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도전, 유치위 구성이 숙제

입력 2009.04.23 (16:05)

수정 2009.04.23 (16:35)

KBS 뉴스 이미지
"과거 KOC와 유치위원회가 삐걱거린 것이 사실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불협화음이 있었다. 이번에 평창유치위가 구성되면 스무스한 관계로 유치활동을 하겠다"(박용성 KOC 위원장)
"두번의 유치 도전에서 국내적으로 불협화음이 일어 실패했다는 지적을 IOC 위원들로부터 받았다. 이번에는 KOC와 정부와 잘 협조해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김진선 강원도지사)
박용성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과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23일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로 선정된 뒤 모두 내부적인 문제점을 시인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평창이 두번씩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것은 외부적인 문제보다 국내에서 관련 단체끼리 협조가 잘되지 않아다는 뜻이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평창이 두번째 도전에 나섰던 2007년 과테말라 IOC 총회를 앞두고 "한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 유니티(no unity)'"라고 지적했다.
당시 장웅 위원은 "만나는 IOC 위원들마다 한국은 유치활동의 주체가 누구인가. 평창 따로, KOC 따로 움직이니 도대체 누구를 상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평창이 첫번째 도전에 나섰던 2003년 프라하 IOC총회가 끝난 뒤에는 `김운용 방해설'이 터져나와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두번째 도전이었던 2007년에도 밖으로 불거지진 않았지만 내부 불협화음이 팽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유치 활동에 참가했던 다수의 관계자들은 "평창유치위와 KOC, 정부가 합동회의를 하더라도 서로 정보를 내놓지 않는다. 자기들만 아는 정보가 마치 권력이라도 되는 듯 꼭 쥐고 앉아 있으니 합동회의를 해봤자 종합적인 활동 계획을 짤 수 가 없었다"고 전달했다.
오죽했으며 과테말라시티 홀리데이인 호텔에 종합상황실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일부 부처가 캐비닛으로 칸막이를 설치하니 마니 하는 문제로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KOC는 평창의 세번째 도전이 확정된 직후 평창과 협약서를 체결하고 서약서까지 받았다.
협약서에는 ▲유치위원회 위원의 절반은 KOC가 추천한 인사로 한다 ▲유치 신청서 등 IOC에 제출하는 서류는 KOC에 사전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또 KOC는 '협약 내용을 이행치 않아 KOC 권익에 중대한 침해가 있을 경우 제반 법적조치를 강구한다'라는 문구까지 협약서에 삽입했다.
이 같은 협약서 내용은 과거 두번의 유치과정에서도 모두 존재했다.
하지만 평창이 협약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KOC는 어떤 제재도 취하지 못했을 뿐이다.
2003년 프라하 총회 당시에는 의전 문제를 놓고 평창유치위와 KOC가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협조는 커녕 서로의 갈등만 되풀이했다.
평창은 이날 KOC 위원총회에서 30명의 지지를 얻어 세번째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반대도 13표나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반대표를 던진 KOC 위원 중에는 부산의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지지한 인사도 있었지만 과거 독자적인 활동을 벌인 평창의 행태에 반감이 표심으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두번씩이나 실패한 평창이 이번에도 지방정부 주도의 유치위원회를 구성할지, KOC를 비롯한 국내 체육계를 망라해 거국적 유치위원회를 출범시키느냐에 따라 향후 동계올림픽 유치 행보는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