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우리 종욱이 부상 어떡해”

입력 2009.06.03 (17:36)

수정 2009.06.03 (17:37)

KBS 뉴스 이미지
3일 KIA 타이거즈와 경기를 앞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의 표정은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어두웠다.
전날 톱타자 이종욱이 뜬공을 수비하던 중 동료 내야수 김재호의 왼쪽 무릎에 부딪혀 턱뼈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쳐 3개월 이상 전력에서 이탈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김 감독은 온통 이종욱 생각뿐이었다. 김 감독은 선배를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에 크게 상심한 김재호를 이날 1군 엔트리에서 뺐다.
이종욱은 턱뼈가 두 군데 부러져 부기가 빠진 뒤인 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대에 오른다. 다칠 때 잇조각이 튀어나오기도 했으나 다행히 전체적으로 치아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 감독은 "종욱이가 야구를 못하는 큰 부상을 당할까 봐 걱정이 태산 같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냉혹한 승부의 현장에 서 있지만 선수 생명이 끊어지는 장면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다는 소박한 바람이었다. 이종욱이 시즌 초반부터 부진해 김 감독은 신예 정수빈과 은근히 경쟁을 유도해왔던 터라 전날 사고가 더 끔찍하게 다가왔다.
김 감독은 "3-3으로 맞선 8회말 선두타자라는 팽팽한 상황이었던 터라 선수들의 의욕이 더 앞섰던 것 같다. 마음으로는 재호나 종욱이 중 한 명이 '내가 잡겠다'는 콜 사인을 해주기를 바랐으나 둘 다 타구를 좇는 데 집중했던 터라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 재호도 참 열심히 수비했다"며 씁쓸함을 다셨다.
얘기를 나누던 중 보슬비가 내리자 김 감독은 "우리 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며 혼잣말을 했다. 또 전반기가 가기 전 다시는 부상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사라도 한 번 더 지내야겠다"고도 했다.
"야구를 어떻게 하라는 건지 답답하다"던 김 감독은 "내가 운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보다도 종욱이가 왼쪽 팔꿈치 통증도 겪고 사고도 당하는 등 올해 잘 안 풀린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김 감독은 이번 사고의 정황을 좀 더 파악한 뒤 선수들에게 목걸이 착용에 대한 주의를 당부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TV 재생화면을 봤지만 아무리 봐도 스파이크에 찢겨 피가 났다는 건 이해가 안 간다. 내 추측이나 충돌 당시 종욱이가 차고 있던 목걸이에 목을 찔린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만일 그렇다면 목걸이가 흉기로 돌변할 수도 있기에 선수들에게 착용하지 말 것을 주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