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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시간]⑬ 증언대에 선 ‘문학도’ 정경심, ‘투자’를 정의하다
입력 2020.04.28 (10:16) 수정 2020.04.28 (10:17) 취재K
[법원의 시간]⑬ 증언대에 선 ‘문학도’ 정경심, ‘투자’를 정의하다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

정경심 교수가 이번엔 피고인석을 떠나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어제(27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재판에 출석한 정 교수는, '사모펀드 비리'와 관련한 핵심 증인이자 7개월 가까이 이어져 온 조 씨 재판의 마지막 증인이었습니다.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씨의 공소장 곳곳엔 정 교수가 공범으로 적시돼있습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에 돈을 투자한 뒤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1억 5천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와 사모펀드 약정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에 허위 보고한 혐의, 사모펀드 자료를 증거인멸한 혐의 등을 받고 있죠.

그런 만큼 증인석에 앉기까지 잡음도 있었습니다. 정 교수 측이 명목은 증인 신문이지만 사실상 피고인 신문과 다름없다며 지난 20일 첫 소환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 씨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이 결국 정 교수 본인 재판에 불리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법원은 4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는데, 재소환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구인장 발부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일주일 만에 열린 어제 재판에는 정 교수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과태료 결정에도 이의를 제기했는데, 법원도 정 교수가 출석한 만큼 이를 재고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출석을 꺼렸던 취지 그대로, 정 교수는 증인 신문 과정에서 구체적인 질문이 나오면 "제 공소사실과 연관 있어 보이므로 증언을 거부하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진술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겁니다.

■ '투자'냐 '대여'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제 재판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투자'였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씨에게 '투자'를 했다고 보고 있지만, 정 교수는 투자가 아닌 '대여'였다고 완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 교수가 조 씨에게서 받은 1억 5천여만 원이 횡령액이라고 의심하고 있는 검찰과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가 분명하다는 정 교수가 팽팽하게 맞섭니다.

검찰은 정 교수와 조 씨가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을 증거로 제시하며, 사실은 정 교수 본인도 투자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대표적인 문자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2016년 8월 2일
(정경심) 조카님~~ 잘 있지요? 우리 돈도 잘 크고 있고요?
(조범동) 네 잘 계시죠.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2016년 8월 4일
(정경심) 혹시 좋은 투자상품이 또 있는지요?
(조범동) 규모별로 금액이 커질수록 더 좋은 수익 상품이 많아요.
(정경심) 그렇군요, 만나서 상담을 좀 해야겠어요. 저번 것은 언제 상환인가요?

2016년 12월 31일
(정경심) 늘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새해에 더 많이(!) 도와주세요 ㅋ

2017년 2월 13일
(조범동) 혹시 이번 주 수요일이나 그 전후로 시간 되실 때 있으세요? 뵙고 투자금 exit 말씀 나눌 것이 있습니다~~~^^

2017년 2월 23일
(정경심) 투자자금에 대한 영수증은 (동생과) 각각 발행해주면 좋겠어요.

■ '문학도' 정경심 : (1) "난 적응력이 뛰어나다"

문자 내용을 토대로, 검찰은 정 교수에게 정말 빌려준 돈이 맞다면 대체 왜 '투자자금'이란 용어를 사용한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정 교수는 "저는 문학이 전공인데 말에 대한 적응력이 빠르다"며 조 씨가 먼저 '투자자금'이란 용어를 쓰니 따라 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평소에 상대방이 사투리를 하면 그 사투리를 따라 할 정도로 적응력이 뛰어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어 "전 '투자자금'에 대한 용어정의가 없다"며 "내 손에서 돈이 떠나면 투자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씨가 '투자금 exit'란 표현을 쓴 데 대해서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업계 전문가들은 저런 용어를 쓰나 보다'라고 생각한 게 전부라고도 말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씨에게 '돈이 잘 크고 있느냐'고 한 대화를 두고도 투자한 원금이 잘 크고 있는지 묻는 게 아니냐고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정 교수는 "돈을 맡겼는데 잘 관리해왔느냐는 의미 외에는 비유적 표현"이라고 답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 진술대로 조 씨에게 5억 원을 빌려준 상황이었다면 왜 조 씨에게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쓴 거냐고도 물었습니다. 정 교수는 평소 성격상 감사 인사를 자주하며, 구치소에서 밥을 주는 사람에게도 한 번도 빠짐없이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 '문학도' 정경심 : (2) "내 상상의 나래"

정 교수가 자신의 아이폰에 남겼던 개인적인 메모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습니다. 검찰은 아래 메모를 제시하며 정 교수가 혼자 투자 이익을 계산해둔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블루코어 1호 예상 수익
최고
(1)10.5, 3.5>14
***28(21+7)
(2)기존 10(8:2)>12(9:3)>40(30:10)
***80

코링크 8 예상 수익(>10%) 6000
유안타 2000
시티 40000>42500
한투 161000(4/14)>167000(6/1)
코링크 80000

그러자 정 교수, 이번엔 상상력을 입에 올렸습니다. 정 교수는 "어떻게 그 자료를 검사들이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제 굉장히 내밀한 자료"라며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었고 보안이 철저했기에 내 메모가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을 거라면 오만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내밀한 자료로 형사법상 유·무죄를 따지는 증거로 사용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제가 근거를 갖고 쓴 것도 아니고 '최대로 잘 되면 어떻게 되겠지'를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저는 어렸을 적부터 문학도라 상상력도 있다"며 "지금은 의미 없는 숫자들을 적어놓은 것을 보니 스스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상상력을 발휘한 개인적인 대화를 두고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2017년 6월 정 교수가 자신의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 사는 것'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 검찰이 의미를 묻자 "극히 사적인 대화인데 (검찰이) 저걸로 '언론플레이'를 해서 너무 마음이 상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제가 양심 없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고 자식에게 법이 허용하는 5천만 원을 증여한 건데 제가 저 때 상처를 많이 받아서 세상을 살고 싶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 '조국의 스탠스'와 '정경심의 꿈'

증인신문 과정에서 2018년 2월 정 교수와 조 씨의 실제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검찰이 "우리 조 대표가 도와주는 것도 우리 남편이 잡고 있는 '스탠스'를 보고 하는 거고"라는 정 교수 말의 의미를 묻자, 정 교수는 민정수석이라는 조국 전 장관의 '정치적 스탠스'를 의미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제 남편이 돈에 전혀 관심 없고 굉장히 정직한 사람이고, '돈은 범동 씨가 벌고 우리 남편은 명예에 관심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가자'는 의미"라며 "집안에서의 스탠스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지위가 5촌 조카인 조 씨의 펀드 운용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 있느냐고 따져 묻자, 정 교수는 "적어도 제가 맡긴 돈을 성심성의껏 케어해줄 거라는 믿음은 있었다"며 "가족이라는 개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돈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는 조국 전 장관과 달리 아내 정경심 교수는 상상력을 가지고 꿈을 꾸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꿈을 문제 삼아 정 교수가 한 것이 '투자'였다고 단언하는 건 맞지 않다고 조 씨 측 변호인은 주장했습니다.

조 씨 변호인은 "검찰이 오늘 신문을 하면서 정 교수의 메모를 근거로 투자라고 말했는데, 메모를 보면 어떤 의미인지 혼란스럽고 그걸 바로 투자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가장 베스트케이스라고 (가정하고 ) 꿈에 부푼 내용을 적은 것을 투자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메모 내용처럼) 도대체 어떤 이자를 받으면 10억 원이 1년 만에 24억 원으로 증액되는지, 원금의 2~3배에 이르는 기대이익을 생각할 수 있는지 정 교수는 기억이 안 난다거나 진술을 거부하면서 자신의 희망 사항을 적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한다"며 "정 교수와 조 씨 사이의 거래는 투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법정 혈투는 계속된다 : "투자란 무엇인가?"

조 씨 변호인은 재판 말미에 다시 한 번 '투자'라는 말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변호인은 "일반인들은 투자와 대여를 구분해서 말하지 않는다"며 투자인지 대여인지를 두고 단어에 집착해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실체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영문학자인 정 교수는 언어에 민감한 사람이고 조 씨가 이야기한 용어를 따라 사용한 것뿐이라고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어 변호인은 "정말 투자였다면 검찰은 (조 씨가) 얼마를 투자했고 그 수익을 어느 정도 정 교수에게 전달한 건지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10억 원의 10% 상당이 이자로서 전달된 게 유일한 팩트"라고 밝혔습니다.

정 교수가 컨설팅 계약을 맺은 부분이 문제가 될 순 있지만, 이자만 받을 경우 세법상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서류를 작성한 것이라며 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언정 횡령죄는 물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정 교수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는데 횡령이라고 해서 너무 기가 막혔다"고 밝혔습니다. 연이율 11%의 이자를 받기로 하고, 1년 6개월 정도의 변제 기간을 둔 정상적인 대여라는 겁니다.

어제 조 씨 재판에서 다뤄진 '투자 논쟁'은 정 교수 본인의 재판에도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어제 재판의 증인신문 과정은 치열한 법정 혈투의 연장 선상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다시 정 교수의 재판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 [법원의 시간]⑬ 증언대에 선 ‘문학도’ 정경심, ‘투자’를 정의하다
    • 입력 2020.04.28 (10:16)
    • 수정 2020.04.28 (10:17)
    취재K
[법원의 시간]⑬ 증언대에 선 ‘문학도’ 정경심, ‘투자’를 정의하다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증언을 거부하겠습니다"

정경심 교수가 이번엔 피고인석을 떠나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어제(27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재판에 출석한 정 교수는, '사모펀드 비리'와 관련한 핵심 증인이자 7개월 가까이 이어져 온 조 씨 재판의 마지막 증인이었습니다.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씨의 공소장 곳곳엔 정 교수가 공범으로 적시돼있습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에 돈을 투자한 뒤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1억 5천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와 사모펀드 약정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에 허위 보고한 혐의, 사모펀드 자료를 증거인멸한 혐의 등을 받고 있죠.

그런 만큼 증인석에 앉기까지 잡음도 있었습니다. 정 교수 측이 명목은 증인 신문이지만 사실상 피고인 신문과 다름없다며 지난 20일 첫 소환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 씨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이 결국 정 교수 본인 재판에 불리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법원은 4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는데, 재소환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구인장 발부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일주일 만에 열린 어제 재판에는 정 교수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과태료 결정에도 이의를 제기했는데, 법원도 정 교수가 출석한 만큼 이를 재고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출석을 꺼렸던 취지 그대로, 정 교수는 증인 신문 과정에서 구체적인 질문이 나오면 "제 공소사실과 연관 있어 보이므로 증언을 거부하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진술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겁니다.

■ '투자'냐 '대여'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제 재판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투자'였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씨에게 '투자'를 했다고 보고 있지만, 정 교수는 투자가 아닌 '대여'였다고 완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 교수가 조 씨에게서 받은 1억 5천여만 원이 횡령액이라고 의심하고 있는 검찰과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가 분명하다는 정 교수가 팽팽하게 맞섭니다.

검찰은 정 교수와 조 씨가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을 증거로 제시하며, 사실은 정 교수 본인도 투자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대표적인 문자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2016년 8월 2일
(정경심) 조카님~~ 잘 있지요? 우리 돈도 잘 크고 있고요?
(조범동) 네 잘 계시죠.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2016년 8월 4일
(정경심) 혹시 좋은 투자상품이 또 있는지요?
(조범동) 규모별로 금액이 커질수록 더 좋은 수익 상품이 많아요.
(정경심) 그렇군요, 만나서 상담을 좀 해야겠어요. 저번 것은 언제 상환인가요?

2016년 12월 31일
(정경심) 늘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새해에 더 많이(!) 도와주세요 ㅋ

2017년 2월 13일
(조범동) 혹시 이번 주 수요일이나 그 전후로 시간 되실 때 있으세요? 뵙고 투자금 exit 말씀 나눌 것이 있습니다~~~^^

2017년 2월 23일
(정경심) 투자자금에 대한 영수증은 (동생과) 각각 발행해주면 좋겠어요.

■ '문학도' 정경심 : (1) "난 적응력이 뛰어나다"

문자 내용을 토대로, 검찰은 정 교수에게 정말 빌려준 돈이 맞다면 대체 왜 '투자자금'이란 용어를 사용한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정 교수는 "저는 문학이 전공인데 말에 대한 적응력이 빠르다"며 조 씨가 먼저 '투자자금'이란 용어를 쓰니 따라 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평소에 상대방이 사투리를 하면 그 사투리를 따라 할 정도로 적응력이 뛰어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어 "전 '투자자금'에 대한 용어정의가 없다"며 "내 손에서 돈이 떠나면 투자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씨가 '투자금 exit'란 표현을 쓴 데 대해서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업계 전문가들은 저런 용어를 쓰나 보다'라고 생각한 게 전부라고도 말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씨에게 '돈이 잘 크고 있느냐'고 한 대화를 두고도 투자한 원금이 잘 크고 있는지 묻는 게 아니냐고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정 교수는 "돈을 맡겼는데 잘 관리해왔느냐는 의미 외에는 비유적 표현"이라고 답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 진술대로 조 씨에게 5억 원을 빌려준 상황이었다면 왜 조 씨에게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쓴 거냐고도 물었습니다. 정 교수는 평소 성격상 감사 인사를 자주하며, 구치소에서 밥을 주는 사람에게도 한 번도 빠짐없이 감사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 '문학도' 정경심 : (2) "내 상상의 나래"

정 교수가 자신의 아이폰에 남겼던 개인적인 메모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습니다. 검찰은 아래 메모를 제시하며 정 교수가 혼자 투자 이익을 계산해둔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블루코어 1호 예상 수익
최고
(1)10.5, 3.5>14
***28(21+7)
(2)기존 10(8:2)>12(9:3)>40(30:10)
***80

코링크 8 예상 수익(>10%) 6000
유안타 2000
시티 40000>42500
한투 161000(4/14)>167000(6/1)
코링크 80000

그러자 정 교수, 이번엔 상상력을 입에 올렸습니다. 정 교수는 "어떻게 그 자료를 검사들이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제 굉장히 내밀한 자료"라며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었고 보안이 철저했기에 내 메모가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을 거라면 오만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내밀한 자료로 형사법상 유·무죄를 따지는 증거로 사용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제가 근거를 갖고 쓴 것도 아니고 '최대로 잘 되면 어떻게 되겠지'를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저는 어렸을 적부터 문학도라 상상력도 있다"며 "지금은 의미 없는 숫자들을 적어놓은 것을 보니 스스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상상력을 발휘한 개인적인 대화를 두고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2017년 6월 정 교수가 자신의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 사는 것'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 검찰이 의미를 묻자 "극히 사적인 대화인데 (검찰이) 저걸로 '언론플레이'를 해서 너무 마음이 상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제가 양심 없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고 자식에게 법이 허용하는 5천만 원을 증여한 건데 제가 저 때 상처를 많이 받아서 세상을 살고 싶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 '조국의 스탠스'와 '정경심의 꿈'

증인신문 과정에서 2018년 2월 정 교수와 조 씨의 실제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검찰이 "우리 조 대표가 도와주는 것도 우리 남편이 잡고 있는 '스탠스'를 보고 하는 거고"라는 정 교수 말의 의미를 묻자, 정 교수는 민정수석이라는 조국 전 장관의 '정치적 스탠스'를 의미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제 남편이 돈에 전혀 관심 없고 굉장히 정직한 사람이고, '돈은 범동 씨가 벌고 우리 남편은 명예에 관심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가자'는 의미"라며 "집안에서의 스탠스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지위가 5촌 조카인 조 씨의 펀드 운용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 있느냐고 따져 묻자, 정 교수는 "적어도 제가 맡긴 돈을 성심성의껏 케어해줄 거라는 믿음은 있었다"며 "가족이라는 개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돈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는 조국 전 장관과 달리 아내 정경심 교수는 상상력을 가지고 꿈을 꾸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꿈을 문제 삼아 정 교수가 한 것이 '투자'였다고 단언하는 건 맞지 않다고 조 씨 측 변호인은 주장했습니다.

조 씨 변호인은 "검찰이 오늘 신문을 하면서 정 교수의 메모를 근거로 투자라고 말했는데, 메모를 보면 어떤 의미인지 혼란스럽고 그걸 바로 투자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가장 베스트케이스라고 (가정하고 ) 꿈에 부푼 내용을 적은 것을 투자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메모 내용처럼) 도대체 어떤 이자를 받으면 10억 원이 1년 만에 24억 원으로 증액되는지, 원금의 2~3배에 이르는 기대이익을 생각할 수 있는지 정 교수는 기억이 안 난다거나 진술을 거부하면서 자신의 희망 사항을 적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한다"며 "정 교수와 조 씨 사이의 거래는 투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법정 혈투는 계속된다 : "투자란 무엇인가?"

조 씨 변호인은 재판 말미에 다시 한 번 '투자'라는 말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변호인은 "일반인들은 투자와 대여를 구분해서 말하지 않는다"며 투자인지 대여인지를 두고 단어에 집착해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실체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영문학자인 정 교수는 언어에 민감한 사람이고 조 씨가 이야기한 용어를 따라 사용한 것뿐이라고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어 변호인은 "정말 투자였다면 검찰은 (조 씨가) 얼마를 투자했고 그 수익을 어느 정도 정 교수에게 전달한 건지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10억 원의 10% 상당이 이자로서 전달된 게 유일한 팩트"라고 밝혔습니다.

정 교수가 컨설팅 계약을 맺은 부분이 문제가 될 순 있지만, 이자만 받을 경우 세법상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서류를 작성한 것이라며 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언정 횡령죄는 물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정 교수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는데 횡령이라고 해서 너무 기가 막혔다"고 밝혔습니다. 연이율 11%의 이자를 받기로 하고, 1년 6개월 정도의 변제 기간을 둔 정상적인 대여라는 겁니다.

어제 조 씨 재판에서 다뤄진 '투자 논쟁'은 정 교수 본인의 재판에도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어제 재판의 증인신문 과정은 치열한 법정 혈투의 연장 선상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 [법원의 시간]에서는 다시 정 교수의 재판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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