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추모시가 노래로 부활…제자리 머문 노동 현장 현실 비판

입력 2020.09.17 (21:31) 수정 2020.09.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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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일주일 일하다 숨져간 노동자 현황 살펴봅니다.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한 지난 10일부터 어제까지 사망 노동자 16명입니다.

이렇게 일하다 숨지진 않았어도, 일하다 다치거나 질병을 얻은 노동자들,

지난해에만 10만 명이 넘습니다.

산재 이후의 삶은 어떨까요?

최근에 발표된 논문입니다.

산재 이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 노동자들을 분석했습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2천 796 명이 삶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같은 연령대 경제활동인구보다 2배 높은 비율입니다.

무엇이 이들의 삶의 의지를 꺾었을까요,

역시 경제적 어려움이었습니다.

산재 노동자의 소득, 사고 이후 5년 동안 평균 14% 이상 줄었고, 특히 임시직은 27% 줄었습니다.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일을 하고 싶어도, 원래 직장으로 돌아간 경우는 절반에 불과하고, 5명 중 한 명 꼴로 사고 후 3년 동안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우리 산재보험 제도가 좀더 보완돼야 한다는 얘긴데요,

그제 병을 얻은 지 16년 만에 삼성 반도체 노동자에게 산재 인정의 길을 열어준 재판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산재보험의 목적은 일터의 위험을 사회 전체가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하다 죽지 않게, KBS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그 쇳물 쓰지마라"

10년 전 제철소 용광로에 빠져서 숨진 노동자를 추모한 시의 제목입니다.

최근 이 시가 노래로 거듭나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 여기 관심을 호소하고 나선 가수 하림 씨를 정연욱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 쓰지 마라."]

2010년 9월, 충남 당진의 한 철강공장에서 용광로에 추락해 숨진 20대 노동자, 그 청춘을 삼켜버린 용광로 속 쇳물로 아무것도 만들지 말자는 애절한 추모입니다.

사고 직후 뉴스 댓글 창에 올라와 널리 알려졌던 시를 가수 하림 씨가 10년 만에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자신을 예술노동자로 정의하며, 곡을 쓴 첫 번째 이유로 '동질감'을 꼽았습니다.

[하림 : "계속 힘든 일 하게 만들고.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고. 그런 안타까움은 늘 갖고 있었죠."]

노래로 전하고 싶었던 또 하나의 메시지는 10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는 노동 현장의 현실.

이 문제의식을 널리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SNS를 중심으로 '함께 노래하기 챌린지'가 진행 중입니다.

함께 노래하기의 첫 번째 참여자,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였습니다.

[김미숙 : "안전에 대한 권리가 있어야 되는데 그게 없어서 죽은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고 그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이 노래도 만들어졌고."]

견고한 현실의 벽에 작은 균열이라도 내야겠다는 의지가 만들어 낸 시와 노래,

[하림 : "꿈쩍하지 않는 큰 회사들도 아마 사람들이 무서워서라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까."]

일하다 죽어선 안 된다는, 절박한 외침이 돼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두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게~"]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이호/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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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전 추모시가 노래로 부활…제자리 머문 노동 현장 현실 비판
    • 입력 2020-09-17 21:31:12
    • 수정2020-09-18 08:30:55
    뉴스 9
[앵커]

지난 일주일 일하다 숨져간 노동자 현황 살펴봅니다.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한 지난 10일부터 어제까지 사망 노동자 16명입니다.

이렇게 일하다 숨지진 않았어도, 일하다 다치거나 질병을 얻은 노동자들,

지난해에만 10만 명이 넘습니다.

산재 이후의 삶은 어떨까요?

최근에 발표된 논문입니다.

산재 이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 노동자들을 분석했습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2천 796 명이 삶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같은 연령대 경제활동인구보다 2배 높은 비율입니다.

무엇이 이들의 삶의 의지를 꺾었을까요,

역시 경제적 어려움이었습니다.

산재 노동자의 소득, 사고 이후 5년 동안 평균 14% 이상 줄었고, 특히 임시직은 27% 줄었습니다.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일을 하고 싶어도, 원래 직장으로 돌아간 경우는 절반에 불과하고, 5명 중 한 명 꼴로 사고 후 3년 동안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우리 산재보험 제도가 좀더 보완돼야 한다는 얘긴데요,

그제 병을 얻은 지 16년 만에 삼성 반도체 노동자에게 산재 인정의 길을 열어준 재판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산재보험의 목적은 일터의 위험을 사회 전체가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하다 죽지 않게, KBS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그 쇳물 쓰지마라"

10년 전 제철소 용광로에 빠져서 숨진 노동자를 추모한 시의 제목입니다.

최근 이 시가 노래로 거듭나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 여기 관심을 호소하고 나선 가수 하림 씨를 정연욱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광염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 쓰지 마라."]

2010년 9월, 충남 당진의 한 철강공장에서 용광로에 추락해 숨진 20대 노동자, 그 청춘을 삼켜버린 용광로 속 쇳물로 아무것도 만들지 말자는 애절한 추모입니다.

사고 직후 뉴스 댓글 창에 올라와 널리 알려졌던 시를 가수 하림 씨가 10년 만에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자신을 예술노동자로 정의하며, 곡을 쓴 첫 번째 이유로 '동질감'을 꼽았습니다.

[하림 : "계속 힘든 일 하게 만들고.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고. 그런 안타까움은 늘 갖고 있었죠."]

노래로 전하고 싶었던 또 하나의 메시지는 10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는 노동 현장의 현실.

이 문제의식을 널리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SNS를 중심으로 '함께 노래하기 챌린지'가 진행 중입니다.

함께 노래하기의 첫 번째 참여자,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였습니다.

[김미숙 : "안전에 대한 권리가 있어야 되는데 그게 없어서 죽은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고 그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이 노래도 만들어졌고."]

견고한 현실의 벽에 작은 균열이라도 내야겠다는 의지가 만들어 낸 시와 노래,

[하림 : "꿈쩍하지 않는 큰 회사들도 아마 사람들이 무서워서라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까."]

일하다 죽어선 안 된다는, 절박한 외침이 돼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두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게~"]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이호/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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