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추태’ 한가위 빅매치 얼룩

입력 2007.09.26 (15:45)

추석 연휴 프로축구 빅매치가 선수들의 지나친 승리욕과 상대 선수에게 침을 뱉는 반스포츠적 행위, 구단의 반칙 장면 리플레이, 관중의 그라운드 오물 투척으로 얼룩졌다.
한가위 황금연휴가 시작됐던 지난 22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삼성하우젠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 간 경기는 양팀의 승리 과욕이 화를 불렀다.
이 경기는 선두권을 달리는 수원과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인천이 벌이는 수도권팀 간 맞대결 이라서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추석 연휴 빅매치.

연휴 첫날이면서 좋지 않은 날씨에도 경기장에는 관중 2만5천686명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고 인천은 2-3으로 아깝게 졌지만 0-3으로 끌려가던 후반에 연속 두 골을 터뜨리며 매서운 추격전을 펴는 등 경기 내용도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도를 넘어선 거친 플레이와 침 뱉기 등 반스포츠적인 행위, 심판의 애매모호한 판정, 관중의 이물질 투척, 구단의 이해하기 어려운 반칙장면 반복 상영 등은 명승부 기대에 부풀었던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2차례 퇴장과 5차례 경고가 나왔고 파울도 수원이 32개, 인천이 17개 등 무려 49개나 쏟아지는 등 과격한 플레이와 지나친 승리욕은 경기 전체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경기 도중 인천 임중용과 수원 에두가 어깨 싸움을 벌이며 옥신각신한 뒤 에두가 임중용에게 침을 뱉는 꼴불견을 연출했다.
에두가 침을 뱉는 장면은 TV 중계 카메라에 잡혔고 이는 경기장 대형 전광판을 통해 3~4차례 반복 상영됐다. 이에 자극을 받은 홈 관중은 경기 직후 심판을 향해 이물질을 던지며 강력히 항의했다.
주심과 부심이 팬들의 거센 항의로 한동안 퇴장을 못하자 안종복 인천 사장이 그라운드로 내려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자제를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불거진 사태는 걷잡을 수가 없었다.
관중석에서 던진 날계란과 물병이 계속해서 그라운드로 날아들었고 감독 인터뷰를 위해 경기장 쪽으로 내려갔던 취재진 일부가 물병에 얼굴을 맞기도 했다.
이런 관중의 이물질 투척 소동은 반칙을 저지른 두 선수에 대한 심판의 애매한 판정과 반칙 장면의 리플레이가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중계에 잡힌 경기 장면을 보면 전반 26분 임중용과 에두가 서로 거친 말을 주고 받은 뒤 모두 침을 내뱉는 것처럼 보인다. 이어 에두가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을 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앞서 가던 임중용을 뒤따라가 침을 뱉었다.
유선호 주심은 결국 에두와 임중용을 불러 놓고 에두에게 경고, 임중용에게는 퇴장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는 대한축구협회 경기규정을 살펴볼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축구협회의 '반칙과 불법행위' 규칙에 따르면 상대 또는 다른 사람에게 침을 뱉은 경우에는 퇴장성 반칙으로 간주한다.
특히 전반전에 에두가 침을 뱉는 장면이 편집된 뒤 후반전에 리플레이 된 게 문제를 더욱 키웠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반칙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지만 에두의 반칙 상황이 전광판을 통해 반복적으로 방영된 것이다.
흥분한 관중은 결국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 이물질 투척 소동을 벌였고 심판은 한참 뒤에야 안전요원의 경호를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에두의 반칙 장면이 어떻게 전광판을 통해 나가게 됐는지 아직 원인을 알지 못한다"면서 "또 수원과 경기에서는 심판의 부당한 판정이 있었다. 프로축구연맹에 제소할 지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제소)할 수 있는 자료는 확보했다. 임중용은 침을 뱉지 않았다고 했다. 에두가 먼저 뱉어서 심판에 항의를 했다"고 말했다.
반면 수원 구단 관계자는 "서로 몸 싸움을 벌인 뒤 임중용이 욕을 하며 침을 뱉자 에두가 심판에게 이를 호소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보복성으로 침을 뱉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페어플레이와 프로축구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이번 그라운드 추태는 팬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해당 선수들에 대한 징계 등 여진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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