상만으로도 흥분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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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지세' 멈춘 시간을 잡아라!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2승 1무를 한 뒤 8강에서 요르단, 4강에서 카타르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12득점 3실점. 일본 역시 12득점을 했고 실점은 2점이다. 비슷한 기록이다. 한국이 권창훈과 문창진, 김현과 류승우 등 다양한 선수들이 득점에 가세한 것처럼 일본도 3골을 넣은 쿠보 유야와 2골의 쇼야 나카지만 등 다양한 득점 루트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패싱게임과 조직력의 수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팽팽한 기 싸움은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후반 막판에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특히 막판 집중력과 득점력이 막강하다.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 골을 터트려 2대 1로 이겼다. 이란과의 8강전에서는 연장에만 3골을 넣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다행히 이라크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막바지에 실점하고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도 후반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져 위기에 빠졌던 신태용호는 4강전에서 살아났다. 1대 1이던 후반 43분과 후반 추가시간에 연속골을 넣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전후반 90분의 시간이 멈추고 찾아오는 단 몇 분의 추가시간이 운명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이 멈춘 시간을 잡는 팀이 챔피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객관을 넘어서는 주관의 파괴력

한일전은 단순한 한 경기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선수들의 욕구는 다른 경기보다 훨씬 강하다. 꼭 이기라는 국민의 요구도 더 강력하다. 런던 올림픽 독도 세리머니처럼 민감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독도 세리머니


한일전에는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결정적인 변수가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정신력' '투혼'이라고 부른다. 많은 전문가들은 득점과 실점, 점유율과 공격 방향, 패스 성공률과 포메이션 등 과학적인 분석과 함께 정신력을 승패를 가를 주요 변수라고 말한다.

모든 경기에서 객관적인 요소와 주관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특히 한일전에서는 정신력이 객관적인 전력보다 더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카디프의 기억

웨일스의 카디프에서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 3~4위전에서 구자철 등 우리 선수들은 초반부터 일본 선수들을 거칠게 대했다. 과격한 몸싸움과 도발적인 설전으로 상대를 자극했다. 이러한 태도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투혼이 만들어낸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분위기를 장악한 한국은 박주영과 구자철의 연속골로 2대 0으로 승리해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당시 경기장 기자석에 있던 기자는 더 이상 '객관적인' 기자가 아니었다. 주위의 시선을 무시한 채 만세를 부르고 눈가가 촉촉해진 것은 한일전이었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따라서 올림픽 출전권의 획득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던 이번 대회 최고의 빅매치는 이제 한일전으로 변했다. 두 팀 모두 올림픽 본선 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만나기에 김빠진 경기가 아니라 최고의 빅매치가 된 것이다.

비장하게 동시에 냉정하게

이처럼 한일전의 분위기는 언제 어디서 열리든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우리의 자랑스러운 젊은 선수들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K리그를 비롯한 소속팀으로 돌아가 그라운드를 누비며 팬들과 만나야 한다. 여름에는 브라질에서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래서 한일전에 임하는 비장한 결의는 당연하지만, 동시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경기를 즐기는 지혜도 함께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 봐 온 우리 선수들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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