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과 장관 사이에 오간 막말 파문은 우리 정치 수준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막말로 어떻게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할까요?
엄경철 기자가 심층보도합니다.
<리포트>
그날 발언의 의도는 경제 위기의 책임자를 지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이종걸(민주당 의원/10월 24일 국감) : "장관, 차관, 낙하산 대기자들, 그들은 이명박 휘하들입니다. 졸개들입니다."
그러나 '졸개'라는 표현으로 발언의 본질은 사라졌습니다.
<녹취> 유인촌(장관) : "사진 찍지 마, 씨... 성질 뻗쳐서 정말..."
막말 공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 차원의 더 큰 싸움으로 확산됩니다.
<녹취> 윤상현(한나라당 대변인) : "장차관을 대통령의 졸개니 하수인으로 모독한 것도 의원 저질 발언 금메달감입니다."
<녹취> 최재성(민주당 대변인) : "장관이 쌍말을 하고 미안하다고 하면 그걸로 끝나는 국회가 돼서야되나?"
'졸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듯, 거친 발언은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녹취> 김유정(민주당 의원/8일 서울시 국감) : "(뉴타운 공약) 불륜의 당사자들은 아무 처벌 없이 자유로운데 목격자들, 서울 시민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녹취> 정진석(한나라당 의원/국감 회의) : "니들이 하면 로맨스고, 우리가 하면 불륜이냐."
주로 대통령을 겨냥한 이런 막말 정치는, 지난 정권에서도 그랬습니다.
<녹취> 한나라당 '환생경제' 연극(2004년) : "(인사를 하는데 욕을 하는 이런 00놈이 다 있어?) 이쯤 가면 막가자는 거죠?"
연극이지만 풍자가 도를 넘어, 아예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격렬한 반발과 대립을 불러왔습니다.
대립과 반발의 연속, 막말 정치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녹취> 서병수(한나라당 의원) : "네 편, 내 편으로 좀 갈라서는 의식을 갖고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상대방을 깎아내린다던가, 흠집낸다던가."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때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고,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연설 때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립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정장선(민주당 의원) :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되는데 그건 근본에 대한, 그런 근본이 제대로 좀 안되있지않나."
막말 정치인을 징계할 제도적 장치는 국회 윤리특위입니다.
이번 파문의 당사자도 제소됐고, 18대 국회에서만 6건이 제소됐습니다. 그러나 17대 국회 윤리위에 제소된 82건 가운데 단 한 건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고, 당연히 징계도 없었습니다.
<녹취> 양승함(연세대 정치학과 교수) :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직접 관련이 되니까 사실 그런 규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운영을 안 하고 있는 것이죠. 이것은 어떤 면에서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라고 생각이 된다."
정치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이 스스로 먼저, 말부터 다스리지 않으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설 곳이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됩니다.
KBS 뉴스 엄경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