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논의 본격화 전망

입력 2009.07.07 (10:39)

미군 당국이 한.미 간 기존 미사일 지침을 개정할 수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양국 간 재개정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한미군 측은 지난 2일 한미군사 현안에 대한 설명을 위해 국회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 보좌관들을 연합사로 초청한 자리에서 "한국이 미사일지침 개정문제를 제안하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등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1년 한.미 간 미사일 지침이 개정된 이래 미측이 재개정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미사일 지침은 `사거리 300㎞, 탄두중량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한국이 개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1970년대 맺은 미사일 지침을 통해 `사거리 180㎞, 탄두 중량 500㎏ 이내의 미사일만 개발한다'는 데 합의한 뒤 2001년 1월 재협상을 통해 사거리를 120㎞ 늘린 300㎞으로 재조정, 현재까지 9년째 유지하고 있다.
이후 북한이 지속적인 미사일 기술 진전으로 대남 위협을 가해올 때마다 지침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들끓었지만 미국의 반대에 부닥쳐야 했다.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일본을 자극하고 있는데 한국마저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게 되면 동북아 군비경쟁을 촉발하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4월 5일 1998년에 발사한 장거리 로켓의 사거리를 배증한 로켓을 쏘아 올린 데 이어 지난 4일엔 한반도 전역과 일본까지 사정권에 둔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는 등 대남 및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의 수준이 한층 높아지자 상황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이 시점에서 (우리의 미사일 주권이) 제약받는 게 옳은 것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심각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정부 입장을 공식화했고 정치권도 남북 미사일 전력의 불균형을 거론하며 이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현행 미사일 지침 역시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제한하고 있긴 하지만 `안보여건이 변할 경우' 지침을 수정하도록 단서를 달고 있다.
미측이 9년 만에 미사일 지침 재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 같은 한반도 안보상황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임과 동시에 한국 정부의 요구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반도 안보여건 변화를 기반으로 한 이 같은 한국의 요구에 미측이 화답함에 따라 미사일 지침 재개정을 둘러싼 양국 간 논의는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 논의의 장은 한.미 국방장관간 연례협의체인 SCM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논의의 초점은 사거리 증대에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묶여있는 사거리 300㎞로는 북한 전역을 커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군은 탄도미사일 개발 제한을 보완하기 위해 미사일 지침에 구애받지 않는 사거리 1천500㎞의 크루즈(순항)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속도가 탄도미사일보다 뒤져 요격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북한은 이미 1980년대에 사거리 각 300㎞, 500㎞인 스커드-B와 스커드-C 미사일을 개발해 최대 500~600기를 실전배치하고 있으며 일본을 사정권에 둔 사거리 1천300㎞의 노동미사일도 1998년 이래 200여기를 작전배치한 상태다.
나아가 2007년에는 미국의 태평양 전진기지인 앤더슨 공군기지가 있는 괌을 타깃으로 하는 3천㎞급 중거리미사일(IRBM)을 실전배치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원리와 같은 장거리 로켓까지 발사하는 등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군이 200여기 보유하고 있는 에이태킴스 지대지 미사일의 사거리는 300㎞에 불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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