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감독’, 경력 35년 ‘명장’ 울리다

입력 2009.05.28 (07:35)

수정 2009.05.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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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35년의 노장과 올 시즌 첫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의 지략 대결. 승자는 후자였다.
세계적 명장 알렉스 퍼거슨(68)이 30대 새내기 감독 호셉 과르디올라(38)에게 무릎을 꿇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는 2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퍼거슨 감독이 지휘한 지난 시즌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2-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우승으로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프로축구사를 새로 썼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스페인국왕컵(코파 델레이)과 정규리그(프리메라리가)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스페인 클럽으로는 처음으로 트레블(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은 과르디올라는 최연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감독에다 통산 6번째로 선수와 감독으로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든 기록까지 세웠다.
한 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것은 미겔 무뇨스(레알 마드리드), 카를로 안첼로티(AC밀란)에 이어 과르디올라가 세 번째다.
스페인 국가대표로도 47경기를 뛴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1991-1992 시즌 바르셀로나의 우승 멤버였다.
과르디올라는 1990년부터 2001년까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6차례나 프리메라리가 우승의 기쁨을 누렸고 브레시아, AS로마(이탈리아), 알 아흘리(카타르) 등을 거치고 나서 2007년 6월 바르셀로나 B팀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바르셀로나가 2007-2008 시즌 무관에 그치면서 5년 동안 팀을 이끌어온 프랭크 레이카르트 감독이 경질되고 지휘봉은 바로 과르디올라에게 넘겨졌다.
지도자로서는 검증되지 않은 과르디올라가 세계적 클럽의 사령탑에 오른 것이다.
게다가 프리메라리가 감독 데뷔전이었던 올 시즌 개막전에서 바르셀로나가 약체 누만시아에 0-1로 지고나서 라싱 산탄데르와 2차전에서도 1-1로 비기자 여기저기서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부임과 함께 스타 플레이어 호나우지뉴와 데쿠 등을 내보내면서 선수들의 정신력을 개조하고 팀을 휘어잡았던 과르디올라의 지도력은 경기를 치를수록 빛을 발했다.
결국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에 올 시즌 세 개 대회 우승컵을 안기면서 자신에 대한 곱지 않던 시각들을 깨끗하게 털어냈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맨유전에서도 출장 정지를 당한 에릭 아비달, 다니엘 알베스와 부상을 당한 라파엘 마르케스 등 주축 수비수들이 나오지 못해 포백수비라인이 붕괴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주전 가운데 몇 명이 나오기 어렵지만 변명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출사표를 던졌고, 결국 바르셀로나는 맨유의 공세를 완벽하게 봉쇄하며 무실점 승리를 일궜다.
"퍼거슨 감독이 나보다 경험이 많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 경기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다"던 과르디올라의 자신감은 그라운드의 선수들에게서 그대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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