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궁금] 900만 원 손실 변액보험…해지할까 버틸까

입력 2018.11.04 (08:00) 수정 2019.05.31 (16: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전전(錢錢)궁금'은 퍽퍽한 살림살이에 전전긍긍하는 당신의 지갑을 지켜드리는 연재물입니다.

2000년대 들어 생명보험사들은 일본에서 인기를 끈 변액보험(variable insurance)라는 이름의 상품을 팔기 시작한다. 위험 보장이라는 생보사 보험상품의 본래 기능을 유지하면서 여기에 투자의 개념을 가미한 것이다. 즉 보험 계약자가 내는 보험료 가운데 사업비와 위험 보험료를 제외한 적립보험료를 따로 분리해 주식·채권 등에 투자한 뒤 돈을 불려주는 상품이다. 한마디로 보장기능·저축기능·펀드 투자의 형식이 혼합된 구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이 가입한 변액보험을 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 보험이 자랑하는 위험 보장 기능은 거의 유명무실한 반면 보험이라는 이유로 적지 않은 사업비를 떼가고 여기에 자산을 굴리겠다며 운용수수료는 별도로 받고 있다. 즉 일반 펀드보다는 훨씬 높은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중간에 해지할 경우 원금도 못 건지기 일쑤다.

몇 년 전 가입한 변액보험이 손해를 보고 있는 자영업자 A(57)씨 사례도 그런 경우다. A씨는 손실을 감수하고 해지해야 할까. 아니면 참고 계속 돈을 부어야 할까.

오래 두면 수익이 난다는 보장만 있다면 참고 돈을 계속 넣어보겠지만, 안타깝게도 일반적인 변액보험은 투자 원금을 보장해주는 상품이 아니다.

A씨는 2011년부터 H생명의 무배당 변액유니버셜적립보험에 월 50만 원씩, 2014년부터 H생명의 무배당 플러스UP변액연금보험에 월 100만 원씩을 넣고 있다. 여태까지 2개 보험에 들어간 돈은 9,050만 원(4,250만 + 4,800만)이다.

하지만 최근 A씨 아들이 해지환급금을 조회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7년된 보험은 납입원금이 4,250만 원이지만 해지환급금이 3,900여만 원에 불과했고, 4년 된 보험은 납입원금이 4,800만 원인데 해지환급금은 4,150만 원 수준이었다.

7년에 걸쳐 9,000만 원을 넣었는데 돈이 불어나기는커녕 1,000만 원 가까운 돈을 날리게 생긴 것이다.

납입원금 9,000만 원 해지환급금 8,100만 원…손실만 900만 원?

해지해야 할까 유지해야 할까. 우선 해당 변액보험에 다른 특약이 얼마나 붙어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만약 특약이 많다면 각 특약의 내용을 살피고, 해당 특약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지 다른 보험으로 대체 가능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A씨의 경우 두 개 변액보험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아무런 특약이 없었다. 그야말로 돈을 불리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이렇게 돈을 불리는 것만을 목적으로 가입한 보험이지만 7년 만에 1,000만 원을 손해 보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변액보험은 사실 보험이 아니라 펀드

변액보험은 이름은 보험이지만 실제는 펀드처럼 운용되고 있다. 펀드에 보험을 조금 붙인 상품이라고 봐야 한다. 각종 특약을 붙이면 보험 성격이 더 강해지기도 하지만, A씨의 경우처럼 100% 투자목적의 보험은 펀드와 별 차이가 없다.

변액보험은 구체적으로 가입자가 돈을 내면 그 돈에서 사업비를 떼고, 특약이 있다면 특약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 소액의 위험보험료를 뗀 뒤, 그 돈을 펀드에 투자한다.

이 때문에 변액보험은 가입할 때 직접 펀드를 고른다. 1개의 펀드에 모두 투자할 수도 있고, 2개의 펀드에 나눠서 투자할 수도 있다.

A씨의 경우 50만 원짜리 7년 된 보험은 2개의 국내주식형펀드에 나눠서 투자돼 있었고, 100만 원짜리 4년 된 보험은 모두 채권형펀드에 투자돼 있었다.

두 보험의 투자금이 들어간 펀드 중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는 없었다. 모두 들어간 돈보다는 더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1,000만 원이라는 손실이 발생했을까.

원인은 지나치게 많은 사업비(수수료)다.

사업비로 떼가는 수수료만 12%

변액보험은 사실 펀드다. 고객 돈을 받아 사업비(수수료)를 떼고 펀드에 넣어 운영하고 수익금을 고객에 돌려준다. 하지만 펀드와 가장 큰 차이는 수수료의 크기와 수수료를 떼는 순서다.

펀드는 우선 고객 돈을 받아 펀드에 투자한다. 그리고 수수료를 먼저 뗄지 나중에 뗄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또 판매·운용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연 1~3% 내외다.

하지만 변액보험은 고객 돈을 받아 무조건 수수료를 먼저 뗀다. 그리고 남은 돈을 펀드에 넣는다. 수수료는 10% 안팎이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넣으면 90만 원이 안 되는 돈만 펀드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90만 원을 넣은 펀드가 10% 수익을 내도 99만 원이 돼 결국 원금에는 못 미친다. 변액보험 펀드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씨 역시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았다. 실제 A씨가 내는 수수료를 보험회사 홈페이지에서 찾아봤다.


월 50만 원씩 넣는 보험의 사업비(계약체결비용+계약관리비용)만 납입보험료의 12.23%. 50만 원 넣으면 그중 6만 1,150원을 회사가 가져간다. 물론 위험보험료와 펀드 운용보수는 별도로 또 떼간다.


월 100만 원씩 넣는 보험의 사업비(계약체결비용+계약관리비용)는 납입보험료의 10.89%. 100만 원을 넣으면 그중 10만 8,900원을 회사가 가져간다. 역시 위험보험료와 펀드 운용보수는 모두 별도다.

이렇게 넣은 돈의 10% 이상이 수수료로 사라지니 펀드수익률이 높게 나와도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인데 재해사망 보장 기능은 없을까

펀드와 비슷하다지만 외형은 보험이기 때문에 보험의 성격을 가진다. 때문에 납입기간 도중 계약자가 사망하면 보험료를 받는다. 2014년 가입해 월 100만 원을 납입하는 무배당 플러스UP변액연금보험의 경우 만약 보험금 납입 도중 사망했다면 600만 원(재해사망시 1,200만 원)과 당시까지의 적립금을 받을 수 있다.

매달 100만 원씩 내는 보험인데, 사망보험금이 600만 원이라면 너무 낮아 보이지만, 이는 애초에 위험보험료가 880~1만1200원으로 낮게 설계된 탓이다. 물론 이 위험보험료 또한 사망보장을 위해 납입 원금에서 보험사가 가져가는 돈이다.

월 50만 원을 내는 무배당 변액유니버셜적립보험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게다가 두 변액보험 모두 아무런 특약 없이 가입했기 때문에 사망으로 인한 보장 외에 다른 보장기능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해지해? 말아?

현재 기준 900만 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앞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

A씨의 경우 보험을 유지해도 최소 10년 정도는 지금처럼 납입원금의 10% 넘는 돈을 수수료로 회사가 가져가는 걸로 돼 있다. 2개 변액보험이 투자 중인 주식형펀드, 채권형펀드 모두 10년이 된다고 수익이 난다고 보장하기도 어렵다. 수익이 난다고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가 가져가는 돈은 10%가 넘는다.

해지하면 환급금으로 받을 돈 8,000여만 원을 정기예금으로 만들면 받을 수 있는 이자수익이 연 2.45%(세후) 190여만 원 정도다. 여기에 현재 보험에 넣는 돈 150만 원을 적금으로 넣으면 얻을 수 있는 이자수익도 연 2.54%(세후)로 25만 원 정도 된다.

적금 수익은 기간이 길수록 길어지기 때문에 3년만 되도 약 600만 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금자보호가 되기 때문에 원금손실을 볼 걱정도 없다. 마음 편히 둬도 기존 보험을 10년 유지해 원금회복을 기대하느니 해지하고 마음 편히 예·적금에 가입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A씨는 900만 원이 넘는 손실을 감수하고 변액보험을 해지했다.

그런데 A씨는 왜 이런 보험에 가입했을까?

이렇게 수수료를 많이 떼어가는 상품인 줄 알았다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원금을 보장해주지는 않는 상품인 줄 알았다면 A씨는 이 변액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A씨는 돈을 불릴 상품을 찾고 있었고, A씨 주변의 보험설계사들은 '오래 두면 좋은 상품'이라는 말로 A씨를 유혹했다.

A씨는 최근까지도 "보험인데 오래 두면 결국 이익인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 그는 실제로 보험은 오래 두면 결국 은행보다 더 많은 수익을 준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변액보험은 일반적인 저축성보험과는 다르다. 투자한 펀드가 손실을 보면 영원히 원금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지식이 있고, 시장 상황에 맞춰 보험금이 투자된 펀드 종류를 변경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A씨는 아직 공인인증서도 없을 정도로 금융은 잘 모른다. 변액보험에 대해서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상품을 잘못 알고 가입했지만, 금감원에 불완전판매로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회사들은 상품설명서와 약관에 철저히 서명하게 하고, 따발총 같은 설명을 들려주고 동의한다는 녹취를 받는 것도 잊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보험에 가입하며 상품약관을 열심히 읽어보는 이는 많지 않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전전궁금] 900만 원 손실 변액보험…해지할까 버틸까
    • 입력 2018-11-04 08:00:50
    • 수정2019-05-31 16:01:10
    지식K
※'전전(錢錢)궁금'은 퍽퍽한 살림살이에 전전긍긍하는 당신의 지갑을 지켜드리는 연재물입니다. 2000년대 들어 생명보험사들은 일본에서 인기를 끈 변액보험(variable insurance)라는 이름의 상품을 팔기 시작한다. 위험 보장이라는 생보사 보험상품의 본래 기능을 유지하면서 여기에 투자의 개념을 가미한 것이다. 즉 보험 계약자가 내는 보험료 가운데 사업비와 위험 보험료를 제외한 적립보험료를 따로 분리해 주식·채권 등에 투자한 뒤 돈을 불려주는 상품이다. 한마디로 보장기능·저축기능·펀드 투자의 형식이 혼합된 구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이 가입한 변액보험을 보면 엉뚱한 방향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다. 보험이 자랑하는 위험 보장 기능은 거의 유명무실한 반면 보험이라는 이유로 적지 않은 사업비를 떼가고 여기에 자산을 굴리겠다며 운용수수료는 별도로 받고 있다. 즉 일반 펀드보다는 훨씬 높은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중간에 해지할 경우 원금도 못 건지기 일쑤다. 몇 년 전 가입한 변액보험이 손해를 보고 있는 자영업자 A(57)씨 사례도 그런 경우다. A씨는 손실을 감수하고 해지해야 할까. 아니면 참고 계속 돈을 부어야 할까. 오래 두면 수익이 난다는 보장만 있다면 참고 돈을 계속 넣어보겠지만, 안타깝게도 일반적인 변액보험은 투자 원금을 보장해주는 상품이 아니다. A씨는 2011년부터 H생명의 무배당 변액유니버셜적립보험에 월 50만 원씩, 2014년부터 H생명의 무배당 플러스UP변액연금보험에 월 100만 원씩을 넣고 있다. 여태까지 2개 보험에 들어간 돈은 9,050만 원(4,250만 + 4,800만)이다. 하지만 최근 A씨 아들이 해지환급금을 조회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7년된 보험은 납입원금이 4,250만 원이지만 해지환급금이 3,900여만 원에 불과했고, 4년 된 보험은 납입원금이 4,800만 원인데 해지환급금은 4,150만 원 수준이었다. 7년에 걸쳐 9,000만 원을 넣었는데 돈이 불어나기는커녕 1,000만 원 가까운 돈을 날리게 생긴 것이다. 납입원금 9,000만 원 해지환급금 8,100만 원…손실만 900만 원? 해지해야 할까 유지해야 할까. 우선 해당 변액보험에 다른 특약이 얼마나 붙어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만약 특약이 많다면 각 특약의 내용을 살피고, 해당 특약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지 다른 보험으로 대체 가능한지를 살펴봐야 한다. A씨의 경우 두 개 변액보험 모두 선택할 수 있는 아무런 특약이 없었다. 그야말로 돈을 불리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이렇게 돈을 불리는 것만을 목적으로 가입한 보험이지만 7년 만에 1,000만 원을 손해 보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변액보험은 사실 보험이 아니라 펀드 변액보험은 이름은 보험이지만 실제는 펀드처럼 운용되고 있다. 펀드에 보험을 조금 붙인 상품이라고 봐야 한다. 각종 특약을 붙이면 보험 성격이 더 강해지기도 하지만, A씨의 경우처럼 100% 투자목적의 보험은 펀드와 별 차이가 없다. 변액보험은 구체적으로 가입자가 돈을 내면 그 돈에서 사업비를 떼고, 특약이 있다면 특약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 소액의 위험보험료를 뗀 뒤, 그 돈을 펀드에 투자한다. 이 때문에 변액보험은 가입할 때 직접 펀드를 고른다. 1개의 펀드에 모두 투자할 수도 있고, 2개의 펀드에 나눠서 투자할 수도 있다. A씨의 경우 50만 원짜리 7년 된 보험은 2개의 국내주식형펀드에 나눠서 투자돼 있었고, 100만 원짜리 4년 된 보험은 모두 채권형펀드에 투자돼 있었다. 두 보험의 투자금이 들어간 펀드 중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는 없었다. 모두 들어간 돈보다는 더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1,000만 원이라는 손실이 발생했을까. 원인은 지나치게 많은 사업비(수수료)다. 사업비로 떼가는 수수료만 12% 변액보험은 사실 펀드다. 고객 돈을 받아 사업비(수수료)를 떼고 펀드에 넣어 운영하고 수익금을 고객에 돌려준다. 하지만 펀드와 가장 큰 차이는 수수료의 크기와 수수료를 떼는 순서다. 펀드는 우선 고객 돈을 받아 펀드에 투자한다. 그리고 수수료를 먼저 뗄지 나중에 뗄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또 판매·운용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연 1~3% 내외다. 하지만 변액보험은 고객 돈을 받아 무조건 수수료를 먼저 뗀다. 그리고 남은 돈을 펀드에 넣는다. 수수료는 10% 안팎이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넣으면 90만 원이 안 되는 돈만 펀드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90만 원을 넣은 펀드가 10% 수익을 내도 99만 원이 돼 결국 원금에는 못 미친다. 변액보험 펀드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씨 역시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았다. 실제 A씨가 내는 수수료를 보험회사 홈페이지에서 찾아봤다. 월 50만 원씩 넣는 보험의 사업비(계약체결비용+계약관리비용)만 납입보험료의 12.23%. 50만 원 넣으면 그중 6만 1,150원을 회사가 가져간다. 물론 위험보험료와 펀드 운용보수는 별도로 또 떼간다. 월 100만 원씩 넣는 보험의 사업비(계약체결비용+계약관리비용)는 납입보험료의 10.89%. 100만 원을 넣으면 그중 10만 8,900원을 회사가 가져간다. 역시 위험보험료와 펀드 운용보수는 모두 별도다. 이렇게 넣은 돈의 10% 이상이 수수료로 사라지니 펀드수익률이 높게 나와도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인데 재해사망 보장 기능은 없을까 펀드와 비슷하다지만 외형은 보험이기 때문에 보험의 성격을 가진다. 때문에 납입기간 도중 계약자가 사망하면 보험료를 받는다. 2014년 가입해 월 100만 원을 납입하는 무배당 플러스UP변액연금보험의 경우 만약 보험금 납입 도중 사망했다면 600만 원(재해사망시 1,200만 원)과 당시까지의 적립금을 받을 수 있다. 매달 100만 원씩 내는 보험인데, 사망보험금이 600만 원이라면 너무 낮아 보이지만, 이는 애초에 위험보험료가 880~1만1200원으로 낮게 설계된 탓이다. 물론 이 위험보험료 또한 사망보장을 위해 납입 원금에서 보험사가 가져가는 돈이다. 월 50만 원을 내는 무배당 변액유니버셜적립보험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게다가 두 변액보험 모두 아무런 특약 없이 가입했기 때문에 사망으로 인한 보장 외에 다른 보장기능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해지해? 말아? 현재 기준 900만 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앞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 A씨의 경우 보험을 유지해도 최소 10년 정도는 지금처럼 납입원금의 10% 넘는 돈을 수수료로 회사가 가져가는 걸로 돼 있다. 2개 변액보험이 투자 중인 주식형펀드, 채권형펀드 모두 10년이 된다고 수익이 난다고 보장하기도 어렵다. 수익이 난다고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가 가져가는 돈은 10%가 넘는다. 해지하면 환급금으로 받을 돈 8,000여만 원을 정기예금으로 만들면 받을 수 있는 이자수익이 연 2.45%(세후) 190여만 원 정도다. 여기에 현재 보험에 넣는 돈 150만 원을 적금으로 넣으면 얻을 수 있는 이자수익도 연 2.54%(세후)로 25만 원 정도 된다. 적금 수익은 기간이 길수록 길어지기 때문에 3년만 되도 약 600만 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금자보호가 되기 때문에 원금손실을 볼 걱정도 없다. 마음 편히 둬도 기존 보험을 10년 유지해 원금회복을 기대하느니 해지하고 마음 편히 예·적금에 가입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A씨는 900만 원이 넘는 손실을 감수하고 변액보험을 해지했다. 그런데 A씨는 왜 이런 보험에 가입했을까? 이렇게 수수료를 많이 떼어가는 상품인 줄 알았다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원금을 보장해주지는 않는 상품인 줄 알았다면 A씨는 이 변액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A씨는 돈을 불릴 상품을 찾고 있었고, A씨 주변의 보험설계사들은 '오래 두면 좋은 상품'이라는 말로 A씨를 유혹했다. A씨는 최근까지도 "보험인데 오래 두면 결국 이익인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 그는 실제로 보험은 오래 두면 결국 은행보다 더 많은 수익을 준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변액보험은 일반적인 저축성보험과는 다르다. 투자한 펀드가 손실을 보면 영원히 원금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지식이 있고, 시장 상황에 맞춰 보험금이 투자된 펀드 종류를 변경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A씨는 아직 공인인증서도 없을 정도로 금융은 잘 모른다. 변액보험에 대해서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상품을 잘못 알고 가입했지만, 금감원에 불완전판매로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금융회사들은 상품설명서와 약관에 철저히 서명하게 하고, 따발총 같은 설명을 들려주고 동의한다는 녹취를 받는 것도 잊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보험에 가입하며 상품약관을 열심히 읽어보는 이는 많지 않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시리즈

전전궁금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