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이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 자리를 앞에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표팀 감독을 맡기엔 체력이 따르지 않아 현재로선 힘들 것 같다. 다른 적임자가 맡았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5일 기술위원회를 앞두고 WBC 감독 자리를 김 감독에게 맡길 의향을 사실상 굳힌 데 대한 반응이다.
김 감독은 "오늘 저녁에 윤동균 KBO 기술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며 "이 자리에서 내 뜻을 분명히 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이처럼 WBC 감독 자리를 부담스러워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올림픽 '금메달의 그늘'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8월에 열린 베이징올림픽에서 쿠바, 미국, 일본 등 강팀을 모두 물리치고 9전 전승의 퍼펙트 행진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또 김인식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3년전인 제1회 WBC에서 4강 신화를 이뤘다. 내년 3월에 열리는 WBC 대표팀은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국민의 실망을 자아내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베이징에서 노메달 수모를 당한 일본이 WBC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두고 진통을 겪은 이유가 `명예 회복'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면 금메달을 딴 한국은 `명예 유지'가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 때문에 서로들 지휘봉을 잡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적인 이유도 있다. WBC 대회가 열리는 3월 초는 구단별로 스프링캠프 등 시즌 준비에 한창 바쁜 시기라는 점도 김 감독의 발목을 붙잡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감독이 끝까지 WBC 감독직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잠재적인 후보로 꼽힌 김경문 감독은 2년 연속 2위에 그친 팀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내세워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미리 고사했지만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2연패를 달성한 김성근 감독이 팀 사정을 고사 이유로 내세우기도 어렵기 때문.
이에 따라 SK 구단측이 김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취임에 동의하고 KBO가 삼고초려를 하는 모양새를 갖추면 김 감독이 결국 태극마크를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