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사우디의 추억’ 이젠 악연 끝내

입력 2008.11.16 (09:54)

수정 2008.11.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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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으로 얽혀있는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라’

축구대표팀이 20일(한국시간) 월드컵 7회 연속 진출의 분수령이 될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에 맞붙을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대표팀 사령탑인 허정무(53) 감독에게 특별한 인연이 있는 팀이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10일 파주 NFC(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태극전사들을 소집했을 때 "예전에는 사우디를 쉽게 이겼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됐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했다.
허정무호가 나란히 1승1무를 기록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긴다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경쟁 레이스에서 비교적 순탄하게 갈 수 있지만 덜미를 잡힌다면 2위까지 주어지는 직행 티켓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한국은 중동 원정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 유독 약했다.
1989년 10월25일 이탈리아 예선에서 황선홍과 황보관의 골을 앞세워 2-0 승리 후 19년 동안 6경기 연속 무승(3무3패) 행진을 하며 상대전적 3승6무5패 열세에 놓여 있다. 더욱이 원정에서는 1980년 1월30일 친선경기 3-1 승리 후 3차례 대결에서 1무2패를 기록했다. 지독한 `사우디 징크스'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만하다.
허정무 감독에게 사우디전은 유쾌한 추억과 그렇지 못한 기억이 공존한다.
한국이 마지막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격파했던 19년 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 때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의 일원이었다. 선수는 아니었지만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밑에서 트레이너를 맡아 선수들과 호흡하며 짜릿한 2-0 승리를 맛봤다.
당시 최종예선은 싱가포르에서 모여 풀리그로 진행됐는 데 한국은 첫 판에서 카타르와 0-0으로 비겨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북한과 중국을 잇달아 1-0으로 물리친 뒤 사우디전 2-0 완승으로 남은 아랍에미리튼연합(UAE)전과 상관없이 이탈리아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기분 좋은 승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허 감독에게 기억하기 싫은 사우디전도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한국이 네덜란드에 0-5 참패를 당하면서 차범근 당시 감독이 경질되고 김평석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다 지휘봉은 그해 10월 허정무 감독에게 넘겨졌다.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겸임한 허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8강 진출 좌절에 이어 그해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도 기대했던 성적을 내지 못했다.
8강에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이란을 연장 접전 끝에 이동국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올랐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덜미를 잡히면서 4강 탈락했고 3-4위전에서 중국을 1-0으로 꺾고 3위 성적표를 가지고 귀국했다.
허 감독은 언론의 `경질론'에 휩싸였고 귀국 인터뷰에서 "최강 이란을 꺾고도 사우디에 발목을 잡혀 우승을 못한 게 아쉽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죄인 취급을 받는 게 안타깝다"며 불편을 심기를 드러냈지만 귀국 후 닷새만이 그해 11월6일 사퇴했다. 아시안컵 사우디전 패배가 결국 대표팀에 사령탑에서 물러나는 빌미가 된 셈이다.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에서 다시 만날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 승리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허 감독이 아픈 기억을 털고 사우디전 설욕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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