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바다, 80년 뒤엔 ‘국산 김’ 사라진다!

입력 2021.09.07 (21:34) 수정 2021.09.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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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 취재진의 수중 탐사로 본 바다 온난화 실태, 어제(6일)에 이어 이틀 연속 보도합니다.

바다 수온이 1.23도 상승하면서 우리 바다의 풍경은 물론, 어종 분포도 크게 바꿔놨습니다.

​방어는 제주도에서 동해로, 갈치는 남해에서 서해로 터를 옮겼고, 그 자리에는 아열대성 어종이 차지했습니다.

2,100년까지 우리 바다가 6도 이상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우리 바다의 수산물 지도가 통째로 바뀌게 되는 건데, 문제는 없을까요?

먼저 김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수출 규모만 6천 9백억 원 어치.

1등 한류 식품, 김입니다.

늦가을부터 양식을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여러 차례 수확을 하며 명품 김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이런 김 양식도 날로 뜨거워지는 우리 바다에서 머지 않아 사라질 수 있습니다.

"김과 미역, 해외에 양식장을 이전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년 전 내놓은 백서 내용입니다.

이런 경고는 바로 기후 위기 때문입니다.

지난 50여 년 간 국내 바다는 1.23℃ 뜨거워졌습니다.

현재 추세라면 10년 뒤에는 1℃, 80년 뒤 6℃ 가까이 오르게 됩니다.

여름철 고수온 탓에 양식 시작 시기는 늦춰지고, 겨울은 짧아져 수확 횟수까지 줄어들면 양식 자체를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 이뿐 아닙니다.

동해에서 잘 자라던 명태를 북쪽으로 밀어 올리기도 하고, 오징어는 아예 겨울철 서식지가 동해에서 서해로 바뀌었습니다.

"냉대성, 온대성 어종이 줄어드는 대신 아열대성 어종이 늘면 어업에는 문제없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식용으로는 못 쓰는 생태계 교란종이 급속히 자라면서, 우리 어민들이 생업의 원천으로 삼는 토종 어패류의 서식 공간을 잠식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피해는 벌써 우리 어장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유령멍게'가 대표적인데요.

잡초처럼 굴이나 가리비 서식지를 침범해 연안 양식을 황폐케 합니다.

기후 위기가 현실화 된 국내 바다를 박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바다 온난화 피해 현실화…양식장 파고 든 ‘유령멍게’

드넓게 펼쳐진 바다 양식장.

물속에서 가리비 통발을 걷어 올리자, 있어야 할 가리비 대신 투명하고 위 아래가 뚫린 원통 모양의 생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유령 멍게입니다.

식용으론 불가능한 유령 멍게가 가리비 키우는 통발에 들어와 번식한 겁니다.

가리비만 가득 찬 통발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양식 어민 : "가리비가 먹어야 할 것을 이 녀석(유령 멍게)들이 먹어버리니까요. 성장에 방해되는 거죠."]

인근의 굴 양식장, 물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밧줄마다 달린 굴의 사이사이를 보니, 이곳에도 유령멍게가 다닥다닥 붙었습니다.

여름철 하루 500개씩 알을 낳는 왕성한 번식에 굴 양식장은 황폐화 됐습니다.

[최성진/양식 어민 : "자포자기할 때가 많죠. 저절로 죽겠지 이러고. (1년 내내 볼 수 있는 거예요?) 지금은 거의 1년 내내 보는 것 같아요."]

이 유령멍게는 점점 따뜻해지는 국내 연안에서 서식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데요. 양식장 피해가 커지자 4년 전, 해양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됐습니다.

수온 적응력이 높아 겨울이면 잠시 사라졌다가도, 수온이 따뜻해지면 다시 세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택준/삼육대 동물생명자원학과 교수 : "유령멍게는 수온의 내성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굉장히 번성하게 되면 우리나라 생물 다양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바다 온난화는 오징어잡이 어민들에게도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이 배는 밤 사이 오징어 4백여 마리를 잡았는데, 살아 있는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수온 17도에서 19도 사이에 사는 오징어가 수온이 높아진 바닷물로 채운 수조에 담기니, 육지로 오기도 전에 폐사한 겁니다.

[김대환/어민 : "냉각기를 돌려도 몇 마리 못살려요. 많이 살리면 한 40마리씩? 60마리, 40마리 이렇게 살고."]

바다 온난화로 우리 어업이 입은 피해의 규모는 집계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조정석 홍성백 송혜성/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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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워지는 바다, 80년 뒤엔 ‘국산 김’ 사라진다!
    • 입력 2021-09-07 21:34:49
    • 수정2021-09-24 16:36:22
    뉴스 9
[앵커]

KBS 취재진의 수중 탐사로 본 바다 온난화 실태, 어제(6일)에 이어 이틀 연속 보도합니다.

바다 수온이 1.23도 상승하면서 우리 바다의 풍경은 물론, 어종 분포도 크게 바꿔놨습니다.

​방어는 제주도에서 동해로, 갈치는 남해에서 서해로 터를 옮겼고, 그 자리에는 아열대성 어종이 차지했습니다.

2,100년까지 우리 바다가 6도 이상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우리 바다의 수산물 지도가 통째로 바뀌게 되는 건데, 문제는 없을까요?

먼저 김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수출 규모만 6천 9백억 원 어치.

1등 한류 식품, 김입니다.

늦가을부터 양식을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여러 차례 수확을 하며 명품 김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이런 김 양식도 날로 뜨거워지는 우리 바다에서 머지 않아 사라질 수 있습니다.

"김과 미역, 해외에 양식장을 이전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년 전 내놓은 백서 내용입니다.

이런 경고는 바로 기후 위기 때문입니다.

지난 50여 년 간 국내 바다는 1.23℃ 뜨거워졌습니다.

현재 추세라면 10년 뒤에는 1℃, 80년 뒤 6℃ 가까이 오르게 됩니다.

여름철 고수온 탓에 양식 시작 시기는 늦춰지고, 겨울은 짧아져 수확 횟수까지 줄어들면 양식 자체를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 이뿐 아닙니다.

동해에서 잘 자라던 명태를 북쪽으로 밀어 올리기도 하고, 오징어는 아예 겨울철 서식지가 동해에서 서해로 바뀌었습니다.

"냉대성, 온대성 어종이 줄어드는 대신 아열대성 어종이 늘면 어업에는 문제없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식용으로는 못 쓰는 생태계 교란종이 급속히 자라면서, 우리 어민들이 생업의 원천으로 삼는 토종 어패류의 서식 공간을 잠식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피해는 벌써 우리 어장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유령멍게'가 대표적인데요.

잡초처럼 굴이나 가리비 서식지를 침범해 연안 양식을 황폐케 합니다.

기후 위기가 현실화 된 국내 바다를 박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바다 온난화 피해 현실화…양식장 파고 든 ‘유령멍게’

드넓게 펼쳐진 바다 양식장.

물속에서 가리비 통발을 걷어 올리자, 있어야 할 가리비 대신 투명하고 위 아래가 뚫린 원통 모양의 생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유령 멍게입니다.

식용으론 불가능한 유령 멍게가 가리비 키우는 통발에 들어와 번식한 겁니다.

가리비만 가득 찬 통발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양식 어민 : "가리비가 먹어야 할 것을 이 녀석(유령 멍게)들이 먹어버리니까요. 성장에 방해되는 거죠."]

인근의 굴 양식장, 물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밧줄마다 달린 굴의 사이사이를 보니, 이곳에도 유령멍게가 다닥다닥 붙었습니다.

여름철 하루 500개씩 알을 낳는 왕성한 번식에 굴 양식장은 황폐화 됐습니다.

[최성진/양식 어민 : "자포자기할 때가 많죠. 저절로 죽겠지 이러고. (1년 내내 볼 수 있는 거예요?) 지금은 거의 1년 내내 보는 것 같아요."]

이 유령멍게는 점점 따뜻해지는 국내 연안에서 서식지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데요. 양식장 피해가 커지자 4년 전, 해양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됐습니다.

수온 적응력이 높아 겨울이면 잠시 사라졌다가도, 수온이 따뜻해지면 다시 세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택준/삼육대 동물생명자원학과 교수 : "유령멍게는 수온의 내성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굉장히 번성하게 되면 우리나라 생물 다양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바다 온난화는 오징어잡이 어민들에게도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이 배는 밤 사이 오징어 4백여 마리를 잡았는데, 살아 있는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수온 17도에서 19도 사이에 사는 오징어가 수온이 높아진 바닷물로 채운 수조에 담기니, 육지로 오기도 전에 폐사한 겁니다.

[김대환/어민 : "냉각기를 돌려도 몇 마리 못살려요. 많이 살리면 한 40마리씩? 60마리, 40마리 이렇게 살고."]

바다 온난화로 우리 어업이 입은 피해의 규모는 집계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조정석 홍성백 송혜성/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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