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2008년’ 허정무호 유종의 미

입력 2008.11.20 (08:03)

수정 2008.11.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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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허정무(53)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을 끝으로 올해 A매치를 모두 마쳤다.
최종예선 B조 성적은 2승1무로 이란(1승2무)를 제치고 선두를 달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 확보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지난 1989년 10월25일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에서 사우디를 2-0으로 이긴 뒤 19년간 이어졌던 `사우디전 무승 징크스'를 깨면서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지난 2000년 11월 아시안컵 직후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던 허정무 감독은 거스 히딩크-움베르투 쿠엘류-조 본프레레-딕 아드보카트-핌 베어벡 등 외국인 감독 시대를 마감하고 지휘봉을 다시 가져왔지만 취임 후 1년여 여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첫 A매치였던 지난 1월 칠레와 평가전에서 0-1 패배로 첫 단추를 잘 끼우지 못했다. 그러나 월드컵 3차 예선 개막전이었던 투르크메니스탄전 4-0 완승에 이어 올해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1승2무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월드컵 3차 예선에서 북한과 2차전 0-0, 요르단과 3차전 2-2로 각각 비겨 동아시아선수권대회부터 네 경기 연속 무승부로 `허무 축구' 꼬리표가 달렸다. 설상가상으로 아시안컵 음주사건으로 대표팀 1년 자격정지 징계가 풀리지 않은 골키퍼 이운재(수원)의 `사면설' 카드를 꺼냈다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뜻을 접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6월 요르단-투르크메니스탄과 원정에서 잇따라 승전보를 전한 허정무호는 안방에서 치러진 3차 예선 최종전에서 북한과 0-0으로 비겨 3차 예선 3조에서 3승3무를 기록, 동률인 북한을 골득실(한국 +7, 북한 +4)차로 제치고 조 1위로 최종예선에 올랐다.
최종예선 출발도 좋지 않았다.
북한이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불가' 입장을 내세워 두 번째로 중국 상하이에서 치른 최종예선 개막전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허정무호 출범 후 북한전 네 경기 연속 무승부였다.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 부재와 수비 불안이 도마 위에 올랐고 일각에서는 `허정무 카드로는 월드컵 본선행이 어렵다'는 회의론까지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이근호(대구), 이청용, 기성용(이상 서울)과 해외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도르트문트) 등 신구 세대와 국내-해외파가 조화를 이룬 제7기와 8기 허정무호는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 3-0과 지난달 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 4-1 완승으로 항간의 감독 경질설을 잠재웠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 진출의 첫 고비인 중동 원정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 16일 카타르와 평가전에서 국내파 20명을 골고루 기용해 전력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러나 19년 무승 한(恨)을 안긴 `천적' 사우디와 일전에서는 기분 좋은 2-0 승리를 낚았다.
허정무 감독은 사우디전까지 16차례 A매치(현재 8승7무1패)에서 51명을 기용하고 이중 21명을 데뷔시키는 허정무식 급격한 세대교체는 무모한 `실험'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나 UAE전 대승을 계기로 다소 불식됐다. 또 스리톱을 내세운 4-3-3 전형을 시험했던 허 감독은 이근호-정성훈(부산)이 투톱 콤비를 앞세운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백 수비라인은 중앙 수비수인 강민수(전북)와 조용형(제주)이 허 감독의 신임을 받는 가운데 왼쪽을 책임졌던 김동진(제니트)이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김치우(서울)-이영표, 이영표-오범석 조합을 번갈아 실험했다.
또 박지성과 이청용이 좌우 날개를 포진한 가운데 노련한 김정우(성남)와 기성용이 중앙미드필더진에서 호흡을 맞췄다. 골키퍼는 정성룡(성남)이 허정무호에서 줄곧 골문을 지켜오다 아시안컵 음주사건 징계에서 풀린 `거미손' 이운재(수원)가 대표팀에 복귀하면서 이운재가 주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닻을 올린 뒤 1년여 순풍과 역풍을 모두 경험하며 월드컵 예선의 바다를 항해했던 허정무호가 내년 2월11일 이란과 원정을 시작으로 재개되는 최종예선 레이스에서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꿈을 이뤄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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