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누구인가?

입력 2009.01.10 (19:06)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 허위사실이 포함된 글 여러 건을 올려 유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10일 구속된 박모(31)씨는 인터넷 논객이다.
`미네르바'로 활동하며 내놓은 비관적인 경제 예측이 맞아떨어지면서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사회적 이목을 끌었다.
미네르바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한국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예측을 하면서부터다. 이후 리먼브라더스 파산 예측으로 시중에는 `미네르바 신드롬'이라 부를 정도로 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현 정부의 정책 문제점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환율, 부동산, 주식 등에 대한 예리한 미네르바의 분석에 투자자와 네티즌들은 열광했으며, 미네르바의 글은 건당 평균 조회수 10만을 훌쩍 넘기는 등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작년 8월과 9월의 급격한 환율변동 사태 등이 맞아 떨어지면서 그에 대한 사이버상의 신뢰는 정점으로 치달았고, 그 이후 일부 예측이 빗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분위기는 크게 식지 않았다.
미네르바 신드롬은 작년 10월 무렵 기사화되기 시작했고, 온라인상에는 그를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 부르면서 `미네르바를 재정부 장관에 앉혀야 한다'는 등의 글이 넘쳐났다.
이런 세간의 폭발적 관심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미네르바는 지난해 말 활동을 접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 다시 글을 올렸다.
잠시 침묵을 깨고 올라온 미네르바의 글은 매번 논란을 일으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작년 12월29일 올린 `정부가 한시적으로 달러 매수 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글이었으며 이는 이번 검찰 수사의 계기가 됐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공식 반박했고, 이 글은 화면상에서 보이지 않게 하는 `블라인드' 처리가 되기도 했다.
또 신동아 작년 12월호는 "한국은 500선, 미국은 5,000선이 올해 바닥이라고 본다. 중국은 1,000선이 붕괴될 것이다. 부동산도 강남, 강북이 추가 하락해 반토막 이상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미네르바 인터뷰를 실은 바 있다. 그러나 박씨는 인터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의 마지막 글은 지난 5일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자산설계에 발을 담가 뻔히 어떻게 될 것인지 알면서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사태를 방관하고 최근의 위기를 결국 피해가지 못하게 한 데 대해 사죄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이런 글들로 인해 전직 은행장, 전직 증권사 고위간부 등 몇몇 유명인사가 미네르바로 지목됐기도 했으나, 정작 박씨는 경제학을 전공하거나 외국 금융기관에 근무한 적이 없는 전문대졸 학력의 30대 남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증권사의 한 리서치센터장은 "미네르바가 인터넷 스타로 떠오른 것은 제도권에서 할 수 없었던 극히 비관적인 경제 예측을 과감하게 내놓고 그 예측들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지만, 이는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그만큼 사람들이 투자나 생활 설계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경제 전망에 대해 목말라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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