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리포트] ⑬ 청년 창업 증가한다지만…생존율은?

입력 2016.03.18 (06:57) 수정 2018.07.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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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 체불 피해자, 창업을 하다

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32)는 한때 몇 달간 월급을 받지 못했던 임금체불 피해자였다.

화장품 사용기(리뷰) 앱 '글로우픽'을 서비스하는 회사를 창업하기 전, 공 대표는 한 벤처기업에서 근무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약 10개월에 달하는 급여를 받지 못했다. 금액으로는 3,000만 원에 달했다.

"처음에는 황당했죠. 답답하고…당시 쓰라린 아픔이 지금의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아픔이 창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자금난이 왔을 때 은행과 어떻게 협력하는지, 직원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직원들이 일하고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방법이라던지, 경영자로서 회사 운영에 필요한 부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것이다.

결국 3,000 만원의 체불 임금을 받지는 못했지만, 공 대표는 기존 회사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은행 대출 등으로 조그만 지하 공간을 마련해 창업 준비를 했다. 매일 늦은 밤까지 사업 아이템 구상에 몰두할 정도로 온 힘을 쏟았다. 집에 들어가는 날보다 밤새는 날이 많았을 정도다.

"실패를 해도 뭔가 배웠다는 생각을 하니깐,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더 강해졌어요. 직접 창업에 나선 것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막연히 창업에 뛰어들기보다, 다양한 경험과 직장 생활을 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들 성공 사례만 보고 트렌드에 얽매여요. 실패 사례를 학습하면서, 얼마나 이 사업을 오래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 재래시장에서 희망을 꿈꾸다

인천 강화에 있는 강화풍물시장. 북적거리는 40~60대 상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들 사이에, 다소 앳된 얼굴로 피자를 굽는 청년들의 가게가 눈에 띄었다.

가게 이름은 '화덕식당'. 2014년 1월 개업한 이곳은 20~30대 청년 다섯 명이 운영하고 있다. 문화행사 기획자, 아마추어 작곡가, 대학 휴학생 등 창업과 관련 없이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던 청년들이다.

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정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중 하나인 '청년 장사꾼 모집'에서 만나게 됐다. '장사의 꿈'에 도전하기 위해 이들은 '외인부대'처럼 그렇게 우연히 뭉쳤다.

"처음 개업했을 땐, 하루에 한 판도 못 팔 때가 많았어요."(공동 창업자 유명상 씨)

유 씨는 창업 초기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전통시장 내 피자가게가 어울릴지 의문이었고, 창업과 관련한 지식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맨땅에 헤딩'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몇 년 동안 방치된 쓰레기더미가 있던 공터를 발견, 이를 치워 가게를 꾸몄고, 내부 집기 등은 시장에서 구한 폐품을 활용했다.



특히 협업이 큰 힘이 됐다. 가령 문화행사 기획 경험이 있던 친구는 매장 콘셉트 등 전체적인 사업의 밑그림 구상을 담당했다. 건어물 판매 경험이 있던 친구는 당시 식재료를 사러 온 한 피자 전문가와의 인연을 되살려 피자 만드는 법을 배웠다.

아마추어 작곡을 한 친구는 예술성을 살려, 다양한 피자 레시피 개발에 주력했다. 관광 통역을 했던 친구는 식당 브랜드를 직접 기획했다. 이들은 시장과 5분 거리에 숙소를 두고, 함께 숙식하면서 이런 아이디어를 서로 적극 공유했다.

다섯 명 중 최연장자인 유명상 씨(32)는 "어떻게 하면 재밌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동료들과 가장 고민했다"며 "각자가 쌓아왔던 경력을 협업을 통해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가게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점이 눈에 띈다. 강화 특산물인 밴댕이를 활용한 밴댕이 피자를 내놓고, 기존 식당과 달리 오픈 바 형태로 좌석을 배치해 손님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든 것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문제는 외부에 있었다. 정부 지원으로 점포 임대료를 2년간 면제 받았던 화덕식당은 작년 말 정부 지원 사업이 종료되면서, 강화군에 점포 임대 재계약을 요청했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 없이 계약 연장이 지지부진 했고, 이 과정에서 강화군과 시장 상인회, 청년들 간의 주장이 엇갈렸다.

강화군은 상인회의 입장과 청년 점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며 계약을 미뤘다. 계약 연장을 위해서는 상인회의 추천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상인회 측은 이러 저런 조건을 내세우며 추천서 작성에 소극적이었다.

참다못한 청년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상인회에서 추천서를 써주는 대신 '상인회장에게 아침 문안 인사할 것', '시장 허드렛일을 도맡아 할 것' 등 조건을 내걸었다"고 폭로했다. 상인회는 "사안이 왜곡된 측면이 많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년들도 전통시장 내에서 장사를 하는 만큼, 상인회 어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역 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상부상조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강조했을 뿐이라는 게 상인회 측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와 상인회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청년들의 사업이 커지자, 청년들의 행동 등을 문제 삼아 제동을 건 게 아니냐는 비판의 시선이었다. 이는 곧 기존 세대의 '갑질' 문제로 불거졌다.

또 다른 의견도 있다. 젊은 청년들이 기존 세대와의 교감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창업 의지와 아이디어 등을 앞세운 적극적인 모습도 좋지만, 독불장군 식의 영업이 아니라 기존 상인들과 소통과 대화, 교감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인회와 화덕식당 청년들의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와 지자체 등이 대책 회의를 열어 사태는 일단락됐다. 청년 상인의 전통시장 성공 사례가 지속될 수 있도록, 강화군이 청년들과 점포 대부계약을 맺기로 했다. 또 청년들과 상인회도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협업과 패기로 청년들이 사업을 시작하지만, 성장하고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이젠 '청년의 울타리'를 넘어 '청년 그 이상의 사업가'로서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지역 사회의 전통이나 관계 등을 고려한 '성공적인 화학적 결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창업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8전 9기' 다시 일어서면 되죠!

"창업가를 달구는 건 실패가 아닐까요?"

간편 송금 서비스 앱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 회사를 창업한 이승건 대표(34) 역시 실패를 빨리 싸게 많이 할수록, 더 큰 사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회사가 있기 전, 그는 8번의 사업을 시도했다가 실패를 했다. 수억 원의 빚을 졌고, 직원 월급 주기 위해 돈 빌리러 다니는 게 일과였다.

"첫 번째 창업에 실패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걸, 내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현재의 사업 역시 난관이 많았다. 특히 보수적인 금융계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설득을 위해 거의 매일 은행 문턱을 닳도록 다니면서 영업을 했다. 그나마 사업 설명할 기회를 잡으면, "안됩니다"라는 답변이 매번 날라 왔다.

"그럴 때일수록, 고객 서비스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설명했습니다. 고객이 쉽고 편하게 쓰다면, 은행 역시 충성 고객을 더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식으로 설득했죠."

완강했던 은행들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이 대표의 말에 귀울이기 시작했다. 결국 정식 서비스 론칭에 맞춰 IBK기업은행과 협력을 맺었고, 이후 유수의 은행과협력이 이어졌다.

기존의 휴대전화 송금 서비스는 은행 앱을 이용해 공인인증서 인증, 보안카드 번호 입력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토스를 이용하면 송금받을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간편하게 보낼 수 있다.

토스는 현재 주요 시중은행 대부분과 제휴를 맺어 송금 서비스를 한다. 하루 평균 거래 금액이 20억~30억 원으로,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D 대기업의 경쟁 서비스를 넘어선 지 오래다.

"끈기야말로 사업가의 자질이 아닌가 생각해요. 밤새워 일하면서 실패도 많이 했지만, 끈기를 갖고 기다려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자부심에, 하루하루 일하는 게 행복해요."



◆ 청년 창업 증가한다지만...

청년들의 창업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청 자료를 살펴보면, 작년 새로 설립된 법인의 대표자 연령을 기준으로, 30세 미만의 창업자는 전 연령대에서 전년 대비 가장 큰 폭(28.3%)으로 상승했다. 작년 30대 미만의 신설법인 수는 4,986개였는데, 2008년(2,027개)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를 기록한 셈이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20대가 창업한 사업체는 1만 5,865개로 전년과 비교해 23.6% 증가했다. 이는 전 연령대에서 10대와 함께 증가율이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청년들이 창업해 성공할 확률은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창업한 지 5년도 안돼 폐업하는 경우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통계청의 기업생멸 행정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 30대 미만 대표자가 있는 기업의 5년 생존율은 16.6%에 그쳤다. 30대 대표자가 있는 기업의 5년 생존율도 26.9%에 머물렀다. 창업해서 5년 안에 실패할 확률이 절반 이상이라는 뜻이다.

아프고 좌절감만 안겨주는 시대. 그럼에도 열정과 희망으로 도전하는 청년들. 그들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기에, 세상은 여전히 청년 창업을 주목하고 있다.

☞ [청년 리포트] ① “내 청춘은 아직도 일용직”
☞ [청년 리포트] ②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 [청년 리포트] ③ 비싼 등록금에 “3년에 빚이 3000만 원”
☞ [청년 리포트] ④ “33살, 대학 3학년생”…빚 때문에 졸업도 못해
☞ [청년 리포트] ⑤ “청춘은 슬픔? 백지?”…혼돈의 청년들
☞ [청년 리포트] ⑥ “왜 모두 대학 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 [청년 리포트] ⑦ 대학 대신 내 길 갔지만…“고졸로 살기 쉽지 않아요”
☞ [청년 리포트] ⑧ “취업 때까지는 연애하지 않을 겁니다”
☞ [청년 리포트] ⑨ “공감한다…청년 행복한 나라 만들어야”
☞ [청년 리포트] ⑩ ‘대딩이냐 공딩이냐’…당신의 선택은?
☞ [청년 리포트] ⑪ 은행 고졸 채용 5년, 능력은 대졸 못지 않다지만…
☞ [청년 리포트] ⑫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당신이라면?



☞ 청년리포트 인터뷰 모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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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리포트] ⑬ 청년 창업 증가한다지만…생존율은?
    • 입력 2016-03-18 06:57:58
    • 수정2018-07-20 10:53:48
    청년리포트
◆ 임금 체불 피해자, 창업을 하다 공준식 글로우데이즈 대표(32)는 한때 몇 달간 월급을 받지 못했던 임금체불 피해자였다. 화장품 사용기(리뷰) 앱 '글로우픽'을 서비스하는 회사를 창업하기 전, 공 대표는 한 벤처기업에서 근무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약 10개월에 달하는 급여를 받지 못했다. 금액으로는 3,000만 원에 달했다. "처음에는 황당했죠. 답답하고…당시 쓰라린 아픔이 지금의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아픔이 창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자금난이 왔을 때 은행과 어떻게 협력하는지, 직원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직원들이 일하고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방법이라던지, 경영자로서 회사 운영에 필요한 부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것이다. 결국 3,000 만원의 체불 임금을 받지는 못했지만, 공 대표는 기존 회사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은행 대출 등으로 조그만 지하 공간을 마련해 창업 준비를 했다. 매일 늦은 밤까지 사업 아이템 구상에 몰두할 정도로 온 힘을 쏟았다. 집에 들어가는 날보다 밤새는 날이 많았을 정도다. "실패를 해도 뭔가 배웠다는 생각을 하니깐,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더 강해졌어요. 직접 창업에 나선 것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막연히 창업에 뛰어들기보다, 다양한 경험과 직장 생활을 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들 성공 사례만 보고 트렌드에 얽매여요. 실패 사례를 학습하면서, 얼마나 이 사업을 오래 끌고 갈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 재래시장에서 희망을 꿈꾸다 인천 강화에 있는 강화풍물시장. 북적거리는 40~60대 상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들 사이에, 다소 앳된 얼굴로 피자를 굽는 청년들의 가게가 눈에 띄었다. 가게 이름은 '화덕식당'. 2014년 1월 개업한 이곳은 20~30대 청년 다섯 명이 운영하고 있다. 문화행사 기획자, 아마추어 작곡가, 대학 휴학생 등 창업과 관련 없이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던 청년들이다. 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정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중 하나인 '청년 장사꾼 모집'에서 만나게 됐다. '장사의 꿈'에 도전하기 위해 이들은 '외인부대'처럼 그렇게 우연히 뭉쳤다. "처음 개업했을 땐, 하루에 한 판도 못 팔 때가 많았어요."(공동 창업자 유명상 씨) 유 씨는 창업 초기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전통시장 내 피자가게가 어울릴지 의문이었고, 창업과 관련한 지식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맨땅에 헤딩'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몇 년 동안 방치된 쓰레기더미가 있던 공터를 발견, 이를 치워 가게를 꾸몄고, 내부 집기 등은 시장에서 구한 폐품을 활용했다.
특히 협업이 큰 힘이 됐다. 가령 문화행사 기획 경험이 있던 친구는 매장 콘셉트 등 전체적인 사업의 밑그림 구상을 담당했다. 건어물 판매 경험이 있던 친구는 당시 식재료를 사러 온 한 피자 전문가와의 인연을 되살려 피자 만드는 법을 배웠다. 아마추어 작곡을 한 친구는 예술성을 살려, 다양한 피자 레시피 개발에 주력했다. 관광 통역을 했던 친구는 식당 브랜드를 직접 기획했다. 이들은 시장과 5분 거리에 숙소를 두고, 함께 숙식하면서 이런 아이디어를 서로 적극 공유했다. 다섯 명 중 최연장자인 유명상 씨(32)는 "어떻게 하면 재밌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동료들과 가장 고민했다"며 "각자가 쌓아왔던 경력을 협업을 통해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가게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점이 눈에 띈다. 강화 특산물인 밴댕이를 활용한 밴댕이 피자를 내놓고, 기존 식당과 달리 오픈 바 형태로 좌석을 배치해 손님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든 것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문제는 외부에 있었다. 정부 지원으로 점포 임대료를 2년간 면제 받았던 화덕식당은 작년 말 정부 지원 사업이 종료되면서, 강화군에 점포 임대 재계약을 요청했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 없이 계약 연장이 지지부진 했고, 이 과정에서 강화군과 시장 상인회, 청년들 간의 주장이 엇갈렸다. 강화군은 상인회의 입장과 청년 점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며 계약을 미뤘다. 계약 연장을 위해서는 상인회의 추천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상인회 측은 이러 저런 조건을 내세우며 추천서 작성에 소극적이었다. 참다못한 청년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상인회에서 추천서를 써주는 대신 '상인회장에게 아침 문안 인사할 것', '시장 허드렛일을 도맡아 할 것' 등 조건을 내걸었다"고 폭로했다. 상인회는 "사안이 왜곡된 측면이 많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년들도 전통시장 내에서 장사를 하는 만큼, 상인회 어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역 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상부상조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강조했을 뿐이라는 게 상인회 측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와 상인회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청년들의 사업이 커지자, 청년들의 행동 등을 문제 삼아 제동을 건 게 아니냐는 비판의 시선이었다. 이는 곧 기존 세대의 '갑질' 문제로 불거졌다. 또 다른 의견도 있다. 젊은 청년들이 기존 세대와의 교감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창업 의지와 아이디어 등을 앞세운 적극적인 모습도 좋지만, 독불장군 식의 영업이 아니라 기존 상인들과 소통과 대화, 교감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인회와 화덕식당 청년들의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와 지자체 등이 대책 회의를 열어 사태는 일단락됐다. 청년 상인의 전통시장 성공 사례가 지속될 수 있도록, 강화군이 청년들과 점포 대부계약을 맺기로 했다. 또 청년들과 상인회도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협업과 패기로 청년들이 사업을 시작하지만, 성장하고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이젠 '청년의 울타리'를 넘어 '청년 그 이상의 사업가'로서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지역 사회의 전통이나 관계 등을 고려한 '성공적인 화학적 결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창업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8전 9기' 다시 일어서면 되죠! "창업가를 달구는 건 실패가 아닐까요?" 간편 송금 서비스 앱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 회사를 창업한 이승건 대표(34) 역시 실패를 빨리 싸게 많이 할수록, 더 큰 사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회사가 있기 전, 그는 8번의 사업을 시도했다가 실패를 했다. 수억 원의 빚을 졌고, 직원 월급 주기 위해 돈 빌리러 다니는 게 일과였다. "첫 번째 창업에 실패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걸, 내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현재의 사업 역시 난관이 많았다. 특히 보수적인 금융계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설득을 위해 거의 매일 은행 문턱을 닳도록 다니면서 영업을 했다. 그나마 사업 설명할 기회를 잡으면, "안됩니다"라는 답변이 매번 날라 왔다. "그럴 때일수록, 고객 서비스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설명했습니다. 고객이 쉽고 편하게 쓰다면, 은행 역시 충성 고객을 더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식으로 설득했죠." 완강했던 은행들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이 대표의 말에 귀울이기 시작했다. 결국 정식 서비스 론칭에 맞춰 IBK기업은행과 협력을 맺었고, 이후 유수의 은행과협력이 이어졌다. 기존의 휴대전화 송금 서비스는 은행 앱을 이용해 공인인증서 인증, 보안카드 번호 입력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토스를 이용하면 송금받을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간편하게 보낼 수 있다. 토스는 현재 주요 시중은행 대부분과 제휴를 맺어 송금 서비스를 한다. 하루 평균 거래 금액이 20억~30억 원으로,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D 대기업의 경쟁 서비스를 넘어선 지 오래다. "끈기야말로 사업가의 자질이 아닌가 생각해요. 밤새워 일하면서 실패도 많이 했지만, 끈기를 갖고 기다려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자부심에, 하루하루 일하는 게 행복해요." ◆ 청년 창업 증가한다지만... 청년들의 창업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청 자료를 살펴보면, 작년 새로 설립된 법인의 대표자 연령을 기준으로, 30세 미만의 창업자는 전 연령대에서 전년 대비 가장 큰 폭(28.3%)으로 상승했다. 작년 30대 미만의 신설법인 수는 4,986개였는데, 2008년(2,027개)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를 기록한 셈이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20대가 창업한 사업체는 1만 5,865개로 전년과 비교해 23.6% 증가했다. 이는 전 연령대에서 10대와 함께 증가율이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청년들이 창업해 성공할 확률은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창업한 지 5년도 안돼 폐업하는 경우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통계청의 기업생멸 행정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 30대 미만 대표자가 있는 기업의 5년 생존율은 16.6%에 그쳤다. 30대 대표자가 있는 기업의 5년 생존율도 26.9%에 머물렀다. 창업해서 5년 안에 실패할 확률이 절반 이상이라는 뜻이다. 아프고 좌절감만 안겨주는 시대. 그럼에도 열정과 희망으로 도전하는 청년들. 그들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기에, 세상은 여전히 청년 창업을 주목하고 있다. ☞ [청년 리포트] ① “내 청춘은 아직도 일용직” ☞ [청년 리포트] ②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 [청년 리포트] ③ 비싼 등록금에 “3년에 빚이 3000만 원” ☞ [청년 리포트] ④ “33살, 대학 3학년생”…빚 때문에 졸업도 못해 ☞ [청년 리포트] ⑤ “청춘은 슬픔? 백지?”…혼돈의 청년들 ☞ [청년 리포트] ⑥ “왜 모두 대학 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 [청년 리포트] ⑦ 대학 대신 내 길 갔지만…“고졸로 살기 쉽지 않아요” ☞ [청년 리포트] ⑧ “취업 때까지는 연애하지 않을 겁니다” ☞ [청년 리포트] ⑨ “공감한다…청년 행복한 나라 만들어야” ☞ [청년 리포트] ⑩ ‘대딩이냐 공딩이냐’…당신의 선택은? ☞ [청년 리포트] ⑪ 은행 고졸 채용 5년, 능력은 대졸 못지 않다지만… ☞ [청년 리포트] ⑫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당신이라면? ☞ 청년리포트 인터뷰 모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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