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네르바’ 영장 왜 발부했나?

입력 2009.01.10 (19:46)

서울중앙지법이 10일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모(31)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박 씨의 글이 실질적으로 공익을 해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지난해 12월29일 박 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 중 "정부가 금융기관 등의 달러매수 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이 허위사실인데다 외환시장 및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통상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때는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판단의 기준이 되는데,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사안의 중대성에 초점을 맞춰 그를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미네르바'의 글이 상당수 네티즌의 호응을 얻기는 했어도 외환시장 등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었지만 법원은 박 씨가 작성한 글로 인해 시장에 `폐해'가 발생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촛불시위 중 `여대생 사망설'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이들에 대해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언급하지 않고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장을 발부했었다.
박 씨 측은 `달러 매수 금지 명령' 등을 포함한 글이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작성됐고, 정부도 비슷한 정책을 취한 정황이 있는 만큼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배척했다.
법원의 이같은 강경한 입장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박 씨가 긴급체포된 뒤 검찰 내부에서도 범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또 영장이 청구됐을 때는 200여편에 이르는 박씨의 글 중 허위사실을 포함한 것은 2건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현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책을 비판하거나 경제 전망과 관련된 의견에 해당해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박씨에게 적용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의 `공익을 해칠 목적'에 대한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헌법소원마저 제기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관측을 깨고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구속영장을 발부해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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