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레이저 피격’ 사우디 망신살

입력 2008.11.20 (07:38)

수정 2008.11.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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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관중 도 넘은 극성 응원 눈살
사우디 감독, 판정 피해 주장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경기 내용은 물론 관중 매너에서도 진 부끄럽고 완벽한 패배였다’

20일(한국시간) 새벽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인 한국-사우디아리비아간 경기가 열린 리야드 외곽의 킹 파드 스타디움.

6만5천명을 수용하는 킹 파드 스타디움은 일부 빈 자리가 눈에 띄었지만 경기가 시작되면서 스탠드가 국기 색깔과 같은 초록 물결로 뒤덮였다.
확성기를 사용한 `소음' 응원은 본부석 왼쪽 스탠드에 자리를 잡은 700여명의 한국 교민과 붉은 악마 응원단을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부 극성팬은 경기를 취재 중인 한국 기자들에게 위협적인 말로 공포 분위기까지 조성했다.
국가간 A매치에 걸 맞지 않고 몰상식한 행동이었다.
이 때문에 붉은 악마와 교민들은 광적인 사우디 팬들의 공격을 염려해 관중석 일부를 아예 빈 채로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보호를 받으면서 차분한 응원전을 펼쳤다.
사우디 관중의 무매너는 이것 뿐이 아니다.
허정무호의 골문을 지키던 수문장 이운재는 경기 중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집중력을 흩트리려는 사우디 관중으로부터 레이저 빛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운재는 경기 후 "레이저 공격을 당하고 나서 한참 멍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페어 플레이 정신에 어긋난 행동이다. 그에 응당한 징계를 줘야 한다"며 한참 동안 분을 삭이지 못했다.
사우디 팬들은 경기 중 자국 선수가 한국 수비수와 부딪혀 넘어진 뒤 파울이 선언되지 않은 데 항의해 물병을 그라운드안으로 던지는가 하면 별 모양의 놀이기구를 날려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곳곳에 배치된 무장 경찰과 안전요원들은 이들의 행동을 제지하기는 커녕 수수방관했다.
한국은 이근호의 선제골과 박주영의 쐐기골로 찌릿한 2-0 완승을 낚아 지난 1989년 10월25일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 2-0 승리 이후 19년간 이어진 6경기 연속 무승(3무3패)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의 사우디전 무승을 20년으로 늘리겠다고 호언 장담했던 나세르 알 조하르 사우디 감독은 패배를 시인하는 대신 심판 탓을 했다.
알 조하르 감독은 경기 후 "두 차례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쳤고 우리 선수가 퇴장당한 뒤 흐름이 한국 쪽으로 바뀌었다. 심판 판정 잘못이 패배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홈팀이 안방에서 심판 판정에 피해를 봤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이다.
한국 기자들은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무선 통신이 되지 않아 기사를 송고하지 못했고 믹스트존이 설치되지 않아 선수 인터뷰에 큰 불편을 겪었다.
대회 운영 낙제점에 경기 패배, 관중의 매너 없는 행동. 한국이 지독한 사우디 `악연'을 끊은 A매치 승리에 환호했지만 사우디는 부끄러운 패배로 얼룩진 `굴욕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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