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리포트] ⑪ 은행 고졸 채용 5년, 능력은 대졸 못지 않다지만…

입력 2016.03.07 (07:05) 수정 2018.07.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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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남 부럽지 않게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들의 고졸 행원 채용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경부터 정부의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활성화 정책에 맞춰 은행들은 고졸 채용을 시작했다. 은행별로 규모는 차이가 있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70명 이상을 채용한 은행은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이다.

취재팀이 인터뷰한 새내기 은행원 4명은 은행의 고졸채용 전형을 뚫고 당당히 입사한 사람들.

배윤호(23) 씨는 대학이라는 간판보다는 실리를 택한 경우다. 공고 기계과에 다닌 그는 당초 중소기업 취업을 생각했다. 그러다 친한 선배가 석유공사에 당당히 합격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봉사활동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고3 때는 전교회장을 하며 준비했다. 은행 시설관리요원으로 입사한 그는 지금은 서울 신설동 지점에서 창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이달(3월) 회사 지원으로 서울시립대 경영학과에 들어가 ‘주경야독’하며 배움의 꿈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말 은행의 ‘좁은 문’을 통과한 송지은(20)씨는 여상 금융경영학과를 다니면서 은행 취업을 준비했다. 상고를 나오신 아버지 뒤를 이어 대학 진학보다는 실업계 고교를 자연스럽게 선택했다.

김민혜(21)씨의 꿈은 원래 영화감독. 중학교 내신 20%만 받는 한 여대 병설 미디어고등학교에 간 것도 그런 이유였다. 고교를 다니면서 그녀의 꿈은 금융권 취업으로 바뀌었다. 대학을 가겠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뭘 공부해야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배우고 싶은게 생기면 대학은 천천히 갈 생각이다.

하지만 이들 ‘고졸’ 취업 성공담은 극히 일부의 사례일 뿐이다.

송지은 씨는 “여상에서는 대개 취업을 준비하다가 실패하면, 일부는 특성화고 수시 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다”며 “취업에 성공했어도 대부분 중소기업에 들어 간다”라고 소개했다.

더구나 은행의 경우 남자 고졸 취업자에게는 불모의 땅이다. 창구 업무의 특성상 뽑는 인원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말 은행 입사한 성공한 최홍준(20)씨는 “내가 다닌 특성화고에서도 많은 친구들이 은행 입사를 희망했지만, 합격자는 거의 없었다. 남자에게 은행은 너무 좁은 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의 고졸 채용 인원은 많게는 100명을 넘고 있지만 대부분 남자 채용인원은 10명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은행들은 최근 고졸 채용 인원을 줄이며 뒷걸음치고 있다. 이명박(MB) 정부시절 정부 정책에 따라 많은 수를 뽑았던 은행들 중 일부는 슬그머니 고졸 채용 인원을 축소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의 경우 2012년 120명의 고졸 행원을 뽑았다며 대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내고 홍보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15명 선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졸 행원들의 업무 태도나 능력은 대졸 못지 않다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IBK기업은행 홍보팀 송인범 과장은 “고졸 행원들의 근무 성적이 대졸 못지 않다는 사내 평가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회사는 매년 고졸 채용 규모를 70명선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취업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취업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늘어나는 고졸 취업

우리나라의 취업시장에서 고졸 취업이 대졸취업보다 상황이 낫다는 것은 통계상에도 나타난다.

통계청의 실업률 통계를 보면 고졸이나 중졸 학력의 실업률은 개선 추세다. 2006년과 2016년의 1월 실업률을 보면 대졸자의 경우 3.1%에서 3.6%로 상승했다. 반면 고졸자(4.6→4.2%)와 중졸(3.8→3.2%)의 경우 실업률이 떨어졌다.



직장이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를 보면 대졸 이상은 341만명. 10년전인 2006년 1월(221만명)에 비해 54%나 증가했다. 반면 고졸 취업은 상대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같은 기간 고졸 출신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8.9% 증가에 그쳤다. 사회 전체적으로 일자리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졸보다 고졸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청년층에서 대졸자에 비해 고졸자의 취업수가 더 크게 증가하는 현상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고용은 고졸인력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졸자와 고졸자의 실업률 곡선이 정반대를 향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정부의 정책도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도입해 선취업, 후진학 체제를 지원하고 있다. 취업을 목적으로 한 특수 목적 고등학교라고 할 수 있는 마이스터고와 3학년 때 취업을 위한 현장실습을 하게 되는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지난 2009년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9년 16.7%에 불과했던 취업률이 매년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지난해 46.6%까지 상승한 것이다.

또 위의 사례에서 보듯 공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의 고졸 채용 확대를 독려하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졸의 상대적 약진은 역설적으로 경제성장률 둔화가 더 큰 이유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 경제성장 활력이 저하되면서 전체적인 일자리 수요가 떨어지지만 특히 제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 둔화가 뚜렷하다.

LG경제연구원 고기영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제조업이 서비스업보다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서비스업이 발달하면서 대졸자가 설자리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고졸취업은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의 고졸 취업 개선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체 청년 일자리의 하향 평준화 가능성이다.

고졸 일자리의 질적인 개선도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졸자와는 차이가 크다.

2014년 기준으로 상용직 종사 비중은 청년 고졸자가 50.5%인 반면, 청년 대졸자는 76.6%에 달했다.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청년 고졸자는 7.2%에 불과했지만, 대졸자는 16.7%로 2배 이상 높았다. 대학을 가지 않으면 대졸자에 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절반 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 높은 취업률은 허수?

더구나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높은 취업률에도 허수가 끼어있다는 지적도 있다. 취업률은 높지만 일자리의 질은 간과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감사원은 지난해 부산 교육청에 '특성화고 현장실습 지도·감독 부적정'을 통보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현장실습이 제한된 업체에 학생들을 파견하거나 현장실습 협약과 배치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수차례 적발됐기 때문이다.

고기영 연구원은 “고졸 취업자수 증가는 학력 미스매치가 줄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저부가가치 부문으로 청년 노동인구가 이동하면서 미스매치가 해소된다면 이는 전체 청년 일자리 하향 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대학 진학률을 낮추고, 직업 교육 강화를 고졸 채용 확대는 정책적으로 더욱 노력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청년 대졸자의 높은 실업률을 볼 때 우리 사회의 학력 미스매치 정도는 여전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7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1위다.



이같은 과도한 고학력화는 노동 진입 시기를 늦춰 인적 자본의 축적을 줄일 뿐 아니라 학력 미스매치를 심화시켜 청년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를 양산하고 인적 자본의 손실을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정부는 “대학 진학률이 현재의 절반 정도로 줄어야 이상적"(이준식 사회부총리)이라는 시각하에 대학진학률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학력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을 임금, 취업 측면에서 실질적인 대학 메리트가 감소해도 승진, 인간관계 등에서 학력에 따라 차별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로 대학을 나와야 된다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팽배하다. 이런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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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리포트] ④ “33살, 대학 3학년생”…빚 때문에 졸업도 못해
☞ [청년 리포트] ⑤ “청춘은 슬픔? 백지?”…혼돈의 청년들
☞ [청년 리포트] ⑥ “왜 모두 대학 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 [청년 리포트] ⑦ 대학 대신 내 길 갔지만…“고졸로 살기 쉽지 않아요”
☞ [청년 리포트] ⑧ “취업 때까지는 연애하지 않을 겁니다”
☞ [청년 리포트] ⑨ “공감한다…청년 행복한 나라 만들어야”
☞ [청년 리포트] ⑩ ‘대딩이냐 공딩이냐’…당신의 선택은?
☞ [청년 리포트] ⑪ 은행 고졸 채용 5년, 능력은 대졸 못지 않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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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리포트] ⑪ 은행 고졸 채용 5년, 능력은 대졸 못지 않다지만…
    • 입력 2016-03-07 07:05:05
    • 수정2018-07-20 10: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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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만 졸업하고도 남 부럽지 않게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들의 고졸 행원 채용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경부터 정부의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활성화 정책에 맞춰 은행들은 고졸 채용을 시작했다. 은행별로 규모는 차이가 있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70명 이상을 채용한 은행은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이다. 취재팀이 인터뷰한 새내기 은행원 4명은 은행의 고졸채용 전형을 뚫고 당당히 입사한 사람들. 배윤호(23) 씨는 대학이라는 간판보다는 실리를 택한 경우다. 공고 기계과에 다닌 그는 당초 중소기업 취업을 생각했다. 그러다 친한 선배가 석유공사에 당당히 합격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봉사활동으로 스토리를 만들고, 고3 때는 전교회장을 하며 준비했다. 은행 시설관리요원으로 입사한 그는 지금은 서울 신설동 지점에서 창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이달(3월) 회사 지원으로 서울시립대 경영학과에 들어가 ‘주경야독’하며 배움의 꿈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말 은행의 ‘좁은 문’을 통과한 송지은(20)씨는 여상 금융경영학과를 다니면서 은행 취업을 준비했다. 상고를 나오신 아버지 뒤를 이어 대학 진학보다는 실업계 고교를 자연스럽게 선택했다. 김민혜(21)씨의 꿈은 원래 영화감독. 중학교 내신 20%만 받는 한 여대 병설 미디어고등학교에 간 것도 그런 이유였다. 고교를 다니면서 그녀의 꿈은 금융권 취업으로 바뀌었다. 대학을 가겠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뭘 공부해야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배우고 싶은게 생기면 대학은 천천히 갈 생각이다. 하지만 이들 ‘고졸’ 취업 성공담은 극히 일부의 사례일 뿐이다. 송지은 씨는 “여상에서는 대개 취업을 준비하다가 실패하면, 일부는 특성화고 수시 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다”며 “취업에 성공했어도 대부분 중소기업에 들어 간다”라고 소개했다. 더구나 은행의 경우 남자 고졸 취업자에게는 불모의 땅이다. 창구 업무의 특성상 뽑는 인원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말 은행 입사한 성공한 최홍준(20)씨는 “내가 다닌 특성화고에서도 많은 친구들이 은행 입사를 희망했지만, 합격자는 거의 없었다. 남자에게 은행은 너무 좁은 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의 고졸 채용 인원은 많게는 100명을 넘고 있지만 대부분 남자 채용인원은 10명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은행들은 최근 고졸 채용 인원을 줄이며 뒷걸음치고 있다. 이명박(MB) 정부시절 정부 정책에 따라 많은 수를 뽑았던 은행들 중 일부는 슬그머니 고졸 채용 인원을 축소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의 경우 2012년 120명의 고졸 행원을 뽑았다며 대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내고 홍보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15명 선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졸 행원들의 업무 태도나 능력은 대졸 못지 않다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IBK기업은행 홍보팀 송인범 과장은 “고졸 행원들의 근무 성적이 대졸 못지 않다는 사내 평가가 많다”면서 “이 때문에 회사는 매년 고졸 채용 규모를 70명선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취업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늘어나는 고졸 취업 우리나라의 취업시장에서 고졸 취업이 대졸취업보다 상황이 낫다는 것은 통계상에도 나타난다. 통계청의 실업률 통계를 보면 고졸이나 중졸 학력의 실업률은 개선 추세다. 2006년과 2016년의 1월 실업률을 보면 대졸자의 경우 3.1%에서 3.6%로 상승했다. 반면 고졸자(4.6→4.2%)와 중졸(3.8→3.2%)의 경우 실업률이 떨어졌다. 직장이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를 보면 대졸 이상은 341만명. 10년전인 2006년 1월(221만명)에 비해 54%나 증가했다. 반면 고졸 취업은 상대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같은 기간 고졸 출신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8.9% 증가에 그쳤다. 사회 전체적으로 일자리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졸보다 고졸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청년층에서 대졸자에 비해 고졸자의 취업수가 더 크게 증가하는 현상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고용은 고졸인력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졸자와 고졸자의 실업률 곡선이 정반대를 향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정부의 정책도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도입해 선취업, 후진학 체제를 지원하고 있다. 취업을 목적으로 한 특수 목적 고등학교라고 할 수 있는 마이스터고와 3학년 때 취업을 위한 현장실습을 하게 되는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지난 2009년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9년 16.7%에 불과했던 취업률이 매년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지난해 46.6%까지 상승한 것이다. 또 위의 사례에서 보듯 공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의 고졸 채용 확대를 독려하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졸의 상대적 약진은 역설적으로 경제성장률 둔화가 더 큰 이유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 경제성장 활력이 저하되면서 전체적인 일자리 수요가 떨어지지만 특히 제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 둔화가 뚜렷하다. LG경제연구원 고기영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제조업이 서비스업보다 좋은 일자리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서비스업이 발달하면서 대졸자가 설자리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고졸취업은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의 고졸 취업 개선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체 청년 일자리의 하향 평준화 가능성이다. 고졸 일자리의 질적인 개선도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졸자와는 차이가 크다. 2014년 기준으로 상용직 종사 비중은 청년 고졸자가 50.5%인 반면, 청년 대졸자는 76.6%에 달했다.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청년 고졸자는 7.2%에 불과했지만, 대졸자는 16.7%로 2배 이상 높았다. 대학을 가지 않으면 대졸자에 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절반 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 높은 취업률은 허수? 더구나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높은 취업률에도 허수가 끼어있다는 지적도 있다. 취업률은 높지만 일자리의 질은 간과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감사원은 지난해 부산 교육청에 '특성화고 현장실습 지도·감독 부적정'을 통보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현장실습이 제한된 업체에 학생들을 파견하거나 현장실습 협약과 배치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수차례 적발됐기 때문이다. 고기영 연구원은 “고졸 취업자수 증가는 학력 미스매치가 줄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저부가가치 부문으로 청년 노동인구가 이동하면서 미스매치가 해소된다면 이는 전체 청년 일자리 하향 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대학 진학률을 낮추고, 직업 교육 강화를 고졸 채용 확대는 정책적으로 더욱 노력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청년 대졸자의 높은 실업률을 볼 때 우리 사회의 학력 미스매치 정도는 여전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7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1위다. 이같은 과도한 고학력화는 노동 진입 시기를 늦춰 인적 자본의 축적을 줄일 뿐 아니라 학력 미스매치를 심화시켜 청년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를 양산하고 인적 자본의 손실을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정부는 “대학 진학률이 현재의 절반 정도로 줄어야 이상적"(이준식 사회부총리)이라는 시각하에 대학진학률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학력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을 임금, 취업 측면에서 실질적인 대학 메리트가 감소해도 승진, 인간관계 등에서 학력에 따라 차별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로 대학을 나와야 된다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팽배하다. 이런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청년 리포트] ① “내 청춘은 아직도 일용직” ☞ [청년 리포트] ②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 [청년 리포트] ③ 비싼 등록금에 “3년에 빚이 3000만 원” ☞ [청년 리포트] ④ “33살, 대학 3학년생”…빚 때문에 졸업도 못해 ☞ [청년 리포트] ⑤ “청춘은 슬픔? 백지?”…혼돈의 청년들 ☞ [청년 리포트] ⑥ “왜 모두 대학 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 [청년 리포트] ⑦ 대학 대신 내 길 갔지만…“고졸로 살기 쉽지 않아요” ☞ [청년 리포트] ⑧ “취업 때까지는 연애하지 않을 겁니다” ☞ [청년 리포트] ⑨ “공감한다…청년 행복한 나라 만들어야” ☞ [청년 리포트] ⑩ ‘대딩이냐 공딩이냐’…당신의 선택은? ☞ [청년 리포트] ⑪ 은행 고졸 채용 5년, 능력은 대졸 못지 않다지만… ☞ 청년리포트 인터뷰 모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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